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플랫폼 산업(K플랫폼)이 정체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려면 국가 차원의 미래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인공지능(AI) 기본법(안)을 뛰어넘는 플랫폼산업진흥법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플랫폼법정책학회장인 이봉의 서울대 법대 교수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K플랫폼 미래포럼' 정책토론회에서 "부총리급 플랫폼 전담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면서 "K플랫폼 미래전략을 담은 국가차원의 'K플랫폼 3.0'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플랫폼 관련 산업은 20여년 간 네이버와 카카오에 머물러 있고, 혁신과 성장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추세일 뿐 아니라, 초거대 AI의 등장으로 10년 뒤 현상유지조차 불투명하다는 게 이 교수의 진단이다. 이 교수는 또 플랫폼 산업을 관장하는 부처가 분야별로 분리돼 있다 보니 포괄적인 산업전략이나 정책이 부재하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지금은 플랫폼산업 컨트럴타워도, 전략·정책도, 문제의식도 없다"면서 "대한민국이 바라보는 5년 뒤, 10년 뒤 플랫폼 산업이 무엇인지, 학계와 정부, 플랫폼 업계의 3자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플랫폼산업진흥법안 제정에 힘을 실었다. 21대 국회 당시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 일명 'AI기본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국회 폐회와 함께 폐기됐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두달 만에 AI 기본법 취지의 법안이 6개나 발의됐다.
이 교수는 플랫폼산업이 결국 AI 주도로 견인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AI 산업을 포괄하는 플랫폼산업진흥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와 플랫폼을 연계한 'K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 토종 빅테크가 탄생하려면 자유와 정의가 보장되는 무한경쟁과 국가 산업정책을 통한 지원·육성 등 우리 상황에 맞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며 "경쟁정책과 산업정책의 종합이라는 의미에서 하이브리드적 접근이 필요하다. 최소한 진흥과 규제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진흥정책의 가장 기본은 불필요하고 경직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경직적·폐쇄적인 규제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플랫폼 산업은 지금까지 기본적으로 사후규제를 해왔으나 최근 산업이 성장하면서 사전규제 도입 움직임이 있다. 사전규제는 굉장히 명확한 규제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며 "사업자 스스로의 자율규제, 사전규제, 사후규제가 적절하게 섞여 운영돼야 한다"고 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자율규제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플랫폼은 스타트업, 소상공인, 소비자까지 다 물려있기 때문에 이 생태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어떤 것이 우리한테 더 좋은 정책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이봉의 서울대 법대 교수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K플랫폼 미래포럼' 정책토론회에서 '전환기의 K플랫폼, 바람직한 입법·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