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국내 발생 조류독감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변이 바이러스, 기존 바이러스보다 인체 감염 높아
국내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변이가 일어나 포유류나 사람에 감염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직 국내에서 조류독감 감염 사례는 없지만, 최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어 진단 기술과 백신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최영기(사진)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장 연구팀이 2021년 국내에서 발생한 H5N1형 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변이로 인해 포유류 감염 가능성이 높아졌고 병원성도 증가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파타고니아 물범 집단 폐사 등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피해와 인체 감염 가능성 우려가 유럽, 북미, 남미 대륙에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주로 겨울 철새가 바이러스를 옮기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재조합을 통해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만들어져 일부는 종간 장벽을 넘어 인체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연구팀은 2021년 국내 발생한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수용체에 결합하는 부위인 항원성 돌기(헤마글루티닌)에 변이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이어 변이 부위 아미노산만을 치환한 재조합 바이러스를 제작해 세포와 동물에서 변의 영향력을 평가한 결과,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조류의 수용체뿐 아니라 포유류의 수용체에도 향상된 결합력을 보였다. 조류, 포유류, 인체 유래 세포를 이용한 감염 실험에서도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해 인체 유래 세포에 대한 향상된 감염성을 나타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동물실험에서는 조류에선 기존 바이러스와 비슷한 증식성과 병원성을 보였으나, 쥐나 페럿 실험에서는 증식성과 병원성이 모두 높아졌다. 인체 감염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인체 유래 기관지 상피세포 오가노이드에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분석한 결과, 변이 바이러스는 인체 유래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감염 양상과 증식성을 보였다. 이는 바이러스에 생긴 변이가 인체 감염 가능성을 증가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영기 IBS 센터장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수용체 중 특정 아미노산의 변의로 인해 포유류와 인체감염 가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로 변화할 수 있으며, 이런 변이가 아시아 지역에서 점차 증가하는 것을 실험과 대용량 유전체 정보분석을 통해 규명했다"며 "앞으로 신속 정확하게 진단하는 방법과 인체감염에 대비할 수 있는 백신 개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신종 미생물 및 감염(1월 8일자)' 온라인에 실렸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