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8기 건설 '원전 프레임워크'

한전·한수원·웨스팅하우스 참여

웨스팅하우스 전경.  AP 연합뉴스
웨스팅하우스 전경. AP 연합뉴스

한국형 원전 APR1400의 미국 진출을 가로막았던 웨스팅하우스 장벽이 낮아진다. 한미 양국이 미국에 APR1400 2기를 포함한 대형 원전 8기를 짓는 협력 틀을 마련하면서 한국형 대형 원전이 원전 종주국 미국에 진출할 길이 열렸다.

1일 정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최대 1200억달러를 활용해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를 추진한다. 양국 정부와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웨스팅하우스가 참여한다.

건설 대상은 웨스팅하우스 AP1000 6기와 한국형 APR1400 2기다. AP1000 2기를 먼저 추진한다. 이후 APR1400 2기와 AP1000 2기를 건설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AP1000 2기를 추가하는 구조다. 한국형 원전의 미국 진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기존 합의다.

한전·한수원은 지난해 1월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끝내는 타협협정(SA)을 체결했다. 이 합의로 APR1400은 미국을 비롯한 일부 시장에서 독자적인 사업 추진에 제약을 받았다.

이번 프레임워크에서는 APR1400 2기를 미국에 건설하도록 기존 합의에 예외를 두는 방향으로 협력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APR1400 미국 건설을 위해 기존 합의를 손질한다는 내용이 프레임워크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49%를 보유한 카메코는 이번 조치를 기존 합의에 적용하는 일회성 유예로 설명했다. 전면적인 계약 폐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APR1400은 이미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문턱을 넘었다. NRC는 2019년 APR1400 표준설계인증을 발급했다. 미국 내 건설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은 갖췄지만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문제가 실제 사업 추진을 가로막았다.

이번 협력은 두 회사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도입해 한국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를 건설한 뒤 약 50년 만에 한국 원전업계가 미국에서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원전을 짓는 구조로 전환한다.

고리 1호기는 웨스팅하우스가 원자로와 기술을 공급해 1978년 준공됐다. 이후 국내 원전업계는 기술 자립과 한국형 노형 개발을 거쳐 APR1400을 완성했다. APR1400은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 이어 미국 시장 진입도 추진하게 됐다.

한국 기업은 AP1000 6기 사업에도 참여한다. 국내 건설사와 원전 기자재 기업이 설계·조달·시공과 기자재 공급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웨스팅하우스와 자본 관계도 강화한다. 정부와 국내 기업은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인수를 협의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분율은 5∼10% 수준으로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한전과 한수원은 재무 부담을 고려해 소규모 지분을 확보하고 민간기업도 투자에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현재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가 지분 51%, 우라늄 업체 카메코가 49%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지분을 확보하면 미국뿐 아니라 웨스팅하우스가 사업 기반을 가진 유럽 등 제3국 시장에서도 협력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체 원전 프로젝트에는 최대 1200억달러가 배정된다. 건설비 1000억달러와 비용 증가에 대비한 예비비 200억달러로 구성된다. 양국은 장기간 제작이 필요한 원전 기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연말까지 최대 100억달러를 먼저 투입하는 방안도 협의한다.

다만 원전 8기 건설이 모두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한미가 마련한 프레임워크는 원전 협력의 기본 틀이다. 부지와 냉각수, 전력망 연결, 수요처, 사업비 등을 검증한 뒤 개별 프로젝트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김 장관은 "구체적인 프로젝트 조건에 따라 사업비와 상업적 합리성이 갈린다"며 미국 측이 제시할 사업을 면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송신용·김우람 기자 ssysong@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송신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