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물만 마셔도 살찐다는 친구랑 동거한지 3개월 차'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에게는 중 2 때부터 15년 가까이 친하게 지내는 친구 B씨가 있다. A씨는 "(B는) 중2 건강검진 때 86㎏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그보다 살집이 더 있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대학은 달라도 집에서 통학해서 정말 많이 붙어 다녔다"며 "제일 많이 들었던 소리가 '난 물만 마셔도 살쪄. 막 먹어도 안 찌는 니가 부럽다. 체질이 중요한가 봐'였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고 했다.
이후 A씨는 B씨와 한집에서 살게 됐다. 그때 B씨의 본모습을 알게 됐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저는 집에서 일을 하고 친구도 취준생이라 집에 있다 보니 24시간의 모습이 다 보이는데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말은 지금도 입버릇처럼 자주 한다. 자기는 '라면 하나를 다 못 먹는다', '남들 먹는 거에 절반만 먹는데 왜 살이 안 빠지지' 등등 특히 제가 뭔가를 먹고 있을 때 그런다. 그런데 저는 이제 알 것 같다. 친구가 왜 살이 쪘는지"라고 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오전 10~11시쯤 일어나서 과자 1~2봉지나 초콜릿 같은 것을 먹고 제로 탄산음료를 필수로 마신다. 이후 오후 2시쯤 되면 A씨가 점심을 먹는데 그때 B씨도 같이 먹는다고 한다. A 씨가 밥 한 숟가락에 반찬 1개 집어먹으면 B 씨는 밥 한 숟가락에 반찬 2~3개는 필수다. 라면을 먹어도 A 씨는 면을 다 먹고 국물은 절반 이상 남기는데 B 씨는 국물은 다 먹고 면은 한 젓가락 남기고는 '라면 하나 다 먹는 네가 신기해'라고 한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오후 4~5시쯤 되면 B 씨는 냉장고를 열어 과일을 깎아 먹는다. 오후 7시 저녁은 대부분 집에서 생선이나 삼겹살 굽거나 부대찌개, 떡볶이, 돈가스, 카레 같은 간단한 고기 위주로 해먹는데 A 씨는 한 숟가락을 먹을 때 오랫동안 꼭꼭 씹어 먹는 편이고 B 씨는 빨리 먹는 편이다 보니 먼저 식사를 마치고 나면 '진짜 맛있게 잘 먹는다', '그렇게 먹고도 살 안 찌는 게 신기하다', '먹는 건 네가 더 먹는데 살은 왜 나 혼자 찌냐 억울하다' 등의 말을 한다고 한다.
A 씨는 "오후 11시쯤 되면 B 씨가 뭐 하나 시켜 먹자고 물어온다. 초반에는 거절을 못 해서 같이 먹다가 속이 쓰리고 살도 찌는 것 같길래 요즘은 안 시키는데 간간이 새벽에 부스럭 소리 나서 나가보면 생라면을 부숴 먹고 있더라"며 "살 안 찐 사람한테는 살 이야기를 해도 타격이 없는데 살찐 사람한테 살 이야기를 하면 나쁜 사람 소리 듣는 게 현실이다 보니 말도 못 하고"라고 토로했다.
A씨의 글을 본 네티즌들은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왜 살이 쪘는지 본인은 진짜 모르는 건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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