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의료 전문가 집단지성 모아 `K헬스케어` 글로벌 도약 이끌 것"

입력: 2022-11-10 11:45 안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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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전문의·스타트업 대표로
유선형 대표 1인 2역 소화해내
저부담으로 전문성 식견 활용
제품·서비스 출시 시간 단축
전문의료인 1000여명 이상의
자문 합리적 가격 활용 가능

[스타트업·혁신기업] "의료 전문가 집단지성 모아 `K헬스케어` 글로벌 도약 이끌 것"

닥터플렉스를 통해 연결된 한 스타트업과 현직 의사들이 스타트업이 개발한 제품을 써 본 후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메디허브 제공

의료자문 플랫폼 닥터플렉스 선보인 메디허브

"의료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을 모아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긱 이코노미' 시대를 열고 'K헬스케어'의 글로벌 도약을 돕겠습니다."

현직 외과 전문의와 스타트업 대표라는 1인 2역을 소화하는 유선형 메디허브 대표는 "제약사, 의료기기 기업부터 대기업,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헬스케어 사업을 시작하거나 확장하기 위해 의료 전문가들을 찾지만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포털 검색이나 인맥 동원으로는 한계가 있는 의료 전문가 찾기를 돕고, 직접 고용보다 훨씬 부담이 적은 방식으로 그들의 전문성과 식견을 활용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직 의사 1000여명의 경험을 활용하세요"= 메디허브는 외과 전문의 유선형 대표를 포함한 분과별 전문의로 구성된 경영진과, 회원으로 가입한 1000명 이상의 외부 전문 의료진을 통해 기업과 단체에 맞춤형 의료 컨설팅을 제공한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몇번의 클릭만으로 전문의의 자문 서비스를 연결해 주고, 원하는 서비스만 부담 없는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게 강점이다. 1000명 넘는 다양한 영역의 글로벌 의료진이 포진돼 있는 만큼 기업들은 소수의 몇명에게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폭넓고 깊이 있는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유 대표는 수원의 한 병원에서 외과의사로 일하면서 메디허브를 경영하고 있다. 의사와 스타트업 대표라는 대표적인 바쁜 직업 두가지를 소화하는 만큼 하루 24시간을 쪼개서 생활하는 게 그의 일상이다. 4년 전 대학동기와 의료분야 컴퍼니 빌딩 기업 아셉틱을 설립한 유 대표는 지난해 고객으로 만난 누리플렉스와 인연이 연결돼 합작사 메디허브를 세웠다.

유 대표는 "30~40대 중심의 의사 네트워크를 단단하게 만들어서 기업들이 원하는 언어와 방향성을 갖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전에는 기업들이 알음알음으로 찾다 보니 리스크가 높고 검증도 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수요를 빠르게 알아내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자문의를 선정해서 맞춤 매칭을 해 준다. 자문 보고서, 의견서까지 완결된 형태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연결하는 게 아니라 중간자 역할 충실"= 메디허브를 찾는 기업은 헬스케어 스타트업, 제약사, 투자사, 화장품, 의료기기, 빅데이터·인공지능 기업, 방송제작사, 식품 기업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 기업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제품과 서비스 출시 시간을 단축하고 신사업 착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얻는다. 자문에 참여하는 의료진들도 얻는 게 있다. 이들은 진료 외에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가짐으로써 신기술을 경험하고 연구 범위와 깊이를 확장할 수 있다.

유 대표는 "닥터플렉스는 단순히 의사와 기업을 연결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프로젝트 매니저를 두고 추천과 지원,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데 초점을 뒀다"면서 "프로젝트 매니저가 기업 입장과 수요를 이해한 후 최적의 전문가를 연결하고, 기업들이 의사와 직접 연락하기 힘들 경우 요구사항을 대신 전달해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막 나선 스타트업들에 맞춤 사업 가이드= 특히 시장에 갓 뛰어든 스타트업에게 닥터플렉스는 무궁무진한 전문가의 지혜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전자기장을 이용해 혈액 내에서 암세포와 일반세포를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해 창업에 도전했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사업화할 지 길을 찾지 못 했다. 메디허브는 혈액종양 전문가인 혈액암, 고형암, 병리과 교수 3명을 연결해서 자문을 해 줬다. 그중 병리과 교수는 미국에서 참여했다. 이 회사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사업화에 나섰고, 정부가 지원하는 팁스 프로그램에도 선정돼 상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 대표는 "이 자문에는 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해외 병원의 의사들이 참여했는데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 이런 전문가를 섭외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문에 참여한 의사들은 '밥 사주고 응원하고 싶은 기업'이라며 스타트업의 미래를 내 일처럼 함께 고민해 줬다"고 말했다.

설립 5년 차 한 의료기기 스타트업은 의사들이 현미경 수술을 할 때 쓰는 일종의 확대경인 '루뻬'를 디지털 기기로 개발했지만 임상 현장에 소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메디허브는 외과, 성형외과 등 의사 10여 명을 동원해 제품을 평가하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회사는 이후 국내 대형병원 몇곳에 이 기기를 제공해 의사들이 직접 쓰고 수술하면서 개선점을 전달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마케팅 효과도 얻게 된 것이다.
◇"긱 이코노미, 직접 고용보다 훨씬 효율적"= 유 대표는 특히 직접 고용보다 훨씬 경제적인 긱 이코노미의 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어렵사리 최적의 의료진을 찾았다고 해도 그를 고용하려면 부담이 크다. 특히 신사업을 위해 의료분야에 이제 막 뛰어든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의료인을 고액 연봉에 뽑기는 쉽지 않다"면서 "닥터플렉스를 이용하면 23개 분과의 전문의료인 1000여 명을 필요에 맞게 활용하고 비용도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사들도 이런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여는 도전을 할 것을 제안했다.

유 대표는 "이제는 의사로만 일해서는 선배 세대에서 누렸던 경제적 보상이나 사회적 평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한편으로는 새로 임상에 뛰어드는 젊은 의료진은 의료 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 수준과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많다"면서 "이들이 쌓은 경험과 지식이 진료실에만 묻히기에는 너무나 아깝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들의 잠재된 재능과 임상 경험을 토대로 사회 다양한 분야에 도움을 주고 그것이 산업적으로 검증돼 가는 경험을 하면 또 다른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건강 컨설팅 서비스 확대도 구상= 메디허브는 닥터플렉스를 기업을 넘어 개인 건강 컨설팅 서비스로 확대하기 위해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재외국민 등이 현지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의학적 해석을 한번 더 필요로 할 경우 한국 의료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검토하려 한다.

유 대표는 "의사들이 진료실과 수술실에 머물지 않고 그들의 지식을 산업과 융합시켜 제3의 부가가치를 만들도록 돕는 '메디컬 허브'가 되는 게 우리의 비전"이라며 "사업 첫해인 올해는 의사 회원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내년에는 본격적인 매출을 만들고 회원을 3000명까지 늘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

유선형 메디허브 대표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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