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칼럼
강현철 논설실장 고대 그리스에서 탄생한 민주주의는 인류가 발명한 훌륭한 정치체제이지만 단점도 있다. 철학자 플라톤이 지적한 것처럼 `중우(衆愚) 정치`의 위험성이 그것이다. 주권을 가진 시민(국민)들이 무지몽매해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할 경우 민주주의는 오히려 국가와 공동체에 독이 된다. 대중의 타락이 초래하는 정치와 국가의 추락이다. 그래서 일찍이 플라톤은 조국 아테네의 끔찍한 혼란과 전쟁속에 `가장 뛰어난 자`(호이 아리스토이·hoi aristoi)의 리더십을 갈구했다. 이상적 국가 실현에 필요한 철학과 정치권력이 한몸이 된 철인(哲人) 정치다. 플라톤은 철인 정치가 무너지면 금권 정치, 과두(寡頭) 정치, 중우 정치가 나타나고 끝내 극단인 `더 강한자의 이익이 정의가 되는` 참주정과 폭정(티라니·tyranny)이 나타난다고 했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국민들의 자발적 선택으로 히틀러라는 폭정이 탄생한 것을 2300여년전 예언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놀랍다.철인 정치는 오늘날의 용어로 말하면 엘리트에 의한 정치다. 플라톤은 철인 정치가 이상적 국가의 실현에 필수적이라고 했지만 오늘날 현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
2025-06-01 07:54 강현철 기자
강현철 논설실장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지도자가 사라졌다. 특히 문재인 정권이 등장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피와 땀을 호소하는 지도자들은 설 자리를 잃고, 포퓰리즘 성향의 정치인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6·3 대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위를 달리는 것을 보면 이런 흐름은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다. 이 전 대표의 경제정책인 `이재노믹스`(이재명 +이코노믹스)는 논란 많았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소주성) 정책의 `시즌2`로 부를 만 하다. 아니 `이재노믹스`는 `소주성 시즌2`를 훨씬 앞서가는, 아마도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듣도보도 못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중국 덩샤오핑의 말을 앞세워 `우클릭` 현상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봐온 그의 언행을 감안할때 표를 겨냥한 `립서비스`일 것이다. 적지 않은 국민들은 "`존경하는 박근혜`라 하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는 발언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기본소득 등 `기본 시리즈` 포기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도 대선
2025-04-27 08:07 강현철 기자
강현철 논설실장 오는 26일로 다가온 선거법 2심 판결을 앞둔 초조함일까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겨냥한 메시지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재 본색`이 노골화되고 있다.민주당 중진으로 원내대표까지 지냈던 박홍근 의원이 최근 낸 정당법 개정안은 민주국가의 법안이라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 법안은 윤 대통령이 내란·외환죄로 파면되거나 형이 확정되면 정부가 대통령 소속 정당을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에 부치고, 정당 해산 전이라도 해당 정당은 제일 먼저 치러지는 선거에 후보자를 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여당인 국민의힘을 해산시키고, 차기 대선에서 후보도 내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법이다. 과거 독일의 히틀러가 독재권력을 장악하는 데 동원한 `수권법`을 닮았다. 히틀러는 수권법을 만들어 입법과 행정 권력을 쥐락펴락했으며, 결국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국민과 나라를 도탄으로 몰아넣었다.정당법 개정안은 입법 권력을 가진 이 대표가 정부의 행정 권력까지 장악하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사회주의를 향한 무소불위의 독재가 펼쳐질 것이란 우려를 더 증폭시켰다. 그의 지지자들은 터무니
2025-03-17 17:32 강현철 기자
강현철 논설실장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과 본인의 선거법 위반 2심 재판이 다가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마음은 초조할 것이다. 비상계엄이라는 윤 대통령의 `헛발질`과, 굳건한 콘크리트 지지층에 힘입어 대통령 자리는 따논 당상쯤으로 여겼는데 상황이 갈수록 `요상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과 정권 유지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40% 안팎으로 치솟았으니, 이 대표로선 기가 차다고 느낄 수 밖에. 게다가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등을 달리고 있지만, 비호감도에서도 1~2위다. 왜 이렇게 `안티`가 많을까?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회 절대 다수당을 이끄는 당수로서 29차례의 무차별 탄핵과 23차례의 특검 발의, 정부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38차례의 악법 입법 시도, 정부 기능의 정상적 수행조차 방해하는 예산안 일방 통과 그리고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개최 등 `여의도 대통령`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점은 물론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큰 이유는 적지 않은 국민들이 그를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여기는데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진행 중인 5건의 재판은 물론
2025-02-17 19:06 강현철 기자
강현철 논설실장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론 사상 처음으로 구속됐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선 탄핵에 반대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에 진입해 폭력을 행사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또다른 참담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법원에 시위대들이 난입하는 것은 어떤 변명을 해도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사법부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법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사법부의 신뢰와 권위는 추락했다. 문재인 정권 이후 수면위에 떠오른 사법의 정치화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등장 이후 노골화됐다. 법원이 헌법과 법, 법관의 양심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편파적이고 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는 논란이 빈번해졌다. 법원이야 그렇지 않다고 강변하고 싶겠지만 상식선에서 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판결이 적지 않았다.당장 윤 대통령 재판과 이재명 대표 재판을 비교해보자. 법원은 윤 대통령 재판이 이제 시작인데도 두차례의 체포영장을 통해 강제 체포한 데
2025-01-19 08:03 강현철 기자
강현철 논설실장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세계질서의 격변 와중에 대통령 탄핵심판은 불행한 일이다. 대한민국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 길로 들어서는 `피크 아웃`에 멈출 것인지, 아니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한단계 더 도약할지를 가름하는 결정적 순간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단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운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치인인 것이다.이 대표는 이런 비상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해 비상계엄이라는 윤 대통령의 `극약 처방`을 유도한 건 이 대표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지난 2년 7개월여동안 윤 대통령은 거의 식물 대통령이었을뿐 `여의도 대통령`은 이 대표였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지금 국민들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민국을 과연 어디로, 어떻게 끌고 가려는 것인지"를 묻고 있다. 이제 이 대표가 이런 물음에 답변할 차례다.적지 않은 국민들이 이 대표의 정체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대표의 궁극적 지향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합법적인 사회주의화를 시도할
2024-12-16 18:20 강현철 기자
강현철 논설실장 세계는 결코 공정하지도, 평평하지도 않다. 러시아의 기습 침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 19일로 1000일을 맞았다. 미국 대선에서 조기 종전을 외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휴전을 향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우크라이나는 한뼘의 영토라도 더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정 체결과 김정은의 북한군 파병으로 우크라니아 전쟁은 더이상 남의 나라 전쟁만이 아니게 됐다.개전 후 지난달까지 양국 병력 사망자는 17만명 이상, 부상자는 7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군 누적 사상자는 61만5000명(전사 11만5000명, 부상 50만명), 우크라이나군은 30만7000명(전사 5만7000명, 부상 25만명)에 달했다. 민간인까지 포함하면 희생자 숫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푸틴이라는 독재자 한 사람의 야심과 오만으로 100만명 이상이 죽거나 다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74년전 6.25전쟁을 생각했다. 만약 지금의 우크라이나처럼 당시 민주주의 국가들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전쟁은 공산주의자인 김일성이 옛 소련(현 러시아)의 독재자 스탈린의 후원 아래
2024-11-19 18:01 강현철 기자
강현철 논설실장 중국에서 잠 못자는 사람들을 위한 독특한 직업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른 바 `수면 메이커`(Sleep maker)다. 편안한 대화와 정서적 공감대를 통해 수면을 유도하는 게 이들의 일이다. 주 이용 고객은 젊은 직장인, 결혼 스트레스나 생활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특히 일명 `996` 기업문화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한다.`996`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 근무한다는 뜻이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일주일 내내 일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엔 `996`을 넘어 `896`을 도입하는 기업도 생기고 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전문가포럼(CSF)에 따르면 지난 6월 대표적 SNS인 웨이보(微博)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 CATL이 주 6일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하는 `896` 근무제를 시행했다는 글이 인기 검색어 목록에 올라왔다. CATL이 직원들에게 매일 오전 8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일하는 방식으로 100일동안 분투하자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CATL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에는 "최근 신에너지 승용차 시장 보급률이 처음으로 50%를 넘겼지만, 시장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경쟁도 치열해졌다"며 "조직
2024-10-27 18:05 강현철 기자
대한민국이 원자력발전에 첫 발을 디딘 건 이승만 대통령 시절이었다. 일찌기 원전의 가능성에 눈을 뜬 이 대통령은 1957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창립 멤버 국가로 참여하고, 이듬해 7월 경무대에서 미국 디트로이트 전력회사 사장이었던 월터 시슬러를 만난다. 그는 2차 대전후 유럽 부흥을 위한 마셜플랜에서 전력계통 복구사업을 총지휘했고, 미 원자력산업회의(AIE) 회장을
2024-09-22 10:34 강현철 기자
강현철 논설실장 지난 광복절은 슬픈 날이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줬다. 광복절 행사를 둘로 쪼갠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거나, 1948년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는 뉴라이트라며 친일 딱지를 붙였다. 프로야구에선 두산 소속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게이쇼 등판이 취소되는 일이 일어났다. 두산 베어스는 잠실 구장 외야에 걸려있던 일본 국기도 내려야 했다. 전체주의적 파시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대한민국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극단적 갈등의 뿌리에는 국가의 이념적 정체성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대한민국은 광복 후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한 자랑스러운 국가인가, 아니면 친일주의자들이 주도한 태어나선 안될 나라인가.5공화국때 안전기획부 기조실장, 민주정의당 원내총무를 거치고 김대중 정부때 국정원장까지 지낸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친일분자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건국 시점은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라고 했다. 황당하기 그지 없다. 이승만 대통령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2024-08-20 18:13 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