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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송 탄소중립 `외부비용 내부화`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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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아주대 지속가능도시교통연구센터 교수
[기고] 수송 탄소중립 `외부비용 내부화`가 해법
"불편하고 이득 없는 수송 탄소중립, 꼭 해야 하는 걸까요?" 언젠가 필자가 받았던 질문이다. 합리적인 의구심이다. 가령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보다는 내 승용차를 이용하는게 편하고, 비싼 전기·수소차보다 값싼 내연 승용차를 이용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니 말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이슈는 자식(미래 세대)을 위해 불가피하게 부모(현 세대)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당위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지금 당장 탄소중립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오는 2050년도에 입게 될 피해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3%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송 탄소중립은 무엇보다 미래 세대의 사회적 기후환경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통체계 규범을 재정립함으로써 실현 가능하다. 이러한 체계는 현실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교통계획자는 개인이 아닌, 전체 교통망의 통행비용 최소화(System Optimum)를 추구한다.

예를 들어 신호체계는 개별 통행시간이 아닌 교차로 전체 통행시간의 최적화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통행요금 역시 사회적 비용 최소화를 목적으로 부과된다. 만약 신호 교차로 없는 비규제 교통체계라면 각자 빠른 통행만을 추구하는 탓에 결국 모두가 시간적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신호등이나 통행요금 역시 처음에는 불편함과 부담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그로써 교통시스템의 균형이 잡혀 혼잡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시스템 균형이 결국 '나의 이익'으로 이어진 셈이다.

수송 탄소중립은 수송 연료 간 상대가격 정상화 등 외부비용의 내부화(Internalization)를 전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포지티브 전략만 취하는 모양새이다. 유류세 인하 및 무공해차 지원 조치가 대표적이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 재정은 재정대로 소모한 채 종국에는 정책 실패가 예상된다. 현실은 무공해 수송수단으로의 전환이 아닌, 현상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치는 현 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 간 사회적 불편익 비용의 불형평성을 초래하고 미래 세대에 추가적 부담을 안겨준다.

교통 이용자는 TCO(Total Cost of Ownership)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내연기관에 사회적 비용을 내부화함으로써 수송 연료 간 비용 차이를 줄이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무공해 수송수단 등의 경제적 혜택 조치는 내연기관의 탄소세 등 현실화를 전제로 비로소 실질적인 탄소중립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유류세, 교통에너지환경세, 유가연동보조금 등 수송 세제 전반에 대한 정책 교정의 결단이 중요하다.

동시에 무공해 수송수단의 경제적 혜택은 더욱 확대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 세대의 빚이 아닌 현 세대의 조세로부터 재정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활성화도 마찬가지이다. 기후동행카드와 같은 교통혁신 정책은 혼잡통행료와 주차료 등 혼잡비용을 정상화해야만 더 의미가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수송 탄소 배출량은 2018년 이래 4년간 고작 0.3% 감축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2030년까지 남은 8년간 무려 37.5%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냉정한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현 세대의 비용 부담과 당장의 불편함을 거부하면 수송 탄소중립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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