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연합)의 서슬 퍼런 DMA(디지털 시장법)에 애플이 무릎을 꿇었다. 12일(현지시간) 더버지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EU 국가에서 iOS용 앱을 자사 앱스토어뿐 아니라 개발자의 웹사이트에서 배포하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EU가 '빅테크 갑질'을 규제하는 DMA를 시행한 데 따른 조치다.
애플의 새로운 웹 배포 기능은 올해 상반기, 구체적으로 여름 이전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함께 사용할 수 있고, 이를 적용받으려면 개발자들이 애플이 정한 엄격한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더버지는 전했다. 애플은 개발자들이 자체 개발한 앱을 타사 마켓플레이스, 제3자 앱스토어를 통해서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개발자들은 낮은 가격에 앱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애플에 최대 30%의 거래 수수료를 내야 했다.
애플은 웹사이트를 통해 앱을 배포할 경우 몇 가지 주요 보안장치를 둘 계획이다. 이는 애플 앱 개발 생태계 내에서 관련 작업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애플은 "웹 배포를 통해 제공되는 앱은 모든 iOS 앱과 마찬가지로 플랫폼 무결성을 보호하기 위한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면서 "개발자는 앱스토어 커넥트에 등록된 웹사이트 도메인에서만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U의 아이폰 사용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앱을 설치하려면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가 아이폰 설정에서 앱을 설치하도록 승인해야 하고, 앱을 설치할 때 시스템 시트에 앱 개발자가 사전에 애플에 제출한 앱 명칭, 개발자 이름, 앱 설명, 스크린샷, 시스템 연령 등급 등이 표시된다.
그런 만큼 개발자가 웹을 통해 iOS 기기용 앱을 배포하는 방식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고 더버지는 평가했다. 애플은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자가 특정 기준을 충족하고 정해진 요구 사항을 준수하도록 승인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자는 애플의 개발자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고 EU에 법인이나 소재지, 또는 자회사를 두고 있어야 한다. 또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에서 2년 이상 '굿 스탠딩'을 유지하고, 직전 연도에 EU에서 iOS용 앱 첫 설치 수가 100만건을 넘은 앱을 보유해야 한다.
웹으로 배포되는 앱, 관련 사기, 악의적이거나 불법적인 행위, 사용자 안전, 보안, 개인정보 보호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애플과의 소통에 응답 가능해야 한다. 또한 투명한 데이터 수집 정책을 게시하고 사용자가 데이터 수집 및 사용 방법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100만 다운로드 앱 보유를 조건으로 둠으로써 신규 개발자에는 아예 문을 닫고 대형 개발자에만 허용하는 정책을 펴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앱 다운로드 방식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에픽게임즈의 경우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더버지 측은 분석했다.
한편 EU는 애플이 '대체 앱스토어' 설치를 막았다는 에픽게임즈 주장과 관련, 담당 부서에 이를 먼저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고 이달 7일 밝혔다.
DMA에 따라 애플 측에 이번 사안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7일 시행된 DMA에 따르면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 애플·메타 등 6개 사는 외부 앱 및 대체 앱스토어 설치 등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허용해야 한다.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가 과징금으로 부과되고 반복 위반 시 20%로 늘어날 수 있다. 반복적 혹은 '조직적' 위반 행위가 확인되면 규제 대상 기업에 문제가 된 사업 부문 강제 매각 명령도 내릴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인 에픽게임즈는 애플 앱스토어와 경쟁하기 위해 iOS용 대체 앱 마켓을 개발·설치하려고 했으나 애플이 이를 거부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이런 결정이 자사의 팀 스위니 최고경영자(CEO)의 애플 공개 비난에 대한 '보복성 조처'라면서 명백한 DMA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EU 집행위는 앞서 4일에는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소비자가 더 저렴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차단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매출 0.5%에 해당하는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