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사 아리바이오가 2년 넘게 끌어온 우회상장을 접고 직상장으로 전략을 트는 모습이다. 중국 푸싱제약과 최대 47억달러(약 7조원) 규모 판권 계약을 따내고 글로벌 임상 3상까지 마친 만큼, 아리바이오홀딩스와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강행 시 따를 리스크 없이 증시에 입성하겠다것으로 읽힌다.
아리바이오그룹은 1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원 네임, 원 비전’(one name, one vision) - 누구나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선포하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날 정재준 아리바이오그룹 회장은 “아리바이오홀딩스 중심으로 하여, 아리바이오를 상장시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 방식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으나, 비전선포식이 끝난 후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주주들이 원하는 속도를 고려해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며 “상장이 너무 늦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며, 우회상장을 또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아리바이오홀딩스와 아리바이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계약 해제를 결의했다.
이에 대해 이날 김회천 아리바이오홀딩스 사장은 “2년여 동안 기다려온 주주분들께는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그룹의 발전을 위해 전략적 선택이었고 향후 아리바이오를 반드시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리바이오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에 실패한 이후 지난 2023년 조명업체 소룩스 경영권 인수, 2024년 8월 흡수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결의로 증시 입성을 꾀해 왔다. 최근에는 합병기일 내년 2월 11일로 미뤘고 결국 합병 자체가 백지화됐다.
발목을 잡은 것은 주식매수청구권 리스크다. 합병 반대 주주에게 적용할 매수청구가는 주당 1만719원인데, 직전 거래일인 28일 홀딩스 종가는 3990원에 그쳤다. 합병 강행 시 매수청구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상장 성공의 관건은 오는 11월 발표될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의 임상 3상 데이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리바이오는 내달 16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학회(CTAD)에서 AR1001의 톱라인 결과를 학회에서 최초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정 회장은 “임상, 실적, 소통으로 증명하겠다”면서 “진행 중인 임상연구를 완주하고 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계획이나 기대가 아니라 숫자로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임상 3상 결과가 나오면 아리바이오는 중국 푸싱제약으로부터 8000만달러를 추가로 받게 된다. 앞서 AR1001에 대한 7조원 규모의 독점 판권계약을 지난 5월 푸싱제약과 체결한 바 있다.
이날 프레드킴 아리바이오 미국 지사장은 “임상 3상 결과가 나오면 즉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신청서(NDA) 신청 준비에 착수하고 적응증을 확대해 매출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초기 알츠하이머병 승인 이후, 파킨슨병, 혈관성 치매, 외상성 뇌손상 등으로 AR1001 적응증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리바이오에 따르면 AR1001 알츠하이머병 상업화 계약은 누적 10조원이며, 아리바이오는 2030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비전선포식에서는 아리바이오홀딩스-아리바이오-아리바이오랩 간 화학적 결합이 재차 강조됐다.
정 회장은 “각 회사가 자기 분야 규제와 시장에 집중해 연구와 사업 속도를 높이고 한 회사의 기술, 데이터, 자본이 그룹 내 다른 회사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우리는 세 개의 회사가 아니라 하나의 이름을 갖고 같은 목적을 공유하는 그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이름이라는 건 법인이 하나라는 게 아니라 하나의 목적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각 회사의 사업은 다를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사람의 삶이고, 그것이 우리의 철학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회장은 아리바이오홀딩스가 아리바이오랩을 인수하며 치료중심이었던 아리바이오에게 예방이라는 영역이 열리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리바이오랩은 지난 3월 아리바이오홀딩스가 차바이오그룹의 백신 개발 전문기업이었던 차백신연구소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그는 “아리바이오의 치료제 개발 경험, 홀딩스의 자본, 아리아비오랩의 면역 기술이 만나 예방, 치료, 환자의 삶 관리를 연결할 수 있게 됐고 이로써 환자의 전 주기를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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