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세계은행 부총재에 오른 김상부(사진) 디지털전환 부총재 내정자는 6일 "더 많은 세계 인류의 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영광스럽고 기쁘다"며 "전 세계 인류가 디지털과 인공지능(AI)의 혜택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담회를 같고 "AI를 비롯한 디지털 화두를 전파하고, 그 과정 속에서 많은 인프라를 깔고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고 개인정보 이슈가 있을 때 각국 정부에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디지털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디지털전환 부총재에 구글 컨슈머 공공정책 아시아·태평양 총괄을 지낸 김 내정자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김 내정자는 다음달 3일부터 부총재로 근무할 예정이다.
디지털전환 부총재직은 세계은행이 디지털로 개도국 발전을 촉진하고자 올해 신설한 직위다.
개도국 발전에 필요한 디지털·데이터 인프라 구축·제고, 사이버 보안, 디지털 정부 등 디지털 경제 기반 구축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한다.
구글 ·LG 유플러스 등 국내외 대표 디지털 기업 및 옛 정보통신부 등 공공과 민간 부문을 아우르며 27년 이상 디지털 분야의 전문성을 쌓은 김 내정자는 글로벌 공개경쟁을 거쳐 선발됐다.
한국인이 세계은행 최고위급인 부총재에 진출한 것은 한국이 1955년 세계은행에 가입한 이후 최초다. 2012년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세계은행 총재를 한 김용 전 총재는 미국 국적이다.
김 내정자는 이날 "세계은행은 디지털전환 부총재직을 신설하면서 많은 비전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빈곤퇴치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경제,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저개발국들이 디지털을 활용해 빨리 중위권·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특히 전 세계 인구 상당수가 인터넷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짚었다.
그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2022년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전 세계 인구 27억명이 인터넷 접속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 가구의 81%가 유선인터넷 접속 환경이 구축됐음에도 아프리카는 7%, 중동은 35%만 실제 접속이 가능하다. 저소득국가는 인터넷을 쓴다고 해도 5%만 10메가바이트급 망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매우 낮은 수준의 인터넷을 쓴다"며 "이 모든 것이 도전과제로 다가온다"고 했다.
김 내정자는 세계은행이 한국 출신인 자신을 부총재로 선택한 이유로 △한국의 모범적 성장 사례 △공직·민간을 오간 풍부한 경험 △리더십 등을 들었다.
그는 "세계은행 공고에 지원하면서 여러 차례 세계은행 관계자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며 "첫째 한국은 이렇게 빠른 경제개발을 이룬, 더욱이 디지털 개발을 통해 더 큰 성장을 이룬 모범적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고, 둘째. 다양하게 민간과 정부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셋째는 여러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력한다는 측면에서 저의 리더십을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또 "한국은 많은 디지털 개발의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 출신 부총재를 선임했다고 생각한다. 비단 한국 정부의 경험뿐 아니라 기업이 정부와 함께 구축한 노하우. 전자정부 노하우, 데이터센터 구축, 한국기업의 AI개발 노하우들이 굉장히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 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반드시 참여해야 의미있고 영향력 있는 협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내정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AI 주도권 경쟁을 벌이며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하는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에는 "굉장히 어려운 숙제다. 저소득국가에 어떻게 AI 혜택을 누리게 할 것인가 하는 숙제"라며 "우선 네트워크 접촉을 늘리는 것이 인프라 측면에서 해야 할 일이고, 저소득 국가에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저소득국가도 기술적으로 AI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디바이스 등이 같이 개발돼야 한다는 게 김 내정자의 생각이다.
그는 "저소득 국가에 맞는 기술개발 정책지원 이뤄져야 한다"며 "네트워크와 디바이스뿐 아니라 활용도를 높이고 기업이 관심을 가질 시장을 창출하려면 정부가 초기 마중물을 제공해서 기본 초기 수요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