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의하면 지난 5월 경상수지는 19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4월 7억9000만 달러 적자에서 한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경상수지는 수출입 부문뿐만 아니라 서비스 교역과 이전소득 등을 포함하는 한 나라의 대외부문 실질수입을 나타낸다. 그동안 대외부문에서의 경상수지 적자로 원화 환율 하방 압력을 받아온 정부로서는 하반기 거시경제 운용에 어느 정도 여유를 갖게 하는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 전환의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올해 하반기 경제의 낙관적 전망은 시기 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국내외 거주자의 상품거래를 나타내는 상품수지의 경우 18억2000만 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은 14.7%, 수입은 13.5% 각각 감소하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였다. 그 결과 5월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올해 누적 경상수지는 34억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둘째, 우리의 경쟁 상대국인 일본과 중국의 엔화·위안화의 전략적 약세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화의 대(對)달러화 약세 폭이 훨
2023-07-13 18:35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만에 다시 1.4%로 하향조정했다. 이로써 한은은 작년 2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시작한 이후 다섯번 연속 낮추게 됐다. 올해 전망치 1.4%는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과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한 2020년(-0.7%)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반도체 수출 부진 등 정보기술(IT) 경기 위축에다, 중국 경제의 재활성화 속도나 효과의 정도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미미했기 때문이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워낙 심하다. 한국은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재정·통화 등 단기정책보다는 노동·연금·교육 등 구조개혁을 통해 저성장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구조개혁을 통한 저성장 구조 탈피가 정공법이기는 하나 구조개혁의 성공 여부가 국회에 달려있는 상태라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 사회의 사회적 타협에 의한 구조개혁 전망이 점점 더 비관적으로 흐르는 듯 보인다. 일본도 `잃어버린 지난 30년간`의 저성장 구조에서 헤어나지
2023-05-29 18:16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자료를 보면 향후 5년간 세계경제는 3%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 30년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IMF는 전세계적 저성장 추세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세계경제가 분열되어 투자와 무역이 모두 저조해지고 있는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생산성 향상 조치들을 계속 실시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IMF는 글로벌 성장률의 75%가 전세계 20개국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히 중국이 2028년까지 세계 GDP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22.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인도(12.9%), 미국(11.3%) 순이었다. 인도,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이른바 브릭스 4개 국의 세계성장 기여도는 40%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은 지난 1월(1.7%) 대비 0.2%포인트 하향조정된 1.5%였다. 이는 정부(1.6%), 한국은행(1.6%), OECD(1.8%) 등 주요 기관에서 전망한 수치와 유사한 수준이다. IMF의 전망치는 한국이 세계경제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라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글
2023-04-27 18:03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중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전망하였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1.8%)에서 0.2%포인트 하향조정한 것이다. OECD는 일본의 전망치도 지난해 11월 전망치(1.8%)보다 0.4%포인트 하향조정한 1.4%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한국과 일본 양국 경제가 모두 침체국면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징용문제 해결을 통한 양국 경제의 교류 활성화에 맞춰지고 있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OECD의 한국 GDP 성장률의 중간 전망치(1.6%)는 정부와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돌이켜보건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했던 과거의 사례를 찾아보면,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5.1%), 2차 오일쇼크가 터진 1980년(-1.6%),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 그리고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0.7%)을 상기해 볼 수 있다. OECD는 올해 한국경제가 중국의 성장 반등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지만 금융긴축 여건이 중국발 수혜 가능성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OECD는
2023-03-21 19:07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난 6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올해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분야를 묻는 항목에서 `경제위기 극복`이라고 답변한 비율은 47%, `여야 협치 등 정치안정`은 14.6%, `부동산 및 주거안정`은 14%였다고 한다. 내년 4월 총선에서도 결국은 `경제가 문제야`에 의해 총선 결과가 좌우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여당이나 야당이 구체적인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내놓지 않는 한, 또한 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는 믿음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지 않는 한, 총선 승리는 무망한 것이 될 전망이다. 그러면 현재 한국 경제는 어떠한 정도의 경제위기 징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첫째, 세계 경제가 아직도 미국 경제에 의해 선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유럽에서의 영국 경제처럼 성장 추세에서 이탈되고 있다. 한국의 수출시장에서 중국 뒤에서 버텨주던 `2위 수출시장` 아세안에 대한 수출마저 4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9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을 평균 1.1%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 국가 대부분의 성장률 예측치는 중국(4.8→5.2%), 베트남(6
2023-02-16 18:38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첫 해를 마무리하고 두 번째 해를 시작하면서 국정운영의 핵심과제로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선정했다. 이들 3대 개혁과제 중에서도 올해에는 가장 먼저 노동개혁을 선언함으로써 노동개혁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해 나가겠다는 정책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3대 개혁은 어느 하나 쉽게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는, 지난하고도 미로(迷路)같은 국정과제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 선언은 용기있는 선언인 동시에 험난한 미래가 예상되는 선언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핵심을 `경제`에 두면서 정상외교를 통해 방산·원전·인프라 등의 분야로 수출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 등 전통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주도하는 기업 중심의 수출전략과는 별도로 국가간 협상과 외교가 필요한 분야를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밝히고 있다. 관건은 3대 개혁 과제의 선언과 `새로운 수출동력` 확보라는 구체적인 외교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이 어떻게 구체적인 실천과제로 추진될 것인가에 달려있다. 특히, 최우선 개혁과제
2023-01-05 18:26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8%로 0.4%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지난 9월 2.5%에서 2.2%로 0.3%포인트 하향조정한데 이어 다시 낮춘 것이다.이번 OECD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와 같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2%)와 한국은행(2.1%), 그리고 아시아개발은행(2.3%)보다는 낮은 것이다. OECD는 우리나라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9%, 내후년은 2.3%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결과 높은 물가로 가처분소득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향후 한국의 민간소비는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OECD는 "아시아가 2024년까지 세계경제 회복을 주도하고 유럽과 북미, 남미권의 경제회복은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물가 급등으로 실질임금과 실질구매력이 떨어지고 있어 물가상승 대응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OECD의 미국 성장률 전망치도 2023년 0.5%로 불황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1.8%로 추계되고 있으므로 실질성장률 0.5%는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의
2022-11-28 18:42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에 비해 8.2% 상승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9월말 기준 6.7%까지 올랐다고 한다. CPI의 30%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7월, 8월에 이어 9월까지 상승해 에너지, 식품에 이어 CPI 상승을 견인했다고 한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6% 올랐다. 이 같이 미국의 핵심물가지표가 예상보다 높아짐에 따라 다음달 2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도 지난 12일 3개월 만에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수습되지 못하고 한·미의 금리 인상으로 원화의 대(對)달러 환율 평가절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지난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의 어록을 상기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과잉 화폐발행의 결과다" "인플레이션은 알콜 중독과 같다" 등이다. 세계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너무 많은 화폐를 발행했다. 이것이 누적된 상태에서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각국은 재정지출 증가와 화폐발행에만 매달려왔
2022-10-19 18:38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미국 의회조사국이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더블딥`과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마저 제시했다. 미국연방준비은행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1분기 -1.6%(연율)를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도 -2.1%(연율)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의 확산 초기였던 2020년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지난해에는 반짝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다시 2분기에 걸쳐 마이너스 성장을 겪어 `더블딥`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블딥`은 경제가 불황을 경험한 후 회복되는 과정에서 다시 불황을 경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이번에 `더블딥`에 빠지게 되면 1980년대 초 `2차 석유 파동` 이후 40년 만에 다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경제학의 `10개의 경제원칙`(Ten Principles of Economics) 가운데 하나는 `정부가 화폐를 너무 많이 발행하면 반드시 물가는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를 이론적으로 반영한 것이 화폐수량설이다. 화폐수량설은 MV=PY로 표시된다. M은 화폐량, V는 화폐의 유통속도, P는 물가, Y는 실질 GDP를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화폐의 유통속도(V)는 아
2022-07-14 18:33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4월 15일 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복합위기 증후가 뚜렷하고, 물가상승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회의 직후 당선인은 인수위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거시경제 점검 간담회를 지시한 바 있다. 이번 6·1 지방선거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의 권역에 우리마당이 들어가 있다" 는 표현으로 처음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물가대책을 비롯한 민생회복에 최우선적 정책순위를 부여할 것을 촉구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신정부는 법인세, 부동산세 완화와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활성화 등 부분적인 대책만 나열할 뿐 아직도 특단의 종합적 복합위기 대응책은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적인 대책들이 전부 국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의 `여소야대` 상황 때문에 시장반응은 극히 회의적이다.이제 `복합위기 증후` 발언이 있은 지 2개월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경제복합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는가?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은 1년 전보다 5.4% 오르며 지난 4월(4.8%) 보다 오름폭이 커지고
2022-06-12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