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두 사람은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공유했다. 윤석열 정부 검찰의 수사 칼날이 두 사람을 동시에 겨냥하는 형국이 되면서 일종의 '동병상련'을 느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분간 친명(친이재명)·친문(친문재인)이 단일대오를 구축하며 현 상황에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가 이 시점에서 문 전 대통령을 방문한 이유다. 국민의힘은 두 사람을 겨냥해 "방탄동맹"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신임 지도부와 함께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최근의 검찰수사에 대해 "현 정부가 하고 있는 잣대는 정치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고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고 비판했다고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에 "기본적으로 나나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당당하게 강하게 임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특히 검찰의 수사가 흉기가 되고 정치보복 수단이 된 현실도 개탄했다. 또 미완에 그친 검찰개혁에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서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협력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은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를 고리로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했다. 계속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는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기존에는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만 부각됐는데, 문 전 대통령까지 그 범주에 포함된 셈이다. 이 대표는 친명(친이재명)계의 수장, 문 전 대통령은 친문(친문재인)계의 상징적 수장이다.
문 전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강하고 일사불란한 지도부가 이끄는 민주당이 재집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며 "민생과 정치뿐만 아니라 안보와 국방 문제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민주당이 지난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에서 45%를 얻었다"며 "재집권을 위해 지지 기반을 넓히는 작업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당이 강성 친명계 위주로 급속히 재편된 데 따라 중도로의 확장성이 제한되는 데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친명·친문 의원으로 구성된 '전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통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조 수석대변인은 "당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일 첫 회의를 앞둔 대책위는 '원조 친명'인 3선의 김영진 의원이 이끈다. 친문계인 황희·윤건영·김영배 의원, 친명계 한민수·박지혜 의원 등 10여명이 대책위에 참여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회동을 두고 "사법 리스크로 위기를 자초한 두 사람의 '방탄 동맹'"이라고 비판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오늘 만남은 야권의 정치세력화로 검찰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노골적 의도가 담긴 '꼼수회동'"이라며 "내일 출범할 민주당 '전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에 친명·친문계 의원들이 모두 참여한다고 하니, 오늘 회동의 성과가 상당하다"고 날을 세웠다.
김세희·윤선영기자 saehee0127@dt.co.kr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