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박양수 디지털콘텐츠국 국장 6·3 대선은 9년 전인 2016년 20대 총선과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의 판박이다. 사건의 전후 관계와 주연 인물만 바뀌었을 뿐, 전체 플롯은 변한 게 없다. 보수 정당의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나란히 임기 중 중도 하차한 채 진보 정당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에게 권력을 헌납하는 뼈아픈 수모를 당한 것도 똑같다.싸움에도 맥락이 있다. 운 좋게 이기는 싸움이란 없다. 적의 급소만 정확히 가격하는 전문 싸움꾼을 맥없이 주먹만 휘둘러대는 아마추어가 어찌 이길 수 있을까. 누가 이기고, 질지는 안 봐도 승패가 훤히 보인다.승리의 공식을 아는 자는 어떻게 싸워야 할 지를 잘 안다. 반면, 자신이 왜 졌는지를 모르는 자는 영원히 필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마련이다. 이번 선거 유세 중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를 김문수 후보에서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려 한 것을 두고, 당시 이재명 후보가 "정치는 우리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가만히 있으면 상대방이 자빠지고, 그럼 우리가 이기는 것"이라고 한 건 상대를 경시해서만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역사는 되풀이된다. 박근혜 정부 몰락의
2025-06-08 18:25 박양수 기자
박양수 디지털콘텐츠국 국장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살기(殺氣)`가 대법관들을 겨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는 게 이유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퇴위시킨 탄핵권을, 이젠 이 후보의 대선 앞길을 어지럽히는 대법관들에게 휘두르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도 "당무에 대해선 당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혀, 굳이 말릴 생각이 없다는 의중을 내보였다.탄핵권은 의회 무기고 안에 든 `가장 파괴적인 무기`에 비유된다. 한손에 탄핵권을 치켜든 거대 야당은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을 차례로 무너뜨렸고, 이번엔 `법원 길들이기`를 위해 휘두르려고 한다. 헌법학자 키스 휘팅턴이 일찍이 "선출된 지도자의 힘을 약화시키고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당파적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던 바 그대로다.탄핵권을 남용하면 독재의 칼날이 된다. 그런 실제 사례가 포퓰리즘에 중독된 일부 국가들에서 종종 있었다. 지난 2012년 남미 국가 파라과이에서 단 이틀간에 단행된 `페르난도 루고 대통령 탄핵`과, 1977년 에콰도르에서 `정신적 무능력`이란 근거 희박한 핑계로 진행된 `압달라 부카람 탄핵`
2025-05-06 18:40 박양수 기자
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도로 5개 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미친 정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년도 채 안돼 벌써 30번째 탄핵소추안이다.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탄핵소추 사유도 찜찜하다. 23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 대행을 `썩은 씨감자`에 비유하며 탄핵 추진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그는 "최 대행이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무를 저버리고,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범죄행위를 석 달 가까이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지만 결국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가 문제가 됐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헌재 판결을 무시하고 대한민국 자체 존재의 부정이자 능멸"이라고 주장한다.왜 민주당이 마 후보자 임명에 목을 매는지, 삼척동자도 안다. 국민의 절반가량은 생각이 다르다. 만약 마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최근 진행된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도 마 후보자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참여를, 대상자의 54.6%가 반대했다. 특히 중도층에선 반대(51.4%) 의견
2025-03-23 17:10 박양수 기자
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한국 드라마는 `욕하면서 본다`고 한다. 혹자는 `막장 드라마`라고 혹평한다. `옆집 아저씨인줄 알았는데 아빠였더라`라는 식의 비슷비슷한 얼개에 결말이 뻔히 보여서다. 막장 재벌가의 출생을 둘러싼 배신과 불륜·패륜, 강간·사기 등의 요소는 약방의 감초 격이다. 거기에 작가의 멋진 스토리 전개 실력이 큰 역할을 한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난데없는 `중도·보수 커밍아웃`에 국민은 `멘붕` 상태다. 막장 드라마 못지않게 더욱 극적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고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강변한다. "민주당이 우클릭을 했느니 하는데 세상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변하지 않으면 그게 바보"라고도 말했다.중국 덩샤오핑의 `성장 우선`, `경제중심 정당`,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거론하다가, `민주당은 진보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상속세와 근로소득세 완화 등 중도층이 혹하고 반길 만한 선물 보따리를 잔뜩 풀어놨다. 이런 일련의 행보에 "아, 원래 이재명은 진짜 보수주의자였구나"라고 깜빡 속을 이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자신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라고 한
2025-02-25 14:09 박양수 기자
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정규 게임 시간은 지났다. 이제 남은 건 인저리 타임(추가시간)이다. 탄핵 심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간에 쫓긴다. 그들의 운명은 모두 얼마 안 남은 인저리 타임에 달려 있다. 심판의 호각 소리와 함께 영광과 추락의 순간도 엇갈릴 것이다.축구 경기는 엄격한 룰의 지배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그게 아니란 걸 경험으로 안다. 얼마의 인저리 타임이 주어질지는 주심의 재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순간만큼은 주심이 절대 권력자다. 바꿔 말해 주심 지배 아래 놓여 있는 시간이다.그럼에도 축구의 인저리 타임은 양팀 모두에게 공정하게 주어진다. 어느 팀이 상대팀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받진 않는다. 만약 그런 주심이 있다면 팬들이 가만두지 않을 게 뻔하다.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의 존재 필요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든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 눈으로 보기에도 그런 기미가 농후하다. 의심쩍은 구석도 한둘이 아니다.하찮은 일로 발의된 탄핵소추건은 수개월씩 방치해왔던
2025-02-02 11:31 박양수 기자
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아무리 당해도 또 당하는 게 인간의 한계다. 또다시 온갖 `카더라` 뉴스가 허약한 인식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우리의 뇌를 점령했다. 사회 혼란을 틈탄 전문 선동꾼의 농간에 가짜 뉴스들이 먹혀들기 시작한 것이다.예전 그대로다. `박근혜와 비아그라`, `광우병 나팔수들`, `이회창 대선 뒤집은 김대업 정치공작` 등. 숱하게 경험하고, 다신 안 당하겠다 다짐해도 또 장악된 건 `망각하는 인간`이어서 일 것이다. 정치권에서 감질나게 던져주는 `팩트` 주워 삼키기에 바쁜 언론 역시 달라진 건 별로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정치 선동도 진화한다. 현 국면에서 먹히는 선동은 `당신은 내란을 지지합니까`라는 질문 형태다. 이 질문 앞에선 너나 없이 정체성 혼란에 빠진다. `내란`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주는 공포감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이 공세 앞에선 "나는 `내란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손사래 치며, 고개를 떨군다. 마치 철없는 문제아를 둔 `죄지은 학부모` 마냥 주눅들고 만다.주말인 28일에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이 기습점거 당했다. `700명의 난동꾼`이 박 의원에게 내란을 지
2024-12-29 18:23 박양수 기자
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잠시일지언정 이재명이 돌아왔다. `썩은 동아줄`로 알았던 위증교사 재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생명의 동아줄`이 된 것이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유죄 판결로 벼랑 끝에 섰던 이 대표가 열흘 만에 한숨 돌릴 시간을 번 셈이다. 그렇다고 오래 쉴 수도 없다. 제2, 제3의 선고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위증교사 1심 선고와 관련해서도 검찰이 항소 입장을 밝혀 2심, 3심에 대비해야 할 판이다.이 대표 앞에는 넘어야할 `고산준령 재판`이 끝이 없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만 3건이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등의 배임·뇌물혐의 재판이 있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의혹 재판이 예정돼 있다. 하나같이 쉽지 않다. 아직 검찰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건도 한두 개가 아니다.정치인 이재명에게 재판은 숙명이다. 검찰과 법정을 제집 안방처럼 드나들어야 할 처지다. 그건 이 대표 자신에게 고역이겠지만, 없는 죄에 이 대표를 따라야 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더 죽을 맛일 게다. 그 뿐인가, 허구한 날 `이재명 방탄` 타령을 참고 들어야 하는 국민은 또 무슨 죄인가.민주당에 있어 이
2024-11-26 18:09 박양수 기자
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11월은 풍요의 계절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잔인한 달이다. 지금 바깥 세상은 속을 뒤집어놓듯 어지럽다. 확전 일촉즉발의 중동전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안갯속 같은 미국 대선 등 한치 앞을 점치기 힘든 나날이다. 국내도 사정은 어금버금하다. 정치적 난제들에다 대규모 세수 결손 등 경제난까지 겹쳐 무얼,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그 모든 난제를 거짓말처럼 싹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 그 앞에선 국감도 무의미하고, 오직 `기-승-전-김건희 탄핵`일 뿐이다. 행정력은 무기력하고, 사법의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져 낙엽처럼 나뒹군다. 국회 권력을 틀어쥔 채 발아래 세상을 두고 호통치는 거대 야당이 `이재명 방탄`을 위해 만들어낸 기괴한 현상들이다.이재명 대표에게 11월은 잔인한 달이다. 15일과 2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 선고가 예정돼 있어서다.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야권의 움직임도 종잡을 수 없게 거칠어진다. 이 대표 관련 사건 수사는 `연성 친위 쿠데타` 취급한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정부 대응을 `전쟁 사주·계엄예비 음모`라고 쏘아붙인다.
2024-11-03 18:02 박양수 기자
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11월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잔인한 달이다. 각종 혐의에 대한 재판 1심 선고가 11월에 예정돼 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11월 15일, 위증교사 사건은 11월 25일 선고된다. 선고 결과에 따라 대권을 향해 질주하느냐, 포기해야 하느냐의 일생일대 중대 기로에 서게 될 판이다.상황은 좋지 않다. 최근 이 대표와 관련된 몇가지 사건의 연루자들에게 내려진 판결 내용만 봐도 영 마뜩잖을 듯하다. 지난 8월엔 `백현동 특혜 개발` 사건의 로비스트 김인섭이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당초 인허가 조건이었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포기 등을 비롯해 개발업자에게 비상식적인 특혜를 부여했던 사업이다. 그로 인해 성남도개공은 200억원 대의 손실을, 개발업자는 수천억원을 손쉽게 거머쥐었다.백현동 사건의 얼개를 보면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사건의 판박이다.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거의 그대로 인용됐다는 게 이 대표에게도 지극히 불리한 요소다. 특히, 재판부는 "김인섭이 이재명, 정진상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백현동 개발사업에 관한 대관업무를 맡았다"면
2024-10-06 18:12 박양수 기자
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정치인으로선 매우 강한 천운(天運)을 타고났다. 차기 대선의 유력 야당 후보지만 온갖 추문과 의혹, 비리 관련 혐의에 연루돼 하루가 멀다하고 법정을 오가는 게 그의 요새 처지다. 웬만큼 강한 내공의 정치인이라도 못 견뎌낼 터. 하지만 그는 건재하다. 반면, 유력 주자로 손꼽던 수많은 그의 정치 라이벌들이 `찍` 소리도 못 내고 나가떨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직계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일찌감치 차기 후보군에서 멀어졌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은 그의 기세에 눌려 적수가 되지 못한다.그는 지난달 18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85.4%를 얻어 당 대표로 복귀했다. 사실상 싹쓸이였다. `이재명 민주당` 1극 체제의 완성을 알리는 결과다. 전당대회 중의 몇몇 상징적인 사건이 그러한 사실을 새삼 일깨워줬다. 특히 `명팔이(이재명 팔이) 척결`을 외친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의 탈락은 충격이었다. 그는 최고위원 경선 초기만 해도 김민석 후보와 함께 2강 그룹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김 의원 표가 안나오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2024-09-01 18:34 박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