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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K콘텐츠노믹스 빅뱅의 조건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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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서울예대 영상학부 교수
[포럼] K콘텐츠노믹스 빅뱅의 조건 (下)
K콘텐츠노믹스로 저성장 돌파하자

한국경제에 장기 저성장(1%대)의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자리도 제조업에선 8개월째, 청년층에게는 10개월째 내리막이라고 지난 14일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려면 지금 상태에선 '제2의 반도체' 같은 미래 먹거리, 신성장 산업을 찾는 길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신성장 산업을 어떻게 찾아 키워나가는가.

국가 전략산업을 찾는 첫 단계는 글로벌 환경에서 산업의 매력도(규모와 성장·수익 전망)와 국가 경쟁 능력을 따져보는 것이다. 해외 조사 자료를 보면,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향후 글로벌 성장률이 산업 전체 평균 보다 높다. 또 한국의 콘텐츠 산업은 K팝, K드라마, K영화가 세계적인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면서 웹툰·클래식 음악·미술 등에도 'K' 가 붙으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K콘텐츠는 전 세계에 '한류'를 일으켜 K뷰티, K푸드 같은 연관 산업의 몸집도 키워주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국내에는 생소한 '조선미녀'는 한류를 타고 미국·유럽 등에 수출되며 매출이 2021년 30억 원에서, 2022년 300억으로, 2023년에는 2000억 원으로 오른다고 한다. K콘텐츠가 인기가 있는 지역에선 국가 이미지가 올라가 다른 제조업의 수출에도 유리해진다.

이처럼 산업 매력도와 국제 경쟁 능력이 충분한 K콘텐츠 산업을 미래 신성장 먹거리로 만들 수는 없을까. K콘텐츠에 비해선 반짝임이 덜한 콘텐츠 산업을 가진 영국은 창조산업(문화콘텐츠+IT)의 규모와 일자리를 2023년 수준에서 2030년까지 50%나 늘리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는데, 한국이라면 그 보다도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K콘텐츠 및 이와 연관된 관광 등은 일자리의 큰 샘이 아닌가. 제조업이 첨단 자동화 되면서 수 천억 원을 투자한 공장도 신규 고용이 수십에 그치는 현실에선 이것들은 필수적으로 키워야 할 산업이다.

한국이 'K콘텐츠노믹스' 빅뱅(대폭발) 성장을 이루려면 먼저 국가적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현재 K콘텐츠 육성과 관련하여 정부와 민간 부문에 흩어져 있는 힘을 결집해야 한다. 미국의 인기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순회 콘서트를 할 때 마다 도시의 호텔·식당 등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스위프트 효과'가 뜨겁게 나타나자, 지난 7월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스위프트의 트윗에 대한 댓글로 '캐나다에 와서 공연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에는 전 세계 음반 판매량에서 스위프트를 앞서거나 바로 뒤를 쫓는 K팝 그룹들이 즐비하지만, 한국의 총리나 어느 지자체 장이 내수 또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K팝 그룹에 연락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총리 같은 지도자들과 K팝 그룹 사이에 어떤 위원회 같은 연결 고리라도 있었다면 그러한 요청을 하기 쉬웠을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들은 K콘텐츠와 관광·수출을 연계한다고 발표하지만 현장에서는 따로 따로여서 그 성과가 반쪽에 그치는 사례들이 많다.

정부가 구심점이 되어, K콘텐츠를 동력으로 하는 한류의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플랫폼에서 K팝·드라마 등 콘텐츠 창작업체는 물론 여행사·호텔, 종합상사를 포함한 기업, 정부의 문화·관광·수출 관련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 모든 관련 기관들이 모여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한다면, 수출·관광도 빛을 발하고 K콘텐츠의 힘도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관광정책이나 콘텐츠 업계 지원을 하는 정부·지자체의 시선이 글로벌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아시안 게임이 열리고 있는 항저우에는 호수 서호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수상 뮤지컬 '인상서호' 공연이 2006년 이후 매년 외국인을 포함한 수십만의 관람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한국의 여행사들도 요즘 인터넷 상에서 티킷 가격 6~7만 원으로 팔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진작 이런 관광공연의 창작이 시도됐어야 했다. 또 국내에 1000여개의 축제가 이뤄지고 있는데, 정부가 중심이 되어 K콘텐츠의 강점을 기반으로 해외 관광객을 불러 모을 대형 축제를 기획할 단계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영국 에딘버러 공연 축제에는 2023년에도 300만이 찾고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매년 40만 명을 불러들이며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청년 취업 문제 관련해서도 한류를 활용해 국가 차원에서 해외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K콘텐츠노믹스' 빅뱅 성장의 토대는 창의성 교육이다. 영국은 '창조산업의 재료는 사람'이라며 콘텐츠 산업에 배출할 창의적 인재 양성을 정책의 대들보로 삼았다. 창의성 교육은 인공지능(AI) 시대 콘텐츠 업계 뿐 아니라 제조업에도 창의적 인재를 공급하게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콘텐츠노믹스' 빅뱅 성장의 에너지를 모을 비전의 선언이다. 정부의 지도자가 'K콘텐츠노믹스'로 경제 성장의 새로운 발전소를 만들겠다는 깃발을 내걸고 'K콘텐츠는 일자리다', '한류를 타고 경제의 대양으로 나가자'는 것 같은 슬로건을 외칠 때 국가적 에너지도 만들어질 것이다. 영국에선 창조산업의 책임자는 문화부 장관이 아니라 총리와 부총리급 재정기획부장관이다. 우리도 지도자가 내건 비전이 공유되어야

본 시리즈상편에서 제기된 '교육 규제'도 현실에 맞게 풀릴 것이고 창의성 교육을 위한 교육 혁신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유례 없는K콘텐츠의 기회를 혹시라도 국민적 자부심만 주는 '계란'으로 보지 말고, 경제와 일자리를 살릴 '황금알'로 바라보며 '100년 한류' '100년 황금알을 낳을 거위'를 만드는 일에 본격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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