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정원 나온 51세 여성 참변…열매 따러 간 23세 남성도
올해 봄 이후 최소 22명 사망…불곰 30년 새 두 배 늘어
먹이 부족에 민가까지 내려와…사냥 쿼터 폐지 적극 검토
당국 “연간 공격 건수는 비슷”…기후·먹이 부족이 배경
러시아에서 불곰의 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대대적인 개체 수 조절에 나선다.
집 앞 정원에서 산책하다 불곰에게 공격당해 숨지는 것이 예사가 된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는 30일(현지시간) 불곰 개체 수를 관리하기 위한 긴급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드미트리 파트루셰프 농업·생태 부총리는 관계 부처 회의에서 “불곰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문제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며 인간과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한 체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러시아에서 발생한 사고는 불곰의 활동 영역이 인간 거주지와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주 극동 캄차카에서는 23세 남성이 열매를 따러 나갔다가 곰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앞서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는 51세 여성이 자신의 집 정원에서 곰에게 공격당해 목숨을 잃었다. 이 지역에서는 9월 한 달에만 곰 공격으로 7명이 숨졌으며, 현지 수사 당국은 환경 당국의 관리 소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러시아 전역에서는 올해 봄 이후 최소 22명이 불곰의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을 중심으로 인명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배경에는 급격히 늘어난 불곰 개체 수가 있다. 러시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불곰은 약 30년 전 13만 마리 수준에서 현재 30만8000 마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겨울이 짧아지고 따뜻해진 것이 개체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먹이 부족도 불곰의 민가 접근을 부추긴 것으로 지목된다. 이른 봄과 건조한 날씨로 열매 등 자연 먹이가 부족해지면서 곰들이 먹이를 찾아 더 먼 곳까지 이동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민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야외에 방치하는 등 곰을 주거지로 유인하는 행동도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러시아 정부는 불곰의 연간 사냥 쿼터를 일부 지역에서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체 수가 과도하게 늘어난 지역에는 기존의 획일적인 포획 한도를 적용하지 않고, 지방 당국에 개체 수 조절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필요한 지역에는 추가 재정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러시아 연방 환경부는 최근 불곰 공격이 전국적으로 급증했다는 해석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몇 년간 러시아에서 발생한 곰의 인간 공격은 연간 20~30건 안팎으로 큰 변화가 없으며,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 확산으로 사건이 과거보다 훨씬 많이 알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잠시 열매를 따러 나간 숲’이나 ‘집 앞 정원’조차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은 러시아가 야생동물과 인간의 경계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1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