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총 111건
  • [이규화 칼럼] 무덤에서 걸어나온 ‘중국 부상론’

    무덤에서 걸어나온 ‘중국 부상론’

    관속에 들어갔던 ‘중국 부상론’이 다시 꿈틀거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두고 “트럼프는 아첨했고 시진핑은 단호했다”고 평했다. 의외로 ‘조용했던’ 트럼프와 ‘느긋해보였던’ 시진핑을 보고 세계인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회담 자리에 앉자마자 ‘투키디데스 함정’을 들어 미국이 중국을 동등한 지위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월가 투자자 레이 달리오는 “중국 중심의 새 질서가 형성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사실상 중국식 ‘조공 체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빠진 빈자리를 중국이 채

  • [이규화 칼럼] 우상 전쟁, 신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우상 전쟁, 신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21세기 인류는 원자를 쪼개고 우주의 기원을 탐색할 만큼 똑똑해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전히 어떤 ‘절대적 가치’에 집착하는 원시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현대인이 안고 있는 문제는 가치의 부재가 아니라 특정 가치를 의심 없이 신성시하는 태도, 즉 ‘우상화’다. 작금 서아시아(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의 난무 역시 핵개발, 에너지자원, 혹은 지정학적 헤게모니 다툼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양쪽 사회 깊숙한 곳에 각기 다른 가치가 절대화되며 충돌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란은 종교적 정체성과 신정 질서를 국가의 정당성

  • [이규화 칼럼] 이란은 전략적 패착을 범했다

    이란은 전략적 패착을 범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세계를 적으로 만듦으로써 전략적 패착을 범했다. 이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서 이란은 민간 상선을 위협하고 공격해 ‘피침국’이라는 도덕적 우위를 차버렸다. 인구 9300만명의 국가가 해적 무리나 할 짓을 하고 있다. 코앞의 바닷길을 봉쇄하며 국제사회를 겁박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그로 인한 영향은 오래 지속될 것이고, 미래 이란의 외교 및 군사적 자산에 큰 손실로 연결될 수도 있다. 사실 이번 사태 초기만 해도 이란은 국제사회에서 일정 부분 동정의 여지가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애매모호한 전쟁

  • [이규화 칼럼] 집값 잡겠다고 출구 막아선 안된다

    집값 잡겠다고 출구 막아선 안된다

    ‘1·29 부동산 공급 대책’에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공공시설과 그린벨트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 과연 최선인지 의문이다. 착공까지 최대 3년, 입주까지 최소 5년 이상이 걸린다는데, “지금 불을 끄겠다며 5년 뒤 물을 붓겠다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이재명 정부 들어 벌써 네 번째 주택시장 대책이다. 그만큼 시장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임기 내 135만 가구 공급을 약속했지만, 핵심 입법은 국회 문턱에서 번번이 멈춰섰다. 지난해 ‘9·7 대책’을 뒷받침할 법안 23건 중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4

  • [이규화 칼럼] 마두로 축출, 고심 더 깊어지는 韓 외교

    마두로 축출, 고심 더 깊어지는 韓 외교

    미군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에 전격 투입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 뉴욕으로 압송해 구치소에 입감시키면서 미국은 2026년 벽두부터 ‘힘에 의한 질서’의 복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외교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군사력 투사를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이번 작전은 주권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무력으로 나포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다만 미국은 마두로가 마약 밀매에 관여한 혐의로 미 법원에 기소돼 있다는 점을 내세워 사법 집행이라는 명분을 강조하고 있다. 마약 유입 차단과 중남미의 안정화라는 목표는

  • [이규화 칼럼] 아, 12·3 비상계엄

    아, 12·3 비상계엄

    12·3 비상계엄은 눈곱만큼도 떠올리고 싶지 않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고 화가 치민다. ‘대체 왜, 대체 왜….’ 이해하려 할수록 더 기가 막힌다. 갑갑하고 먹먹하다. 해외 언론들이 역사상 가장 희한하고 온건하며 짧은 계엄이라고 비아냥댔다지만, 한국인에겐 어림없는 소리다. 종국에 형용할 말은 “자폭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그로부터 꼭 1년. 비상계엄이 남긴 상흔은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꿔놓은 권력지형과 국민의식이 앞으로 상당기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계엄 이후의 한국

  • [이규화 칼럼] 핵추진잠수함 확보, 7부 능선 넘었을 뿐

    핵추진잠수함 확보, 7부 능선 넘었을 뿐

    숙원이던 핵추진잠수함 보유가 분수령을 넘었다.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핵추진잠수함의 ‘연료공급’을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시간도 안 돼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이란 방식으로 화답했다. 이 대통령이 생방송 중인 공개석상에서 전략무기 얘기를 꺼낸 것도 놀랍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이를 수락한 것도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와 중국의 해군력 증강 속에서 핵추진잠수함의 확보는 지상과제였다. 30년간 역대 정부가 추진했던 과제를 이 대통령은 ‘(건

  • [이규화 칼럼] AI 전투로봇, 말은 쉽지만 아니다

    AI 전투로봇, 말은 쉽지만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강력한 자주국방 의지를 강조했다.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굴종적 사고”라며 더 이상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 국방 체제를 만들겠다고 했다. 주한미군을 ‘외국 군대’라 칭한 것은 정치권의 논란을 불렀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가 논의되는 민감한 국면에서 나온 발언이기에 파장은 작지 않았다. 그러나 더 심대한 논란거리는 대통령이 군 병력 부족 대책으로 ‘AI 전투로봇’을 거론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AI 전투로봇, 무장 자율드론, 초정밀 미사일

  • [이규화 칼럼] ‘친미주의자 이재명’의 귀환

    ‘친미주의자 이재명’의 귀환

    이번 미국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은 한편의 반전극이었다. 회담을 앞두고 워싱턴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반미주의자’로 보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아마도 경기지사 시절 해방 후 미군이 한반도에 진주한 것을 두고 ‘점령군’으로 표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회담 직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 숙청이나 혁명같아 보인다”는 글을 남기며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회담이 시작되고 이 대통령의 설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였다’고 하면서 일단락됐다. 회담은 오히려 화기애애했다. 사실, 이 대통령을 반

  • [이규화 칼럼] ‘트럼피즘’에 올라타라

    ‘트럼피즘’에 올라타라

    수 년 전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고 알 듯 모를 듯한 얘기를 했다. “내가 보기엔 트럼프는 역사상 한 시대가 종언을 고할 때 등장해 해묵은 가식을 벗겨내는 그런 인물이다.” 그 자신의 가식 여부를 떠나 트럼프는 가식과 위선을 ‘극혐’한다. 그것이 또 ‘트럼피즘’의 정수다. 트럼프 관세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미국 경제를 망칠 것이란 전망은 빗나가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았고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는 2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미 기업과 소비자들은 자신감을 회복했으며, 다시 지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