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투자한 주별 선거와 연방의회 선거에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회의 다수당 상황 변경에 따라 차기 행정부의 통상정책 강도에 차이가 발생해서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지난 3일 한국석유화학협회 주최로 열린 '2025년 석유화학전망 세미나'에서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자유로운 거래의 시대는 점차 막을 내릴 것"이라며 "중국의 공급과잉 해소 전까지 미중 갈등은 지속되고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전 까지 통상질서는 장기간 표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해리스 후보는 미국 노동자와 환경을 보호하지 않는 무역협정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수 차례 표출했다. 해리스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계승하면서 동맹국과의 공급망 재편 가속화와 대중국 견제 강화, 기후변화 대응 등을 추진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해리스 행정부는 향후 통상정책의 성과를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301조 관세를 유지하고 위구르강제노동금지법 시행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 겨냥 수출통제와 미국과 유럽연합간 GSSA 협상 재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행 가속화 등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하는 경우에도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외교로 지적학적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으로 글로벌 경제 안보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한국 석유화학 수출에 4번째로 수입규제를 많이 부과하거나 조사하는 국가다.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수입규제 건수는 118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 실장은 통상정책 결정에 의회 역할이 주요한 만큼 연방의회와 주별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헌법은 의회에 세금, 관세 등을 부과하고 걷을 권리와 국제 상거래와 무역을 규제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발의된 법안이 법률로 제정되기 위해서도 상원과 하원의 통과가 필요하다.
조 실장은 "IRA 폐지를 우려하는데 이는 법을 바꿔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법부의 권한을 건드리는 행위"라며 "결국은 민주당이 의회에서 얼마나 많은 의석을 차지하느냐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 선거는 제 60대 대통령 선거와 제119대 상하원의원 선거, 11개주와 2개 속령의 주지사 선거 등이 동시에 실시된다. 미국은 양원제 국가로 2년마다 실시되는 연방의원 선거로 주별로 연방 상하원의원을 선출한다.
미국 상원은 총 100명으로 임기가 6년이다. 이에 매 선거마다 전체의 3분의 1씩 선출한다. 미국 하원의원은 총 435명으로 2년 마다 전원을 새로 선출한다.
조 실장은 "미국은 전 세계에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력 분립이 정말 엄격하게 시행되는 나라"라며 "대통령이 아무리 하고 싶어도 의회의 승인 없이는 못하는 일들이 굉장히 많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권자들도 대통령 선거에서는 공화당을, 연방 하원선거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크로스 보트들이 제법 많다"며 "상원과 하원, 그리고 행정부까지 3개를 한 당이 독식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내 회사들은 미국 법인들이 있거나 거래처가 있는데 실질적인 비즈니스는 대통령보다는 그 지역구의 의원들이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지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며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바꾸는 것보다는 법인이 위치한 지역의 연방 하원의원 한 명의 마음을 바꾸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