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칼럼

총 28건
  • [박원갑 칼럼] 진화하는 집단지성, 시장전문가보다 똑똑한 이유

    진화하는 집단지성, 시장전문가보다 똑똑한 이유

    영미권에는 시장의 본질을 꿰뚫는 서늘한 격언이 있다. “네 말에 돈을 걸어라”(Put your money where your mouth is). 주장이 옳다고 확신한다면 화려한 수사 뒤에 숨지 말고, 실제 자산을 걸어 증명해 보라는 일침이다. 냉혹한 자본주의의 문법이 담긴 이 문장은 오늘날 부동산 시장을 부유하는 수많은 ‘입 전문가’들의 허상을 정교하게 해부한다. 많은 이들이 자극적인 전망과 공포를 동력 삼아 대중의 초조함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그러나 ‘예측이 엇나갔을 때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면 대다수는

  • [박원갑 칼럼] 전세 시장을 바라보는 3가지 낯선 시선

    전세 시장을 바라보는 3가지 낯선 시선

    아파트 매매가격의 등락을 주시하던 시장의 시선이 최근 전세시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서울에선 3월 중순 이후 주간 단위 통계에서도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수천 가구 대단지에서조차 전세 매물을 찾아보기 힘든 품귀 현상은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전세시장의 이 같은 동요는 향후 집값의 향배를 가늠할 결정적 시금석이 될 것인가. 전세시장의 본질을 관통하는 세 가지 핵심 팩트를 통해 그 답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전세시장 불안의 핵심은 ‘가격’보다 ‘매물 실종’이다. KB 부

  • [박원갑 칼럼] ‘아는 것이 병’, 부동산 해설자의 고백

    ‘아는 것이 병’, 부동산 해설자의 고백

    “내가 자충수를 두고 있구나.” 경제 일간지 부동산 담당 기자 박민수(가명·36) 씨는 아파트 전셋값 급등을 다룬 1면 머리기사를 송고한 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자충수란 ‘스스로 둔 수가 결국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을 뜻한다. 박 기자는 수도권의 한 아파트에서 보증금 3억원짜리 전세에 사는 무주택자다. 5개월 뒤 재계약을 하려면 최소 6000만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개인의 이해만 놓고 보면 전셋값은 떨어질수록 좋다. 그러나 그는 전셋값 상승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이를 가장 ‘냉정한 문장’으로 정리해 독자

  • [박원갑 칼럼] 합리적 선택이 만든 집단적 불안의 역설

    합리적 선택이 만든 집단적 불안의 역설

    주택시장은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집단적 불안으로 쉽게 전이되는 공간이다. 내 집 마련이라는 현실적 판단은 각자에게는 타당하지만, 그것이 특정 시점에 한꺼번에 쏠릴 때 시장은 오히려 긴장 상태로 들어간다. 미시적 합리성과 거시적 안정이 어긋나는 전형적인 역설이다. 미국 경제학자 존 캐서디는 이런 역설을 ‘합리적 비합리성’(rational irrationality)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의 선택은 충분히 합리적이지만, 그것이 집단으로 결합하는 순간 시스템 전체에는 불안정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고전적인 ‘구성의 오류’ 역시 같은 맥

  • [박원갑 칼럼] 절대 공식은 없다, 부동산 시장을 읽는 법

    절대 공식은 없다, 부동산 시장을 읽는 법

    속담과 격언은 삶의 지혜를 압축해 담고 있지만, 그 자체로 완결된 진리는 아니다. 오히려 서로 모순되는 표현들이 공존한다. 속담은 현실이 도식적 세계보다는 얼마나 복잡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령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은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힘을 합하면 훨씬 수월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도 있다. 이는 지시하고 간섭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협력의 가치와 과잉 개입의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신중함을 둘러싼 격언도

  • [박원갑 칼럼] ‘부엌의 변화’로 읽는 여성의 사회적 위상

    ‘부엌의 변화’로 읽는 여성의 사회적 위상

    집의 역사는 곧 여성의 역사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언제나 ‘부엌’이 있었다. 과거 부엌은 집 안에서도 가장 낮고 어두운 공간이었다. 시골 한옥의 부엌 바닥은 마당보다 낮았다. 취사와 난방을 위해 아궁이에 불을 때기 위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큰 비가 오면 마당의 물이 고스란히 부엌으로 흘러들어오곤 했다. 부엌은 음식 저장을 겸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었기에 햇볕이 들지 않는 서북향에 배치됐다. 이런 공간은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에 놓였던 여성의 삶을 상징했다. 박제가의 ‘북학의’에서도 ‘비만 오면 부엌으로 물이 흘러든다’는 대

  • [박원갑 칼럼] ‘서양의 탱자’ 아파트, 한국에서 비싼 ‘귤’이 된 이유

    ‘서양의 탱자’ 아파트, 한국에서 비싼 ‘귤’이 된 이유

    지난해 기준 국내 아파트는 전체 주택의 65.3%를 차지한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아파트 공화국’이 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현대화, 고급화, 그리고 부유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만약 유럽처럼 아파트가 노동자 계층을 위한 값싼 임대주택으로 인식되었다면, 지금처럼 전국 어디서나 아파트가 들어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파트에 사는 것이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운 일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영화 ‘13구역’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파리 교외의 아파트 단지는 저소득 이민자들이 밀집한 낙후

  • [박원갑 칼럼] 이상기후, 상권 지형도가 달라진다

    이상기후, 상권 지형도가 달라진다

    지난 여름, 서울 여의도의 한 지하상가는 평일 낮에도 인파로 북적였다. 폭염을 피해 나온 시민들로 쇼핑가 식당가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같은 시각, 지상의 거리 상점들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 풍경은 단순한 계절적 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도시 상권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몇 년 사이 이상기후는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6~8월) 우리나라 전국 평균기온은 25.7℃로 지난해보다 0.1℃ 높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폭염 일수는 28.1일로 평년보다 17.5일이나 많았다

  • [박원갑 칼럼] ‘전세 소멸’이 예상보다 늦어진 이유

    ‘전세 소멸’이 예상보다 늦어진 이유

    전세 소멸이 요즘 화두다. 부동산학계에서 전세 소멸론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아마도 그 담론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외환위기 즈음인 것 같다. 소매금융의 일종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할 때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수출 대기업에 자금을 몰아주느라 소비자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웠다. 이 같은 ‘금융 억압’에 집주인은 세입자 금융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전세는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일종의 사적 모기지 성격이 강하다. 제도권 모기지가 발달하면 ‘후진국형 사금융’인 전세도 운명을 다할 것

  • [박원갑 칼럼] ‘야누스의 두 얼굴’ 부동산 시장가격을 보는 눈

    ‘야누스의 두 얼굴’ 부동산 시장가격을 보는 눈

    지난 주말 조카 결혼식 참석차 지방 광역시 예식장을 가면서 만난 택시 운전기사는 강남 아파트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단골 화제가 부동산이나 주식이라더니 택시 안에서도 예외는 아니구나 싶었다. 택시 운전기사는 강남 아파트처럼 비싼 아파트를 사는 행위를 ‘투기’로 해석했다. 강남 아파트값이 어지간한 빌딩값과 맞먹을 정도이니 그런 인식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4㎡) 아파트가 70억원 넘게 거래되었다. 비싼 아파트를 매수해서 깔고 사는 게 본보기 삶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