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서 살아남는 건 국적 아닌 경쟁력”

창청자동차와 손잡고 국내시장 첫 노크

판매·금융·정비 아우른 ‘원스톱’ 승부수

김성태 손오공 전무이사(C-EV 승용사업부)
김성태 손오공 전무이사(C-EV 승용사업부)

김성태 손오공 전무이사(C-EV 승용사업부)

세계 자동차 시장에 중국이 새로운 축으로 등장했다. 그 중심에는 전기차가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배터리 공급망,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은 이제 ‘값싼 자동차’를 넘어 글로벌 완성차 강자들과 겨루는 단계로 올라섰다. 한국도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비켜서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내 완구산업을 대표해온 손오공이 중국 전기차 수입에 뛰어든 것은 이런 지각 변동과 맞닿아 있다.

손오공은 최근 중국 창청자동차(長城汽車·GWM)와 전기차 수입 본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인증 절차에 들어갔다. 첫 주자는 창청자동차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오라 5(ORA 5)’다. 향후에는 SUV 브랜드 ‘하발(HAVAL)’과 프리미엄 브랜드 ‘웨이(WEY)’ 등으로 차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사업의 실무를 이끌고 있는 김성태(사진) 손오공 전무(C-EV 승용사업부)는 중국 전기차의 한국 진출을 자동차 한두 종을 더 들여오는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그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 시장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판단한다.

“중국 자동차를 여전히 과거의 중국차라는 잣대로 평가해서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품질과 기술, 가격, 서비스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의 경쟁력은 이미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에서부터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기술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창청자동차 역시 중국 내수에만 의존하는 업체가 아니다. 60여 개국에 진출했고 SUV를 비롯한 다양한 차종을 해외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의 약진이 곧바로 한국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세계 어느 시장보다 진입 장벽이 높은 곳 가운데 하나다. 현대차·기아라는 강력한 토종 완성차 업체가 버티고 있고, 이들은 전국에 촘촘한 판매·정비망과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입견도 넘어야 한다. 전기차 보조금 적용과 국내 안전·환경 기준 충족, 서비스망 구축 등 풀어야 할 제도적 과제도 산적하다.

김 전무가 가장 경계하는 것도 ‘싼 가격만 내세우면 팔릴 것’이라는 접근이다. 자동차는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과 다르다. 한번 판매하면 10년 이상 부품 공급과 정비, 중고차 가격까지 책임져야 한다. 초기 가격 몇백만원의 차이보다 소비자가 차량을 보유하는 동안 얼마나 안심하고 탈 수 있느냐가 시장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손오공이 구상하는 사업도 단순 수입·판매와는 거리가 있다. ‘원 플랫폼, 멀티 브랜드’(One Platform, Multi Brand)를 내세워 차량 판매부터 법인 대량구매, 금융·렌탈, 정비와 부품 공급, 중고차와 잔존가치 관리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전기차를 들여오는 ‘수입상’이 아니라 여러 브랜드를 연결하는 모빌리티 독립 유통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손오공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중국 전기차를 바라보는 국내 시장의 시선이다. 중국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국내 완성차 업체에는 새로운 경쟁자가 생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점유율을 높일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과 고용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김 전무는 여기서 ‘역설’을 본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힘 역시 보호만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선 중국 업체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면서 국내에서는 경쟁 자체를 경계한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오래 지켜내기 어렵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중국 전기차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협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면서 국내 기업에도 새로운 경쟁과 혁신을 요구하는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시장의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국적이 아닌 경쟁력입니다.”

물론 공정한 경쟁에는 조건이 따른다. 안전과 품질 기준은 똑같이 적용돼야 하고 국내 소비자를 보호할 정비·부품 공급망도 갖춰야 한다. 보조금 역시 특정 국가에 대한 우대나 배제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김 전무가 강조하는 것도 특혜가 아니라 ‘같은 운동장에서의 경쟁’이다.

중국 전기차의 급부상으로 세계 자동차산업의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국 역시 이 거대한 변화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시점이다. 김 전무는 그 흐름의 한복판으로 먼저 뛰어들고 있다. ‘오라 5’를 시작으로 중국 전기차를 한국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게 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성패를 가르는 것은 국적이나 선입견이 아니라 품질과 기술, 서비스로 증명되는 경쟁력과 소비자의 선택이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손오공의 ‘여의봉’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박영서 논설위원(pys@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영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