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10년여 만에 1005만명·76조5000억원… 성인 4명 중 1명 가입
중개형 비중 89% 돌파… 세제개편 혼선 뚫고 7개월 만에 200만명 급증
정부의 세제개편안 번복이라는 이례적인 정책 혼선 속에서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 10년 5개월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넘어섰다. 단기적인 정책 불확실성에 일부 가입자의 중도 해지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절세와 자산 증식을 동시에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세가 이를 압도하며 명실상부한 '국민 재테크 통장'으로 안착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ISA 총가입자 수는 1005만명, 총 가입금액은 7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3월 제도 도입 이후 10년여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대한민국 만 19세 이상 성인 인구 약 4407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성인 4명 중 1명(23%)꼴로 ISA 계좌를 보유한 셈이다.
가입자 증가 속도는 올해 들어 더욱 빨라졌다. 지난 1월 말 800만명을 넘어선 뒤 불과 7개월 만에 200만명 이상이 새로 유입됐다. 월평균 약 29만명이 계좌를 새로 개설한 셈이다. 같은 기간 가입금액도 약 55조원에서 76조5000억원으로 20조원 넘게 증가했다.
흔히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ISA는 예·적금, 주식,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운용할 수 있는 자산관리 수단이다. 연간 최대 2000만원, 5년간 총 1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세제 혜택과 손익통산이 꼽힌다. 계좌 내 여러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합산한 순이익을 기준으로 일반형은 최대 200만원, 서민형·농어민형은 최대 400만원까지 비과세된다.
비과세 한도를 초과한 순이익에는 통상 15.4%인 이자·배당소득세율보다 낮은 9.9%의 분리과세가 적용돼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만기 해지 시점까지 세금 납부를 미룰 수 있는 과세이연 효과도 있다.
운용 방식에 따라 ISA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투자자가 직접 상장주식과 ETF, 채권 등을 매매하는 '투자중개형', 금융회사에 운용을 맡기고 예·적금 등을 중심으로 관리하는 '신탁형', 전문가에게 포트폴리오 구성을 맡기는 '일임형'이다.
이 가운데 주식 직접투자 수요와 절세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투자중개형'으로 가입자가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투자중개형 가입자는 897만5000명으로 전체의 89.3%를 차지했다. 증권사 가입자 비중 역시 89.6%로 은행(10.4%)을 크게 웃돌았다.
이번 1000만명 돌파는 지난 8월 불거진 정부의 ISA 세제개편안 논란 이후에도 가입자 증가세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8월 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ISA의 미사용 납입한도 이월을 제한하고 의무 계약기간을 최장 5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세제 혜택 축소에 대한 우려와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시장 혼란이 커지자 정부는 정책 발표 한 달 만인 지난 9월 1일 기존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가입자의 중도 해지도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인 8월 4일부터 현행안 유지 결정이 내려진 9월 1일까지 주요 4개 증권사에서만 1만1460명이 ISA 계좌를 해지했다. 이 가운데 비과세 혜택을 온전히 받기 위한 최소 가입기간인 3년을 채우지 못한 채 계좌를 해지한 가입자는 4750명(41.4%)에 달했다.
반면 제도 변경 가능성에 대비해 계좌를 미리 개설하려는 수요도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3일부터 9월 1일까지 상위 10개 증권사의 ISA 계좌 수는 14만5230개 순증했다. 신규 가입(20만3164개)이 해지(5만7934개)를 크게 웃돈 결과다. 순증 규모는 전년 동기(10만8254개)보다 34.2% 증가했다.
특히 세제 혜택 축소 논란이 불거진 8월 3일부터 7일까지 5거래일간 순증 규모는 3만8904개로, 전년 동기보다 약 60% 늘었다.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K자본시장본부장은 "ISA 가입자 1000만명 돌파는 국민 재테크 계좌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성과"라며 "향후 도입될 생산적 금융 ISA를 통해 국민 자산 형성을 돕고 시중 자금이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체계를 안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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