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요금 원가주의원칙 위배"
가스공사 미수금도 8.6조로 늘어
"사실상 차기 정부에 부담 전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전기·가스요금을 인상했어야 함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요금 조정을 계속 미뤄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의 재무 위기를 유발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감사원은 특히 요금 인상을 미루면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를 묵살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발전 공기업 등 다수 공기업, 일부 중앙부처는 사업이나 투자를 부실하거나 무리하게 추진, 2조원 상당의 예산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공공기관 25곳과 지도·감독 소관인 중앙부처 5곳 등 총 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다. 감사원은 "지난해 한전의 적자가 32조 7000억원 발생하는 등 주요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국민경제의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사 배경을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공요금 조정제도의 '요금 원가주의 원칙'이 유명무실화되면서 한전은 지난해 32조7000억원의 적자를 봤고, 가스공사 미수금도 8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2021~2022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요금을 조정하려 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이를 막으면서 요금 조정이 계속해서 유보된 탓이다. 감사원은 2021년 12월 17일에 열렸던 당시 청와대와 부처 간 경제현안조율회의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해당 회의에서는 산업부의 수정안과 기재부 안이 함께 상정됐다.
산업부 수정안을 따르면 2022년 한전 적자는 10조4000억원, 기재부 안에 따른 적자는 11조8000억원으로 예상됐는데도 기재부 안으로 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특히 전 정부가 차기 정부에 요금 인상 부담을 사실상 전가했다고 봤다.
기재부 안으로 결정 시 "요금 인상 부담을 차기 정부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 의견이 나왔는데도 강행했다고 감사원은 파악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공기업들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부실한 관리로 막대한 재정부담이 초래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LH는 2015년 청산을 결정했던 택지개발사업의 수요를 부풀려 2018년 12월부터 다시 추진했다.
결국 주택 수요 부진으로 최대 4346억원의 사업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LH는 또 손익관리 목표에 미달하는 행복주택사업, 마을정비형 공공주택 사업 등을 그대로 추진해 목표 대비 2257억원의 손실을 떠안을 전망이다.
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나 부동산 사업 관련한 부실도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산업부는 원전 건설이 지연되며 대체 발전인 LNG 발전량이 미리 수립했던 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 증가하는데도, 기본계획 내용을 그대로 적용해 결과적으로 수요를 과소 전망했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도 산업부의 LNG 수요 전망보다 더 발생하는 추가수요 연 300만∼400만톤(전체의 약 10%)에 미리 대응하지 못한 채 수시 현물구매로만 대응해 고가 구매 현상과 수급 불안이 초래됐다.
정부부처의 섣부른 정책발표로 수천 억원대 기회비용이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는 토지 보상비를 책정하기도 전에 산업단지 후보지를 미리 언론에 발표해 지가 상승을 유발했다. 감사원이 2008년 이후 시행된 12개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점검한 결과 불필요하게 늘어난 토지보상비가 529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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