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결 없이 최대 13조6000억 조정 가능…20% 기준보다 4조5000억 많아

재경위 “금융성 기금과 지출구조 달라”…대규모 사업비 재량 변경 우려

지방 보조사업 최대 4회계연도 이월 가능성도 쟁점…사업기간 장기화 우려

정부 “미래대응 위한 신축적 집행 필요”…“재이월까지 최대 3년” 해명

26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26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지출 항목을 국회 의결 없이 최대 30%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회의 재정 통제권을 둘러싼 논쟁이 예상된다.

정부는 급변하는 세입과 경기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기금 운용의 탄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회에서는 미래대응기금이 일반적인 금융성기금과 구조적으로 다르고 사업 규모도 큰 만큼 동일한 수준의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재정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최근 국가재정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미래대응기금의 지출 구조가 기존 금융성기금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경위는 보고서에서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정책목표와 지원대상이 사전에 정해진 사업성 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성기금과는 지출구조에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이라는 재정통제 기능을 감안할 때 30% 자체변경 한도를 적용할 것인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항목 지출을 국회 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는 범위를 30%로 설정했다. 현재 금융성기금에 적용되는 기준과 같은 수준이다. 반면 금융성기금이 아닌 일반 사업성기금의 자체변경 한도는 20%다.

현행법상 30% 한도가 적용되는 금융성기금은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무역보험기금,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등 모두 8개다.

재경위는 금융성기금의 경우 보증이나 보험, 채권 상환, 저축 장려 등 금융시장과 직접 연결된 사업이 중심이어서 시장 상황이나 자금 수요에 따라 지출 규모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금융성기금의 이러한 특성을 감안할 때 “자체 변경 한도 30%를 허용할지를 판단할 때 미래대응기금의 성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래대응기금의 규모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2027년도 미래대응기금 사업비는 45조3625억원으로 편성됐다. 전체 72개 기금 가운데 국민연금기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기금 한 곳당 내년도 평균 사업비가 약 3조9682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미래대응기금의 사업 규모는 평균의 11배를 넘는다.

30% 자체변경 기준을 적용할 경우 국회 의결 없이 조정할 수 있는 금액의 합계는 약 13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 기준을 적용할 경우 약 9조1000억원이어서 두 기준 사이에는 약 4조5000억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재경위는 특히 자체변경이 프로그램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미래대응기금은 각 프로그램 자체의 사업비 규모가 크기 때문에 30%라는 비율을 적용할 경우 실제 국회의 사전 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는 금액이 상당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사업 계정으로 구성된다. 여유자금 운용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청년종합지원, 성장동력확충, 지방주도성장, 교육·인재지원 등 4개 프로그램에 약 45조4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30% 한도를 단순 적용하면 청년종합지원은 약 3조9900억원, 성장동력확충은 약 4조2600억원, 지방주도성장은 약 3조900억원, 교육·인재지원은 약 2조2800억원까지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경위는 국회 통제 장치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30% 자체변경 특례를 적용하면서 지체 없는 국회보고 의무를 ‘초과 조세수입을 활용한 변경’에만 한정하는 것이 충분한 통제장치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30% 자체변경을 허용하더라도 20%를 초과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금액을 변경할 경우에는 변경 내역을 즉시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지방계정 보조사업의 이월 특례 역시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올랐다.

개정안에는 불가피한 사유로 해당 회계연도에 사업비를 집행하지 못할 경우 다음다음 연도까지 이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 미래대응기금법의 별도 이월 특례가 중복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사업비 집행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 재경위의 판단이다.

재경위는 2027년도 지방계정 지역개발 보조사업을 사례로 들었다. 중앙정부 단계에서 사업계획 지연 등으로 2029년까지 이월된 사업비가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간 뒤 인허가나 설계, 공사 과정에서 다시 지연될 경우 2031년까지 집행이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업비가 사실상 5년에 걸쳐 집행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정부는 기금의 신속하고 탄력적인 집행을 위해서는 30% 자체변경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예산처는 “미래대응을 위한 신축적 집행의 필요성 등을 종합 감안해 기금 자체변경 요건을 30%로 설정했으며 국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법적 근거를 명시적으로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월 특례에 대해서도 정부는 무제한적인 사업기간 연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획예산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이월 가능 기간을 재이월까지(사업기간 최대 3년)로 일치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 사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재이월까지만 허용하는 것으로 운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미래대응기금의 30% 자체변경 허용 여부는 신속한 재정 집행과 국회의 재정 통제라는 두 원칙 사이에서 어느 수준의 균형점을 마련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수십조원 규모의 대형 기금인 만큼 입법 과정에서 자체변경 범위와 국회 보고 의무, 지방계정 이월 기간을 둘러싼 논의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우람 기자(kw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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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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