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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연체자 대사면… 금융신용체계 함부로 흔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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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연체자 대사면… 금융신용체계 함부로 흔들면 안 된다
11일 국회에서 신용사면 민·당·정 협의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국민의힘이 서민과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이른바 '신용사면'을 단행하기로 했다. 당·정은 11일 국회에서 금융권과 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엄중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인 신용 회복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고, 금융권에 관련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이르면 내주 초 협약을 체결하고 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00만원 이하 채무 연체자가 올해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하면 연체 기록이 삭제된다. 대상자는 최대 290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취약계층에 한해 금융채무와 통신채무를 합쳐 채무를 조정하는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사 대출과 통신비를 동시에 연체한 이들은 37만명으로 추산된다.

돈을 빌렸다가 연체를 하면 신용점수가 내려가고 차후 대출받는 것도 까다로워진다. 뒤늦게 돈을 갚더라도 연체기록이 남아 금융거래에 차질이 생긴다. 연체 기록은 한국신용정보원이 보존하고 금융기관과 신용평가회사가 공유한다. 이를 바탕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신용불량자를 걸러낸다. 연체가 금융업 최대의 리스크여서 그렇다. 그런데 신용사면으로 연체 기록이 삭제되면 우량신용자와 신용불량자를 구분할 방법이 없어진다. 이는 금융권 부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고생해서 빚을 제때 갚은 이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일으킨다.


물론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사태로 불가피하게 연체의 늪에 빠진 사람들을 배려하겠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한다. 지금도 연체 기록으로 여전히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과 소상공인들이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신용사면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금융의 기본원칙인 '신용'을 훼손할 수 있다. 때문에 신용사면은 극도로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더구나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신용사면을 단행하니 총선용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만약 총선용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꼴이 된다. 금융신용체계를 함부로 흔들면 안 된다. 금융의 생명인 '신용'이 깨져버리면 금융시장 질서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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