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양준모 칼럼] 포퓰리즘에 물든 국가는 망한다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양준모 칼럼] 포퓰리즘에 물든 국가는 망한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잠재 경제성장률은 한 번도 증가한 적이 없다. '한강의 기적'이란 말은 사라지고 있다. 이승만 정부(1954~1960)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3%이었지만 노무현 정부는 4.7%, 이명박 정부는 3.3%, 박근혜 정부는 3.0%,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2.3%였다.

인기영합주의가 남미의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듯이, 우리나라도 인기영합주의가 국정에 뿌리를 내리면서 국가채무는 급증하고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저출산과 고령화, 재정 악화와 가계부채로 상황은 어느 때보다 더 어렵다.

1997년 외환위기의 이면에는 노사 관계 악화와 이에 따른 노동 비용의 급증으로 기업의 경쟁력 상실 과정이 있었다. 이후 계속되는 친(親)노조 정책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렸고 저성장을 고착화했다.

주요 병원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파업이라는 비난도 있다. 노조의 파업이 정당하다면 전공의 사직도 정당한 것이다. 집단 파업은 언제나 파괴적이다. 파업이 기업인의 인생을 파탄낼 수 있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파업은 언제나 자제돼야 한다. 노동개혁은 시대적 과제임이 분명한데 아무런 진척이 없다.

인기영합주의는 복지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만들었고, 불합리한 정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복지정책을 개혁하지 않으면 정부는 재정 부족으로 아무 일도 못 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70년의 약속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는 10년이 멀다 하고 수시로 바뀌었다. 약속은 허언에 불과했고, 미래세대는 지금 약속된 연금제도를 누릴 수 없다.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복지부는 미적립 부채를 감추며 개혁을 뒷전으로 미룬다. 연금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해결하지 않고 복지부는 엉뚱한 정책을 내놓았다.

현재 의대 정원이 3058명인데 2025년부터 5058명으로 증원하여 2031년부터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를 추가적으로 더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의사만 배출해서는 의료서비스를 개선할 수 없다. 서울대병원의 전체 의사 수는 1950명이고 전체 직원 수는 9091명이다. 매년 서울대병원이 하나씩 더 생기고, 관련 직원까지 매년 1만명이 증가해야 한다.

5년 뒤에 다시 정원을 줄일 계획인지는 모르지만,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사가 돼 수십 년간 의료행위를 한다. 5년 뒤에 수만 명을 해고하고, 생겨난 병원을 폐업시키지 않는 한, 의사와 관계자의 수는 누적된다. 고령화로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의사의 수는 제한적이다.

복지부가 불합리한 정책을 솔선해서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복지부가 공정과 상식을 잃고 인기영합주의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1990년 이후 30여 년간 누적된 부작용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기영합 정책으로 생산성은 떨어지고, 저성장으로 재정은 악화한다.

2022년 5167만명의 총인구는 2024년 5175만명으로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하여 2072년에는 3622만명으로 줄어든다. 2072년에는 국민의 47.7%가 65세 이상의 노인이 된다. 지금 재정지출을 동결해도 15~64세 생산연령인구 1인당 조세 부담액은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재정은 고갈되고 돈 낼 사람도 없다.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경제는 엉망이 된다.

2022년과 2023년 2년간 15~64세 인구는 54만3000명이 감소했다. 취업자의 연간 근로시간도 줄어들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여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OECD 평균의 함정에 빠져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잘못된 정책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를 망치고,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연금을 더 주어야 한다며 재정을 파탄내는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하지 않았다. 이제 의대 정원 급증으로 산업구조를 왜곡하려고 한다.

개혁으로 생산성을 올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소멸한다. 인구가 줄어들어 소멸하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 감소와 재정 파탄으로 국가가 소멸하는 것이다. 국민이 인기영합주의를 경계하고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