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바프 의장 “일방적 요구 강요하던 시대 끝났다”
해상봉쇄 해제·동결자금 반환·원유 제재 면제 등 요구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제시한 조건들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미국의 선제적인 조치를 거듭 요구한 것이다.
이란 관영 누르뉴스는 4일(현지시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의 발언을 인용해 이 같은 입장을 보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이 최근 중재자를 통해 협상안을 전달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언론에서는 딴소리하는 미국 측이 최근 중재자를 통해 제안을 내놓았다”며 “그러나 그들은 과정을 질질 끌며 일방적 요구를 강요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와 관련해 이란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의 입장은 완전히 명확하고 확고하며,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에 기반한 우리의 7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개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 가운데 하나로, 이란과 미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핵심 변수로 거론돼 왔다. 이란이 해협의 재개방을 미국과의 협상 조건과 직접 연계하면서 국제 원유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7월 파키스탄의 중재를 통해 종전 로드맵을 담은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잠정 합의는 사실상 무너졌고, 이후 협상 역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란은 지난달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에 별도의 ‘7일 신뢰 구축안’을 제시하며 돌파구 마련을 시도했다.
이란 측이 요구한 핵심 조건에는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와 동결된 이란 자금의 즉각적인 반환, 이란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 면제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각 전선에서의 전투 중단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미국이 이 같은 조건을 이행할 경우 7일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달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중재자들과 만나 미국 측의 답변을 전달받았다. 다만 미국이 어떤 내용의 답변을 내놓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갈리바프 의장이 다시 한번 미국에 조건 이행을 요구하고 나선 점을 감안하면 이란이 미국의 답변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의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각자의 요구사항을 어느 순서로 이행할지를 둘러싼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양국의 “핵심 이견은 이 계획의 이행순서”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란이 먼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란은 미국이 해상봉쇄 해제와 제재 완화 등 선행 조치를 취해야 해협을 열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을 둘러싼 선후관계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양측의 대치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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