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넘어 부상 장병의 평범한 일상 회복이 중요”
“청년들의 절망에 응답하는 게 정치의 최소한 도리”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지난 30일 ‘DMZ 지뢰 사고’에 대해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 매설로 인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과열됐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장병들과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으며, 이에 맞서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야당의 음모론은 진실 규명을 저해하고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어느새 사건은 여야 간 ‘정쟁의 도구’로 변질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조명해야 할 것은 부상 군인들의 아픔과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다.
지난해 만났던 상이군인 이주은씨의 얼굴이 떠오른다. 30대 중반인 그는 해병대 소위로 복무하던 2019년 경계작전 중 갈대를 깎다가 지뢰 폭발로 왼쪽 발목을 잃었다. 수술 후 깨어났을 때 이미 없어진 발가락에서 아려오는 환상통을 느끼며 그는 ‘아, 망했다. 앞으로 결혼은 어떡하지, 부모님은 어쩌나’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절망을 마주했다. 그럼에도 그는 “내가 다쳐서 다행이다. 내가 아니었다면 다른 전우가 다쳤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사고 현장에서도 그 생생한 전우애는 반복됐다. 피가 흐르는 와중에도 “내가 기어갈 테니 대대장님을 모시고 오라”며 서로를 먼저 챙긴 군인들의 절규가 전해졌다. 정치권의 거창한 구호보다 훨씬 생생하고 다정하고 평범한 ‘인간의 언어’였다.
문제는 사고 이후다. 현행 군인사법상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한 부상은 ‘전상(戰傷)’으로, 아군 설치 위험물 등에 의한 부상은 ‘공상(公傷)’으로 분류된다. 전상과 공상은 명예는 물론 국가의 보상과 예우 기준에서 천지차이다. 이씨는 지뢰가 북한 소행임이 입증되지 않아 오랫동안 공상 처리에 머물며 전상을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이번 DMZ 사고는 북한 소행임이 밝혀진 만큼, 피해 장병들이 마땅한 전상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범야권에서 ‘이재명 정부의 DMZ 북한 추정 지뢰 참사 축소·은폐 의혹 진상규명 및 부상 장병 예우·지원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며 증거 보전과 연석 청문회, 객관적 진상조사단 구성, 합당한 예우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진상 규명도, 정부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정치의 역할은 정쟁이나 진상 규명 촉구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씨는 “결국 상이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와 직업 문제다. 다리가 잘린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가야 할지, 보상은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가 주된 고민”이라고 전했다.
윤성연 기자 jo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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