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이규화 대기자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보며 북한 핵을 떠올린다. `북핵`은 지난 30여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을 괴롭혀온 지긋지긋한 고황(苦況)이다. 30년 전 지금의 트럼프 방식처럼 그걸 떨쳐버릴 기회가 있었다.미국 기밀문서 해제로 1994년 6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시설 폭격을 심각히 검토했음이 드러났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자서전에서 직접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당시 한국 대통령이었던 김영삼은 퇴임 후 1999년 10월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북핵 폭격 움직임을 알고 클린턴 대통령에게 하지 말도록 설득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설득하지 않았다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클린턴의 계획은 검토로 끝났다. 김영삼의 말을 듣고 포기했는지는 알 수 없다. 클린턴은 자서전에서 북한의 반격이 전면전으로 비화되면 미군 5만2000명(당시 한국 주둔 미군은 3만7000명, 전쟁 발발 시 추가 파병도 생각하고 있었다)과 한국군 약 50만명이 죽거나 부상당하고, 민간인 100만명이 사망할 것이란 보고서를 보고 접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지난 20여년
2025-06-22 12:41 이규화 기자
이규화 대기자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해도 서러워 말지니.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찾으리."오월의 초원은 한없이 마음의 나래를 펴게 한다. 시인은 `한때 빛나던 초원의 빛, 꽃의 영광`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음을 슬퍼하면서도, "남아 있는 것들로부터 힘을 얻으리라" 했다. 아름다웠던 시절에 머물지 않고, 그 기억을 품은 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초월적 태도다.그러나 지금, 우리에겐 그 황홀한 빛의 향연을 즐길 수만은 없으니…. 대통령 선거 국면을 보며 우리가 누렸던 영광이 사그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우리는 과연 시처럼 관조하고 초월할 수 있을까.한때 대한민국은 `초원의 빛`이자 `꽃의 영광`이었다. 1960년대 산업화를 시작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오늘날 제조업 세계 5대 강국이 되기까지 우리는 숱한 고난을 딛고 일어섰다. 자원은 없었지만 국민의 근면함과 교육열, 강인한 생존 의지로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었다. 세계는 이를 `한강의 기적`이라 불렀다. 그런데 그토록 찬란했던 빛이 지금 사라지려 한다.이번 대선이 그 분기점이다. 외교안보, 재정복지, 사회
2025-05-18 10:48 이규화 기자
이규화 편집국장 `대통령 윤석열 탄핵`은 작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자마자 뇌리에 떠올랐던 그 이미지의 확인이었다. 사실, 계몽을 위한 계엄령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에 반대했던 지지자들은 `정치적 판결`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에 광화문으로 몰려나왔던 것이다. 헌재는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 된다"고 했다. 어떤 것이 헌법 수호 이익인지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고매한 헌법 정신을 일컫는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윤 대통령을 파면하지 않으면, 그가 또 계엄령을 선포한다든가 헌법을 위반할 것이라는 우려를 염두에 둔 것인지, 아니면 헌법을 위반한 사람을 용서하면 국가 체통이 서지 않는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반면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함으로써 잃는 국가적 손실은 금세 계산된다. 조기 대선으로 당장 수천 억 원의 비용이 든다. 60일간 북새통을 치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혼란·분열은, 그 반대의 과정에서 일어날 혼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무엇보다 대선주자 지지
2025-04-06 18:16 이규화 기자
이규화 편집국장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은 대통령이 52일간 불법 감금됐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을 50여일이나 불법 구속한 것이야말로 `내란`이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행정부 수반으로서만이 아니라 국가원수라는 지위까지 부여한다. 최고의 헌법기관인 대통령을 불법적으로 인신 구속하는 것은 법에 의한 지배를 근간으로 하는 문명국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이제 12·3 비상계엄에서 점화된 `내란사태`가 종말로 가고 있다. 당초 윤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내란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경찰과 공조본이라는 법에도 없는 조직을 만들어 수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아닌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면서 군사보호시설인 대통령 관저 수색영장에 `군사상·공무상 비밀 장소는 책임자 또는 기관 승낙 없이는 수색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 110조·111조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적시하는, 고금에 없는 놀라운 일을 범했다. 판사가 `입법자`가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을 엮기 위한 무리한 무법, 위법 행태가
2025-03-09 17:43 이규화 기자
이규화 편집국장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든지 편한 길을 갈 수 있었다. 야당의 공세는 책임 전가가 가능했다. 거야가 남발하는 문제의 법률안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될 일이었다. 예산 삭감도 동면으로 겨울을 나듯 숨을 고르면 된다. 그렇게 남은 임기 2년 반을 `웰빙` 하면 될 일이었다. 부정선거 의혹도 눈감으면 그만이었다. 무엇보다 거야 공세의 핵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미 1심에서 중형 선고를 받은 상태였고, 6개월 정도만 기다리면 피선거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컸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었다.그러나 그는 그런 길을 택하지 않았다. 현 대한민국 정치기류와 국민정신이 자유민주정을 파탄낼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이건 `자유주의자 윤석열`에게 실존적 문제였다. 이재명 한 사람의 `제거`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었다. 이 상황을 총탄이 날아가고 폭탄이 터지는 열전(熱戰) 이상으로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발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봤다. 사실 현대 국가 간 경쟁은 하드웨어 전쟁이 아닌 사이버·소프트웨어가 믹스된 하이브리드 성격을 띤다. 계엄 발령은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도박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감행했다. 건
2025-02-09 15:43 이규화 기자
이규화 편집국장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심리 과정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헌재는 일주일에 2회 변론기일을 갖겠다며 탄핵 심리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헌법이 정한 180일의 탄핵 심리기간은 공정한 심판을 위한 장치다. 피고인의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 심리 속도 뿐 아니라 국회의 탄핵소추 내용 중 내란 관련 사항을 심판 대상으로 할 것인지도 자체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내란 혐의를 뺄 수도 있다는 말인데, 내란 혐의가 제외되면 증인 심문과 같은 절차가 생략돼 심리가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이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헌재 심리가 빠르게 진행되고 만약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 후 60일 내에 대통령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하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2심과 3심 재판에서도 피선거권 박탈 형을 받을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선거법 재판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선이 치러지는 상황을 학수고대한다.재판의 공정성 논란
2025-01-07 13:21 이규화 기자
이규화 편집국장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는 왕이다. 피해가 집단적일 때는 자의로 가해자를 설정하고 배상을 무제한 주장한다. 약자에 대한 동정심에 편승한다. 이는 과학적 원인 파악과 재발방지 조치를 방해한다. 특히 국가를 가해자로 의제할 때는 그 피해가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최근 대법원이 5·18 피해자 800여명에게 정신적 피해 배상으로 430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한 판결은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는 왕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5·18 피해자와 유족들은 이미 5·18특별법에 의해 국가로부터 충분히 보상받았다. 뿐만 아니라 국가공무원 시험, 대학 입시 등에서 다양한 특혜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정신적 피해 배상을 요구해 결국 승소했다.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라는 위치가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는지 보여주는 사례다.그들이 받는 보상 및 배상 금액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천안함 장병이나 화재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다 순직한 소방관에게 지급되는 보상 금액의 몇 배에 달한다. 이게 과연 공정한가. 무엇이 정당한 보상이고 무엇이 과도한 요구인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이 같
2024-12-03 18:14 이규화 기자
이규화 편집국장 미국민은 위선을 유독 싫어한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어떻게 미국민이 위선에 대한 혐오심을 길러왔는지 그 일단을 보여준다. 허크는 흑인노예 짐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변의 압박에 시달리며 자신이 사회의 규범을 어기고 `악`을 행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당시 노예는 주인의 `소속물`이라는 관념이 당연시됐다. 그러나 허크는 짐을 돌려보내면 그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알기 때문에 스스로 도덕적 기준을 세우고 짐과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한다. 개인은 기존 사회질서나 규범과 갈등할 때 정의와 도덕성을 고민하게 되고, 양심의 명령에 따라 위선을 거부한다.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거짓과 위선의 정치에 미국민이 철퇴를 내리친 결과다. 바이든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약속, 주권국가의 기본인 국경 관리, 민주주의 양보할 수 없는 근간인 선거의 무결성 보장, 다음세대에 대한 건강한 교육, 그리고 사회기풍이 건전하게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정부의 소임에서 국민을 실망시켰다.먼저, 바이든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제1임무라는 것을 망각
2024-11-10 13:44 이규화 기자
재산권 보호와 공정한 경쟁 환경이 국가 간 부(富)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주장은 정치가 얼마나 삶에 영향을 주는지 새삼 일깨운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라는 말이 지금 이 나라에선 올곧다. 수상자 세 사람은 개인의 자유, 창의성이 보장되고 제도가 공정하게 수립·운용될 때 경제는 죽순처럼 성장한다고 했다. 아쉽게도 현 대한민국의 현실은 모든 자유의 기초가 되는 기반
2024-10-15 16:46 이규화 기자
이규화 편집국장 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씨가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하지 말자"며 `남북 2국가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통일부 장관을 했던 정세현·이종석 씨도 가세해 2국가론에 동조했다. 좌파 인사들의 `통일 포기` 발언은 지난해 1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북남은 적대적 2국가`라며 남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쳐부숴야 할 적대국으로 규정한 데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좌파 인사들은 지난 30여 년간 통일 논의에서 북한을 추종해왔다. 북한은 남한에 친북여론을 조성하려고 통일론을 이용했다. 그러나 친북·종북 인사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친북여론에 약발이 오르지 않자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남북한 힘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접촉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좌파 인사들의 통일 포기론은 여기에 동조하는 것이다.통일 포기는 예의 좌파의 대중영합적 생리에서 나왔다. 갈수록 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의지는 옅어지고 있다. 통일인식 조사를 하면 40% 정도의 국민은 통일에 부정적이거나 현 분단 상황을 현실로 인정하자는 입장을 보
2024-09-22 11:34 이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