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해외 자본이 케이팝을 내세워 제작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화제다. 소니픽쳐스 애니메이션이 제작사인데 일본 자본의 헐리우드 기업이다.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곳이다. 그런 회사에서 만든, 즉 한국과 연관이 없는 헐리우드 작품인 것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는데 넷플릭스 영화의 세계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 단순히 시청 순위가 높다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문화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바탕에 있는 것이 ‘K’다
2025-07-08 18:16
하재근 문화평론가 뉴진스와 하이브-어도어 사이의 재판은 케이팝 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만약 하이브-어도어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번 재판을 통해 케이팝 업계에서 계약의 의미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산업의 안정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계약한 아티스트가 임의로 이탈한다면 케이팝 산업이 유지될 수 있겠는가? 그런 부분에 대해 원칙을 세우는 재판이 된다는 이야기다.만약 뉴진스의 주장이 맞는다면 업계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교적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대기획사에서 뉴진스 같은 슈퍼스타조차 부당 대우를 당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불공정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뉴진스 주장이 인정된다면 케이팝 업계에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어느 쪽 주장이 맞건 중요한 재판이 될 텐데, 현재로선 전자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즉 뉴진스가 부당하게 계약을 깨려하고 있고 하이브-어도어는 피해자일 가능성 말이다. 부당한 계약 파기라면 이를 막아야 케이팝 산업의 근간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부당한 계약 파기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건 뉴진스 멤버들이 가처분 등의 재판에서 무
2025-06-24 17:38
하재근 문화평론가 요사이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연예인들에겐 공포로 다가가고 있다. 선거 때마다 피해 연예인이 나타나서다. 그 정도가 점점 심해져 앞으로 선거 스트레스로 인한 눈치 보기가 극심해질 전망이다.이번 선거 때 가장 큰 피해자는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였다. 선거 직전에 여느 때처럼 SNS에 일상 사진을 올렸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 옷에 빨간색 숫자 `2`와 빨간색 줄무늬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빨간 장미 이모티콘도 있었다. 이에 대해 `장미 대선`을 맞이해 특정 후보 지지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해석이 등장했다. 말이 안 되는 억측이다. 아이돌은 작은 언행도 큰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에 돌출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더구나 카리나처럼 팀의 일원인 사람은 다른 팀원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매사에 조심하는 게 체질이 돼있다. 아이돌 논란은 회사 차원에서도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다. 그 모든 걸 무릅쓰고 정치 메시지를 냈다면 카리나가 정치에 앞뒤 안 가릴 정도로 대단히 깊게 몰입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평소에 정치적 언행을 했을 텐데 전혀 그런 징후가 없었다. 논란이 터지자 카리나는 해당 사
2025-06-10 08:07
하재근 문화평론가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조수미의 목소리를 두고 "신이 주신 최상의 선물이다. 이는 조수미 자신에게뿐 아니라 인류의 자산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그렇게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의 자산으로 인정받은 조수미가 최근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등급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았다.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은 프랑스 문화 예술 또는 세계 예술 발전에 공헌한 이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다. 코망되르(Commandeur), 오피시에(Officier), 슈발리에(Chevalier) 이렇게 총 3개의 등급이 있는데 이번에 조수미는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를 받았다.이 훈장은 주로 프랑스인이 받지만 외국인이 받을 때도 있다. 한국인 중에선 발레리나 박세은(2023), 배우 전도연(2009),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2000) 등이 슈발리에를 받았고 화가 김창열(2017), 영화감독 봉준호(2016), 김지운(2018) 등이 오피시에를 받았다. 그리고 2002년 당시 한국문화예술원장이었던 김정옥과 2011년 지휘자 정명훈이 코망되르를 받은 바 있다. 이번에 조수미가 세 번째 코망되르 수훈자가 된 것이다. 공연 예술인으로선 한국인 두 번째, 가
2025-05-27 17:52
하재근 문화평론가 `뽀빠이 아저씨` 이상용(81)이 지난 9일 오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는 근육과 입담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글자 그대로 `국민 MC`였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민간인부터 군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민들을 웃겼다. 육영수 여사의 부탁으로 김희갑과 함께 청와대 침실까지 들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웃기기도 했다고 한다.`힘의 상징` 이상용이 처음부터 건강했던 건 아니었다. 그를 임신한 어머니가 아버지를 찾아 충남 부여에서 함경북도 회령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부여까지 걸어 내려와 그를 낳았다고 한다. 미숙아로 극히 병약하게 태어나 여섯 살 때까지 잘 걷지도 못했다. 11살 때부터 죽기 살기로 날마다 운동해 몸이 건강해졌다. 그때 이후 최근까지 하루 2시간 운동을 거른 적이 없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근육이 길러져 `미스터 대전고`, `미스터 고려대`에 뽑힐 정도가 됐다.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무작정 MBC로 가 대전고 선배 PD에 `들이댔다`. 거절당하자 20일 동안 MBC 앞에서 눈을 쓸고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변웅전이 진행하던 `유쾌한 청백전`의 보조MC 기회가 주어졌다. 관계자들에게 `최초의 학사 출
2025-05-13 17:35
하재근 문화평론가 한국 전통가요를 대표했던 이미자의 마지막 공연이 열렸다. 지난 주말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 맥(脈)을 이음`이 진행된 것이다. 그녀는 "은퇴는 아니지만 앞으로 공연이나 음반 취입은 없다"고 밝혔다. 앞으론 가요계 원로로서 이벤트성 TV 출연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공연을 더 하지 않는 것은 그녀의 완벽주의 때문이다. 1960년대 초 서구풍 음악이 득세할 때 이미자의 64년작 `동백아가씨`로 전통가요가 부흥했다. 이 노래는 당시 국민적 인기를 누렸지만 왜색 등의 이유로 금지곡이 되고 말았다. 이미자의 다른 노래들 중에도 일본풍, 비탄조 등의 이유로 금지된 사례가 있다.그렇게 된 데에는 대중음악에 대한 멸시, 특히 트로트에 대한 멸시가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과거엔 트로트를 `뽕짝`이라고 하며 저속하게 여겼다. 대중음악 전체가 `딴따라`로 폄하되었는데, 그래도 그중에서 서구풍 음악은 그나마 대접을 받은 반면 트로트는 철저히 무시당했다.그렇다보니 트로트 또는 전통가요의 대표적 가수인 이미자에게도 당연히 그런 여파가 미쳤을 것이다. 그렇게 기성 주류 시스템이 멸시할
2025-04-29 18:27
하재근 문화평론가 또 한 팀의 한류스타가 뜬다. 바로 YG의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다. 이번 달에 정식 데뷔 1주년을 맞이했는데 벌써 국제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그 순회공연의 일환으로 이달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일본 카나가와 공연에선 3회 공연에 총 5만5000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원래 2회 공연이었는데 시야 제한석까지 매진되자 긴급히 회차를 추가했다고 한다. 현지의 열기로 보면 더 대형 공연장이었어도 충분히 매진시켰을 태세다. 이번 3회 공연 동안 상품 판매로만 15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신인으로선 이례적인 수준이다. 미국에서도 뜨거운 반응으로 공연 회차가 추가되고 있고, 정규 1집도 꾸준히 판매량이 늘어 머지않아 100만장을 넘어설 분위기다.일반적인 한류스타의 수준을 넘어서서 케이팝 걸그룹을 대표하는 슈퍼스타 중의 한 팀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들은 이번에 일본의 4개 도시를 순회하는데, 그 경우 케이팝 걸그룹 일본 투어 최단 기간 10만 동원 기록을 세우게 된다. 놀라운 건 한국보다 북미권의 반응이 더 뜨겁다는 점이다. 북미에서 성공한 팀이 결국 한국, 아시아 시장에서도 큰 사랑을 받기
2025-04-15 18:33
하재근 문화평론가 김새론 유족과 유튜버 등의 메시지 폭로로 인해 사면초가에 몰렸던 김수현이 마침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다. 거기서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주장을 내놨다. 메시지 조작 의혹이다.김수현은 공개된 메시지의 화자가 서로 다른 인물들이며, 검증기관을 통해 검증을 마쳤다고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메시지 폭로 이후 김수현 측이 침묵한 것이 검증 결과를 기다린 때문일 수 있겠다. 어쨌든 중요한 건 메시지 조작 의혹이다.해당 메시지는 유족 측에서 진짜 메시지라면서 공개했다. 그게 조작됐을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국민적 관심사에 그런 거짓을 내세웠다가는 금방 들통날 게 뻔하기 때문에 당연히 진짜 메시지라고 간주됐다. 그러니 메시지 공개 이후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는 언론은 당연히 없었고, 메시지 내용을 사실로 전제한 상태에서 그에 의거한 김수현에 대한 의혹 제기만 가득했다. 인터넷에선 유족과 유족 측 유튜버의 주장이 기정사실처럼 퍼져갔다. 그런데 김수현이 메시지 조작이라는, 상상의 범주를 넘어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그는 `사건 시점을 교묘히 바꾼 사진과 영상, 그리고 원본이 아닌 편집된 카카오
2025-04-01 18:24
하재근 문화평론가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안기는 2월 14일~3월 14일 시즌이 끝났다. 바로 발렌타인 데이에서 화이트 데이로 이어지는 한 달이다. 이때 많은 연인들이 `데이`를 제대로 치러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코코아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초콜릿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주요 유통 채널은 기대치 이상의 초콜릿 판매고를 올렸다고 한다. 최근 조사에선 응답자의 80.4%가 `지나치게 많은 기념일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 같다`고 답했고, 69.6%는 지나치게 많은 `○○데이`로 점점 더 피곤해지는 느낌이라고 답했다.발렌타인 데이의 영향으로 생긴 화이트 데이가 대성공을 거두자 그에 자극 받은 업계에 의해 온갖 `데이`들이 속출했다. 그것이 점점 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나마 삽겹살 데이, 오이 데이, 닭고기 먹는 구구 데이 등은 꼭 챙겨야 한다는 압박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발렌타인 데이나 화이트 데이처럼 연애와 연관된 데이는 초콜릿, 사탕 등의 세트는 기본이고 추가로 다른 선물과 이벤트도 해야 한다는 풍조까지 생겨났다.화이트 데이는 한국, 일본 등에서만 챙기는 날로, 일본의 사탕업계가 만들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2025-03-18 17:44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달 2일(현지시간)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이번 시상식에선 다양성 등을 추구하는 최근 미국 대중예술계의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다. 반면 미국 정치계에선 트럼프가 복귀하면서 백인중심주의, 미국제일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정치계와 대중예술계가 전혀 다른 두 개의 세상을 형성한 것이다.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놓고 트럼프를 조롱한 발언자는 없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트럼프가 주도하는 최근 흐름과 반대되는 방향이었다. 일단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무려 5개 부문을 수상하며 대이변을 일으킨 `아노라`부터 그렇다.이 작품은 주류 상업영화가 아닌 저예산 독립영화다. 뉴욕의 스트리퍼 여성이 러시아 재벌 2세와 결혼하자, 러시아 재벌이 훼방을 놓는다는 블랙 코미디다. 백인 남성이 아닌 사회 하층 여성을 조명한 것이다. 이 작품을 만든 숀 베이커 감독은 성산업 관련자, 불법체류자, 홈리스 등 미국의 억압받는 소수자들의 삶을 조명해왔다. 시상 결정은 개별 작품만으로도 이루어지지만, 과거부터 누적된 경력을 중요
2025-03-04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