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포퓰리즘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농어촌기본소득, 아동수당 확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을 비롯하여 김문수 후보의 각종 감세정책 등도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없이 제시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끝난 경우가 많다. 국민들도 무리한 공약을 실천하려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선 공약은 대통령 임기 내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심지어 같은 당의 차기 대선 후보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므로 대선 공약은 신중해야 하며, 실천 가능해야 한다.특히 포퓰리즘 공약,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저당잡히는 공약은 대한민국 전체를 나락에 빠뜨릴 수 있다. 한때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던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어떻게 되었는가? 그의 쿠데타 및 독재 정치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는 경제적으로는 석유 등의 국가자원을 국유화하고, 이를 복지 확충에 투입함으로써 국민적 지지를 얻었
2025-05-29 08:02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공수처 도입 논의의 시작은 1996년 참여연대의 부패방지법 입법청원에 포함되어 있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안이었다. 이후 20여 년의 논의 끝에 2020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제정되면서 공수처가 설치되었다.애초에는 영국과 뉴질랜드의 중대비리조사청, 홍콩의 염정공서, 대만의 염정서를 모델로 한 공수처의 도입에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공수처법이 제정되면서 기대는 우려로 바뀌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공수처 관할 범위에 비해 조직과 인력이 너무 부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요 사건들을 처리하는 공수처의 전문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그리고 검찰 및 경찰과의 관계 조정 내지 협력체계에 대한 규정의 미비도 지적되었다.그러나 공수처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도 개선은 없었고, 그 결과는 곧 공수처의 활동을 통해 드러났다. 공수처 설치 이후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보여준 것은 없었고,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공수처 폐지론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 자극받은 탓인지,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특히 체포영장 집행에 총력
2025-04-24 18:08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의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에는 사건이 매우 간단하고 분명하며,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등의 주장과 함께 1~2개월이면 헌법재판소(헌재)의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로 인해 벚꽃 대선, 장미 대선, 심지어 매화 대선까지 이야기된 바 있다.그러나 2월 25일까지 변론이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변론이 종결된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선고되지 못하고 있다. 신속한 재판을 앞세운 헌재의 경솔한 재판 진행이 오히려 헌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 이전에 결정 선고가 나올 수 있을지도 우려되고 있다.대통령 탄핵심판은 국가적 중대사이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가장 비중이 큰 대통령 선거에 준하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 이상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고, 권한대행이 국정을 이끌어가는 상황을 장기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누가 부정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2025-03-24 17:35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변론준비기일에서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이 아니라 헌법소송이며, 형사소송처럼 엄밀하게 증거를 따지거나 피고인의 권리보호를 형사소송만큼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물론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이 아닌 헌법소송이다. 그런데 다섯 가지 헌법소송 중에서 형사소송과 가장 밀접한 것이 탄핵심판이며, 헌법재판소가 형사소송과 무관한 방식으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위헌적이다.첫째,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은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고,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의 경우에는 행정소송법을 함께 준용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탄핵심판에 대해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심지어 제40조 제2항에서는 "제1항 후단의 경우에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 또는 행정소송법이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에 저촉될 때에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은 준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의 준용이 강행규정이며, 민사소송에 관한 규정에 우선하여 적용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이러한 헌법재
2025-02-20 18:24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2025년 1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되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것이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격이 실추되었다고 말한다. 과연 공수처에 의한 윤 대통령 체포는 어떤 의미이며, 향후 대한민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가장 먼저 짚어보아야 할 것은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다. 세부적인 원인이야 다양하게 분석될 수 있겠지만, 가장 주된 원인이 극단적인 진영 갈등과 그로 인한 정치 실종에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12.3 비상계엄의 단초가 되었던 것도 진영 갈등이었고, 이후 내란죄 논란을 통해 진영 갈등이 더욱 극단화되면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는 일이 벌어진 것도 분명하기 때문이다.원칙적으로 대통령도 법 앞에 평등하며, 초법적인 지위는 아니기 때문에 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또한, 적법한 영장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도 맞다. 그러나 체포영장의 적법성에 대해 날카로운 논란이 있다.그동안 윤 대통령 측에서는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이 없다는 점을
2025-01-16 08:08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탄핵소추이며, 내란죄를 사유로 한 첫 번째 탄핵소추이다. 헌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 선포의 후유증이지만, 그 파급 효과는 정치를 넘어서 경제, 사회, 문화, 나아가 국제관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이미 한덕수 총리의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되었지만,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때문에 권한대행 체제를 최대한 빨리 정리하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쟁점이 간단치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예를 들면서 3개월 이내에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사유가 비교적 간단하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의결서는 헌법 위배행위로 5개 항목에 16개 사유를, 법률 위배행위로 4개 항목에 17개 사유를 포괄적으로 제시하였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정리하여 최순실의 국정
2024-12-17 18:43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이 참가한 주말 장외집회를 통해 임기단축 개헌 요구가 다시 강조되었다. 탄핵보다는 임기를 단축해서 조기에 대통령을 교체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런가?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문구만 보면, 임기연장과 달리 임기단축 개헌은 윤 대통령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기단축 개헌을 통해 재임 중의 대통령을 조기 퇴진시키는 것은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첫째, 1980년 헌법에서 이 조항이 처음 도입된 것은 장기집권 및 독재화를 막기 위한 것이었고, 임기단축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임기연장과 중임변경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40여 년이 지난 오늘의 진영갈등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임기연장에 못지않게 임기단축도 법적·정치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다수 야당의 압력에 의해 재임 중인 대통령의 임기를 일회적으로 단축하기 위한 개헌이란
2024-11-11 18:12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이번 정기국회의 중요 메뉴의 하나가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이다. 이미 위헌성 문제 등으로 인해 채상병 특검법은 3차례, 김건희 특검법은 2차례 법률안거부권이 행사되었지만, 민주당은 이를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국회의 특검법안과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가 마치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것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일방적 특검법안과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정치적 갈등으로 보기보다는 그 바탕에 깔린 삼권분립의 의미와 운용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국가권력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입법-집행-사법을 각기 분리하여 상호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을 실현하는 삼권분립은 어느 권력도 절대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한다. 근대 시민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던 당시에는 국민주권을 앞세워 삼권분립을 비판하는 주장도 있었지만, 오늘날 이를 부정하는 민주국가는 없다.특히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하여 국가를 건립했던 미국에서는 더욱 엄격한 삼권분립을 제도화했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대통
2024-10-07 18:26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국민들도 국가 속의 삶에서 정치가 불가피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해묵은 정치 불신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국회 및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 그리고 정당에 대한 불신일 것이다.대의제 민주주의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 및 그들로 구성된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 그리고 현대 민주국가는 정당국가라고 말할 정도로 정치의 중심 역할을 하는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맞물려 있으니 정치 불신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거의 매년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되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이런 가운데 최근 여야 모두가 지구당 부활을 주장하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모처럼 합의에 의한 법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그 이전에 왜 지구당을 폐지했는지, 그리고 왜 다시 지구당을 부활시켜야 하는지 분명한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지구당이란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로 설치된 정당 하부조직으로 1962
2024-08-26 18:21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동성 커플에 대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그동안 동성혼을 합법화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찬반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이제 대법원이 사실상 동성혼 합법화의 물꼬를 튼 셈이다.물론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이 동성혼의 합법화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동성 간의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번 판결은 단지 동성 커플에 대해 사실혼 관계에 준하는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미와 파장은 결코 작지 않으며, 향후 동성혼 합법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우려가 큰 것은, 동성혼에 대한 찬반 문제를 떠나 이런 문제에 법원이 앞장서는 것이 맞느냐는 점 때문이다. 과거 호주제의 폐지나 동성동본 금혼의 폐지에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며, 그에 대한 평가도 매우 높다. 과거의 폐습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답습하는 것이 옳지 않음에도 국
2024-07-22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