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한양대 교수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자를 지원하는 '리더연구'에 선정돼 계산기하학 분야 기초이론인 '보로노이 다이어그램' 연구를 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평면 위에 찍힌 여러 개의 점 사이에 수직이등분선을 그어 이어 붙인 도형으로, 우크라이나 수학자인 브로노이가 만든 이론이다. 김 교수는 보로노이를 분자단백질 모델링과 단백질 합성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던 중 미 공군의 과제를 수주해 인공위성 간 거리를 측정해 충돌하지 않는 위험예측 및 회피궤도 최적화 기술로 발전시켰다. 이 기술을 토대로 2021년 스페이스맵을 창업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강창율 전 서울대 약대 교수는 과기정통부의 대표적인 집단연구 지원사업인 선도연구센터에 2002년 선정돼 류마티스 질환 연구에 매달렸다. 이후 류마티스의 생성과 신호전달 조절인자를 규명하는 성과를 토대로 2006년 난치성 암 개인맞춤형 면역치료기술을 보유한 셀리드를 창업해 2019년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이 회사는 환자 세포 사용한 맞춤형 면역치료백신 파이프라인 5종을 개발해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이같이 씨뿌리기식 기초연구가 시장, 창업과 바로 연결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실험실에서 탄생한 기술이 산업과 생활에 즉각 변화를 주고 있는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표적인 개인·집단 기초초연구지원 사업인 리더연구, 선도연구센터 등 신규 과제를 1120개를 선정하고 지원에 착수했다.
올해 기초연구사업에는 총 5183개 과제가 접수됐고 해외평가, 토론평가, 발표평가 등을 거쳐 대상 과제가 선정됐다. 사업에는 총 1121억원이 투입된다. 개인 기초연구자의 창의적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1997년 시작된 리더연구에는 이광열 고려대 교수(다성분 나노입자 구조론 연구), 조은경 충남대 교수(자가포식·면역대사 연결고리 해석을 통한 감염제어 연구) 등 7개 과제가 선정됐다. 이들 과제에는 연간 8억원의 연구비가 9년간 지원된다.
1997년 첫 시행 이후 총 259명의 연구자가 선정돼 1조20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연구결과는 새로운 지식창출과 원천기술 확보, 기술창업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세포분화와 발생과정 규명(주영석 KAIST 교수),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 발견(강봉균 서울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 시작된 집단 기초연구사업인 선도연구센터는 올해 25개 과제가 선정됐다. 수리기계학습연구센터(황형주 포항공대 교수), 순환경제기반탄소중립건축센터(문진우 중앙대 교수), 대사이상 간질환연구센터(노구섭 국립경상대 교수) 등 이학, 공학, 기초의과학 분야가 고루 포함됐다.
선도연구센터에는 지금까지 총 2조9148억원이 투입됐다. 그 결과 4만2000여 명의 석·박사 인력을 길러냈다. 이들 인력은 연구기관, 기업 등 각계로 진출해 활약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 최초 코스닥 상장사인 마크로젠을 비롯, 쎄트렉아이, 제넥신, 애니젠 등이 선도연구센터를 거쳐 탄생했다. 과기정통부는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우수한 박사후연구자의 국외 연수를 지원하는 '세종과학펠로우십 국외연수 트랙'을 올해 신설해 50개 과제를 지원한다. 또 개인기초연구를 폭넓게 지원하는 '기본연구(924개 과제)', 3∼4명의 소규모 기초연구 집단을 지원하는 '기초연구실(114개 과제)'을 추진한다.
윤성훈 기초연구진흥과장은 "기초연구 평가·관리체계 고도화, 국가 수요를 반영한 기초연구 확대 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연구 강국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