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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기원의 비밀 담겼을까…250그램 `소행성 선물` 지구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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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소행성 탐사선이 채취한 소행성 '베누' 샘플 지구로
열 차폐막으로 보호된 캡슐, 탐사선서 4시간 전에 분리
유타에서 나사 존슨우주센터로 이송돼 26일 캡슐 개봉 예정
5000도 화염 이기고 무사 귀환...생명의 기원 힌트 줄지 관심
생명기원의 비밀 담겼을까…250그램 `소행성 선물` 지구 안착
소행성 베누의 샘플이 들어있는 캡슐이 24일 밤 유타주 사막에 착륙한 후 임시 클린룸으로 옮겨졌다. 사진=나사

지구가 생기기 전에 존재했던 물질, 심지어 태양계 이전에 존재했던 물질이 담겨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행성 부스러기가 지구 품에 안겼다. 이를 분석하면 지구는 어떻게 형성되었고 왜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인지, 바다는 어디에서 물을 얻었고, 대기의 공기는 어디에서 왔는지 같은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 분자의 근원은 무엇인가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학자들은 소행성 샘플이 담긴 캡슐의 뚜껑을 26일(현지시간) 개봉할 예정이다.

◇소행성 샘플 담은 캡슐, 13분간 대기권 무사 통과해 착륙

소행성 '베누(Bennu)'의 샘플이 담긴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의 캡슐이 현지시간으로 24일 오전 8시, 우리 시간으로는 밤 11시53분 미 유타주 사막에 떨어졌다. 이 캡슐에는 소행성 '베누'의 부스러기 250그램 정도가 들어있었다.

생명기원의 비밀 담겼을까…250그램 `소행성 선물` 지구 안착
소행성 베누 샘플이 담긴 캡슐이 우리나라 시간으로 24일 밤 11시 52분께 미국 유타주 사막에 착륙했다. 사진=나사

이날 무인 탐사선 오시리스-렉스는 샘플이 착륙하기 4시간 전 지구 위를 스쳐 지나가면서 10만 킬로미터 상공에서 샘플이 든 캡슐을 투하했다.

탐사선과 캡슐이 분리된 것은 지구와 달의 약 3분의 1 거리 지점으로, 자칫 실수가 있으면 캡슐이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우주 미아가 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목표한 지점을 향해 떨어지던 캡슐은 120킬로미터 상공에서 대기권에 진입했다.

자동차 타이어 크기의 이 캡슐은 초속 12킬로미터 이상 속도로 떨어지며 대기권을 통과하는 13분 동안 5000도 넘는 열을 견뎌야 했다. 화염에 싸인 채 대기권을 지났지만 다행히 열 차폐막으로 보호되도록 설계됐다.

자유낙하하던 캡슐은 착륙 10분여 전에는 제동 낙하산이, 약 5분 전에는 주낙하산이 펴지면서 속도를 늦췄다. 나사는 착륙 약 1시간 전부터 착륙 과정을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냈다. 샘플이 무사히 도착하자 나사가 미리 준비해둔 헬리콥터가 캡슐 수거에 동원됐다.

이날 빌 넬슨 나사 행정관은 "오시리스-렉스팀에 축하를 보낸다. 여러분이 해냈다"면서 "그동안 지구에 가져온 소행성 샘플 중 가장 큰 것이다. 불가능한 임무가 아니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것이다"라고 말했다.

생명기원의 비밀 담겼을까…250그램 `소행성 선물` 지구 안착
나사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 이미지 사진=나사

◇2년 4개월여 간의 지구 귀환길

오시리스-렉스는 샘플을 갖고 2021년 5월10일 지구로의 귀환길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은 지구에서 태양 간의 거리 13배인 19억5000만 킬로미터에 달했다.

오시리스-렉스는 7년간 임무를 수행해 왔다. 2016년에 나사가 오시리스-렉스를 폭 500m의 소행성 베누를 향해 발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탐사팀이 우주 암석 표면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할 수 있는 위치를 파악하는 데 2년, 소행성의 지도를 만드는 데 2년이 더 걸렸다. 샘플 채취는 2020년 10월 20일 이뤄졌다. 소행성 표면을 내리치고 질소 가스를 분출한 후 사방으로 튕기는 잔해를 수집챔버에 담았다.

한편 캡슐을 내려놓은 오시리스-렉스는 '아포피스'라는 소행성을 향해 또 한번의 비행에 나섰다. 소행성과의 랑데뷰는 2029년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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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베누의 샘플을 담은 캡슐의 지구 귀환 과정. 귀환 약 4시간 전에 캡슐과 탐사선이 분리된 후 13분간 대기권으로 떨어졌다. 귀환 10분여 전에는 제동 낙하산이, 약 5분 전에는 주낙하산이 펴졌다. 이미지=나사

◇최악의 상황 가정한 사전 훈련

한편 과학자들은 유타주 현지에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대응팀을 대기해 두고 있었다. 이에 앞서 2004년 태양풍의 샘플을 채취한 캡슐 '제네시스'가 지구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중력 스위치가 잘못 설치돼 낙하산이 펴지지 않다 보니 캡슐이 시속 3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지면과 충돌한 바 있다. 그 충격으로 내용물이 깨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단테 로레타 교수는 "우리는 우발적인 상황,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것, 마주칠 수 있는 모든 끔찍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번 오시리스-렉스의 캡슐을 제조한 록히드 마틴의 리처드 위더스푼은 "제네시스에서 발생한 오류는 일부 중력 스위치가 거꾸로 설치돼 있었던 것이 원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오시리스-렉스 캡슐의 중력 스위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설치됐는지 여러 번 확인한 만큼 문제 없이 작동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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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베누' 크기.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프랑스 에펠탑보다 약간 크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현지 진창 많아 헬기로 이송…질소로 밀봉해 지구물질 오염 차단

현지에서는 기상학자들이 며칠 동안 기상관측용 풍선을 띄워 최종 낙하 위치를 예측하기 위한 데이터를 얻었다.

올해 사막에 내린 많은 비로 인해 웅덩이가 생기고 진흙이 상당히 많이 쌓여 있다 보니 캡슐 이동은 일반 차량 대신 헬리콥터가 동원됐다. 헬리콥터로 낙하 지점으로 날아가 캡슐을 그물망에 넣은 후 더그웨이의 임시 클린룸으로 옮겼다. 무균실에서 베누 샘플이 담긴 캡슐의 내부 용기를 꺼내 질소로 밀봉한 후 25일 텍사스에 있는 나사 존슨우주센터로 이송해 정밀 분석을 하게 된다. 전체 작업은 지구 오염 물질이 샘플에 유입되는 것을 완전 차단하도록 짜였다. 과학자들은 화요일에 처음으로 샘플을 보기 위해 캡슐의 뚜껑을 열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크리스토퍼 스니드는 "베누는 탄소질 소행성으로, 우리는 이러한 유형의 소행성이 행성의 구성 요소이며, 태양계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생각한다"면서 "여기에서 행성을 만든 물질, 지구를 만든 원소, 그리고 아마도 지구에서 생명을 탄생시킨 화합물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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