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로 영역 더 넓힐것"
(14)벤디스
"사랑하는 사람을 찾듯 사랑하는 일을 찾아라."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명언 중 하나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일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고민하는 이가 대부분일 것이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조정호 벤디스 대표 역시 창업을 선택하기 전 이 같은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벤디스는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모바일 전자 식권'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인 벤처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이지만, 누구도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진 못했다. 벤디스 역시 처음부터 모바일 전자 식권을 점찍고 서비스를 준비하진 않았다고 한다.
조정호 벤디스 대표는 경영학과 출신도 아니고, 사업가 집안 출신도 아니다. 공무원인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한국외대 법학과(05학번)를 진학했고, 1학년을 마친 후 바로 짐을 싸서 서울 신림동 고시촌으로 향했다. 3년 가까이 사법 고시 준비에 매달렸다. 그러다 2011년 사법 시험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뉴스에서 광역버스 소식을 접했다.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광역버스가 많지 않아 직장인 출퇴근길이 '고생길'이라는 내용이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일반 전세버스를 빌려서 광역버스에 탑승하지 못하는 이들을 태워주면 어떨까.' 시험 한 달을 앞두고 그는 고시촌을 나왔다. 이 소식을 들은 그의 아버지는 이후 1년 동안 그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자기 뜻을 거스른 아들이 괘씸했던 것이다.
"1학년을 마치고 고시원으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 주변 동기나 선배들이 말렸거든요. 워낙 성격이 외향적이고 한 곳에 머무는 것을 싫어하던 제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이미 제가 고시 공부와는 인연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 떠났다. 그러나 초반에 생각했던 전세버스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법적 문제도 걸렸고, 기존 사업자와 반발도 예상됐다. 이미 창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다른 아이템을 찾아봐야 했다. 주변 친한 이들 세 명과 의기투합해 2011년 하반기 내놓은 서비스가 지역 식당의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숨 포인트'였다. 대학가 주변에 있는 식당을 이용하고 모바일 포인트를 적립, 나중에 이 포인트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의 시초였던 셈이다. 그렇게 매장과 이용자를 연결하는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13년 우연한 기회에 한 대기업으로부터 외주 시스템 제작을 의뢰받으면서 모바일 식권 서비스로 관심이 옮아갔다. 지난해 상반기 처음 시작한 모바일 식권서비스 '식권대장'은 종이 식권을 대신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식권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 초에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벤처가 벤처로부터 투자받은 거의 유일한 사례다. 세 명으로 시작한 사업이 이젠 25명까지 식구가 늘었다. 올 연말쯤이면 한 달 평균 10억원이 모바일 전자 식권 '식권대장'으로 거래될 전망이다.
조 대표는 "최근 전자식권 서비스를 도입한 한 대기업은 한 달 평균 1500만원의 식비를 절감했다"며 "앞으로 모바일 전자 식권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푸드테크(음식+IT) 사업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처럼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수영을 배우려면 물에 뛰어들라는 말이 있다"며 "항상 물 밖에서 어떻게 수영을 잘 할 것인지 망설이기보다는, 일단 뛰어들라. 그러면 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지선기자 dubs4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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