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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학 칼럼] `사이다` 이재명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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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학 이사 겸 편집국장
[정구학 칼럼] `사이다` 이재명의 허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인 승급심사를 받는다면 강등감이다. 그의 '방탄 단식'은 정치인의 덕목인 △결단력 △선공후사(先公後私) △언행일치 등 3가지 평가에서 낙제점에 가깝다.

정치 9단의 반열에 올랐던 '3김'과 비교해보면 이 대표의 '정치 깜냥'을 가늠해볼 수 있다. 1983년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요구하며 23일이나 단식했던 김영삼 당시 야당지도자를 떠올려 보라.

이 대표는 26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북한송금 지원과 백현동 개발비리 혐의로 구속된다면 그의 정치운명은 캄캄해진다. 당초 이 대표가 내건 단식의 명분은 윤석열 정부의 일방 독주에 대한 반발이었다. △민생파괴에 대한 대국민 사과 △일본 오염수방류 반대입장 천명 △개각 단행 등을 윤 정부에 요구했다. 이런 그가 국회 체포동의안 투표를 하루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결을 호소하면서 본색을 드러냈다. '방탄 단식'을 자인한 셈.

지지층에게 통쾌한 '사이다 발언'을 날리던 이재명 다움이 아니었다. 옹졸하게 '사이다+콜라+홍삼'을 뒤섞은 보신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재명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뒤엉켰다. 겉포장했던 원형질의 껍질이 벗겨졌을 수도 있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열변을 토하는 영상은 유튜브에 넘친다. 이 약속을 저버리는 표변에 국민은 '혹시나'에서 '역시나'하며 탄식한다.

가정이지만, 이 대표가 영장담당 판사 앞에 당당하게 나가겠다고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개딸'의 지지는 물론이고 일부 중도층마저 그의 용기를 인정했을 것이다. 병원에서 국회의사당으로 나오기만 했더라도 수척한 그를 인지상정으로 동정하는 '부결표'가 늘었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속칭 '공돌이' 시절 삶을 비관, 자살을 두 번이나 시도한 적이 있다. 경북 안동 산골에서 태어나 초교를 졸업하고 경기도 성남으로 올라와 13살부터 공장생활을 할 때다. 프레스에 끼여 다친 왼팔을 치료할 돈이 없자 수면제 20알을 먹고 연탄불을 피워놓았지만 죽지 않았다. 수면제를 달라는 어린애의 의도를 눈치 챈 동네약사가 수면제 대신에 소화제를 줘서다.

당시 심정에 대해 이 대표는 "유서를 썼다. 엄마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보였다. 너무 지쳤다고 말하고 싶었다. 눈물 때문에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의 추락은 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온 좌파진영 리더의 역량 후퇴를 의미한다. 혜성같이 등장해 너무나 솔직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심어준 기득권 타파라는 좌파 이미지는 20년만에 변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성이 아닌 감성과 팬덤에 의존하는 천박한 정치세력으로 변질됐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랬다. 촛불정국의 어부지리로 대통령이 된 그는 탁현민이 연출하고, 좌파 경제학자들이 주문하는 대로 움직인 '꼭두각시 대통령'이었다.

구호는 '사람이 먼저다'였지만 '감성이 먼저'였다. 과학이 아닌 감성적인 영화 한편을 보고 '탈원전'을 시도할 만큼 나라를 나락에 빠뜨렸다. 최저임금을 올려줘서 경제가 살아난다면 다른 선진국들은 왜 국민1인당 최저임금을 연간 1억원으로 올리지 않겠는가. 인간본성과 경제의 기본원리를 무시한 소득주도성장은 애꿎은 청년일자리만 줄이고, 집값만 올려놓았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문 정부의 집값 통계조작실태를 보면 문 정부 때 공무원은 영혼을 팔아먹은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일해야 했다.

문재인은 2017년 1월 당내 대선후보 경쟁자였던 이재명을 "선명하고, 돌파력이 있다"며 정치능력을 인정했다. 이제 이재명의 선명함은 '꼼수'로, 돌파력은 '오락가락'으로 추락했다.

"혹시 연수원생 자격을 박탈당할지 모른다.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많이 온 것이다. 지금부터 얻는 것은 덤이니, 다 잃어도 괜찮다." 이 대표가 자서전에서 1988년 7월 사법연수원 동기생들과 대법원장 연임 반대 연판장을 준비할 때를 떠올렸던 말이다. 지금 처지에도 딱맞는다.

정구학 이사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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