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방심위원장 訪美 당시 구글 본사 임직원과 담판…정치권 뒷북 설전
언론노조·野 "왜 책상치며 얘기하냐, 입틀막 제재 구글코리아가 항의" 성과 부정
與 "후속협의를 왜곡, 부사장이 'promise'해…나라망신? 또 '셰셰' 사대주의"
부산 50대 남성 유튜버가 경쟁 유튜버를 흉기 살해하는 장면이 생중계된 영상이 10시간 방치되다 '늑장 삭제'된 논란 등 후속 조치에 나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입씨름으로 소음을 키우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나라 망신"이라며 류희림 방심위원장 사퇴 주장을 이어갔고, 여당은 지난 14~18일 방미 중 '구글 본사' 임직원에 항의해 약속받은 성과를 폄하하지 말라고 맞섰다.
지난 5월13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방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탈북작가 장진성씨의 탈북여성 성폭력 의혹을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 등에 관한 안건 총 7건을 의결했다.<연합뉴스 사진>
국민의힘 미디어특위(위원장 이상휘)는 29일 성명을 내 "민주당이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미국 출장 성과를 깎아내리다 '셰셰' 사대주의 방침이 드러났다"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만해협 갈등 발언 논란에 빗댔다.
특위는 "민주당은 류 위원장이 구글 부사장과 담판(16일)지어 불법 유해 콘텐츠에 대한 신속한 삭제 조치 '약속'을 받아낸 것에 대해 '왜 책상을 치며 얘기하느냐'며 '나라 망신'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비난을 했다"고 했다.
이어 "국내 이용자 보호와 국익을 위해 당당히 요청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지 국민은 이해할 수 없다. 응원해도 모자랄 판에 망신으로 규정하고 선동하는 민주당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이냐"고 반문했다.
또 "류 위원장의 명백한 미국 출장 성과를 '허위'라 우긴다"며 "매년 국내에서 엄청난 수익을 내는 해외기업에 한국의 법과 제도 준수, 국민 안위를 요청하지 말란 사대주의 강요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특위는 전날(28일) "류 위원장은 미국에서 마컴 에릭슨 구글 부사장을 만나 '한국 내 불법 유해 콘텐츠에 대한 신속한 삭제, 차단 협조' 약속을 받아냈다"며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거두지 못한 쾌거"라고 피력했다.
이어 "출장 직전 발생한 50대 유튜버 살인사건의 영향이 컸다. 해당 영상은 방심위가 구글에 삭제요청을 했음에도 10시간 넘게 방치됐다"며 "류 위원장은 국내 이용자와 국익을 위해 협조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 "에릭슨 부사장은 이에 'promise'란 단어를 쓰며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을 약속했다"며 "야권은 그러나 축하하긴커녕 트집잡기에 바쁘다. 류 위원장 성과는 언급하지 않고 협조 요청 태도를 트집잡아 억지 비난했다"고 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살인영상 같은 불법 유해영상이 아이와 학생들에게 노출돼도 좋은가"라며 "야권 방심위원은 '구글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황당한 인터뷰까지 했다. 구글코리아에 류 위원장 성과를 확인하는 촌극까지 벌였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심지어 후속 협의를 위한 구글코리아의 방심위 방문을 '항의 방문'이라고 왜곡 보도한 매체들도 있다. 이 역시 류 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성과를 폄훼하려는 악의적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9일 오전 부산법조타운 인근에서 유튜버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A씨가 오후 중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압송되고 있다. 부산지법 앞에서 50대 남성이 유튜브 방송을 하던 경쟁관계의 5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피해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1시간40분여 만에 용의자 A씨를 경주에서 검거했다.<연합뉴스 사진>
앞서 민주당은 이날 한민수 대변인 논평으로 "류 위원장이 퇴임 전 급조된 도피성 출장에서 외교 망신까지 저질렀다"며 "언제까지 국민이 대신 부끄러워해야 하냐"고 주장했다. 방심위가 '구글 입틀막'을 시도했단 취지다.
한민수 대변인은 "'구글코리아'가 구글 부사장과의 실무 협의에서 사전 조율된 의제와 관련 없는 이야기를 했다며 방심위를 항의방문했다"며 "류 위원장은 나라 망신도 부족해 뻔뻔한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했다"고 했다.
그는 "'구글 측이 한국 내 불법·유해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신속한 삭제·차단 조치를 약속했다'던 방심위 발표는 대체 뭐냐"며 "심지어 구글 측(본사)과의 회의 중 (류 위원장이) 책상을 쾅 내리치며 호통 쳤단 소문이 무성하다"고 했다.
한 대변인은 "(류 위원장은) 간부회의에선 '당시 일부러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자랑하듯 스스로 무용담을 늘어놨다고 한다"는 전언이 있다며 "입틀막 제재로 나라 망신", "외국 기업에도 위압감을 조성하면 통할 줄 알았나"라고 쏘아붙였다.
한 대변인은 "류 위원장은 외교 망신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KBS 장악 문건을 보도한 MBC를 신속심의에 다시 올리며 보복을 자행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남은 임기 운운하지 말고 류 위원장을 당장 해촉하라"고 요구했다.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도 앞서 성명에서 류 위원장이 구글과의 미팅에서 책상을 쾅 치는 등 호통을 쳤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오죽하면 구글코리아에서 출장 이후 방심위에 항의 방문을 왔겠느냐"고 주장했다. 여당은 협의방문을 왜곡한 것이라고 맞받은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