NH농협·우리·하나·SC제일 등 은행수신 금리 전격인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대출 금리는 상승
예대금리차, 카뱅·토뱅 2%p 육박…10월에도 커진 듯
주요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예금 금리를 줄줄이 낮추면서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 은행 수익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금리 하락기에는 보통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 예대마진이 줄어든다. 현 상황이 이례적인 것이다.
3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의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취급(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 대출 등 정책서민금융 제외)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0.43~1.05%포인트(p)를 기록했다.
예대 금리차는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조달금리 간 격차를 뜻한다.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은 대출·예금 금리 격차에 따른 마진(이익)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5대 은행의 전월 대비 예대금리차는 대부분 8월과 9월 두 달 연속 확대됐다. 대체로 올해 들어 시장금리 하락세와 더불어 줄곧 줄어들다가, 7월 저점을 찍고 반등한 것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7월 0.44%p에서 8월 0.71%p, 9월 0.98%p로 뛰었다. 신한은행 역시 7월 0.20%p에서 9월 0.53%p로 2배 넘게 커졌다. 5대 시중 중에 8월에 비해 9월 예대금리차가 축소한 건 NH농협은행이 유일하다.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의 9월 예대금리차(0.98%p)는 2023년 4월(1.13%p)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신한은행(0.53%p)은 5월(0.64%p) 이후 4개월, 하나은행(0.68%p)은 2월(0.71%p) 이후 7개월, 우리은행(0.43%p)는 6월(0.50%p) 이후 3개월 만에 최대다.
업계에서는 10월 이후 예대 금리차가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본격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내렸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압박을 배경으로 가계대출 금리는 올렸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3일 거치식 예금 5종 금리를 0.25∼0.4%p, 적립식 예금 11종 금리를 0.25∼0.55%p 인하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3일과 지난 1일 적금 상품 금리를 0.2%p씩 내렸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1일부터 수신상품 11종의 기본금리를 0.05∼0.25%p 낮췄다. SC제일은행과 토스뱅크도 지난 1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각각 최대 0.8%p, 0.3%p 내렸다.
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1일 기준 연 4.160~5.860%로 집계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달 11일(연 3.880~5.880%)에 비하면 3주 만에 하단이 0.280%p 상승한 셈이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090~5.754%로, 3주 전(연 3.990~5.780%)보다 하단이 0.100%p 올랐다.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연 4.750∼6.480%) 역시 기준지표인 코픽스(COFIX)가 0.040%p 오르면서 하단이 그만큼 상승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가계대출 관리 요구 등 정책적인 부분 때문에 대출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은행권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추세다"면서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고 대출 증가세도 둔화하면 예대마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