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다욱, 계획 승인하면서도 내년 2월까지 시행 중단

6.8GW 전력공급 부족이 발단…장기계약 비용전가 우려

AI 데이터센터 몰린 버지니아 직격탄…전력시장 혼란

AI 산업의 확산이 전기요금 부담을 둘러싼 문제로 비화

미국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 전력망.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 전력망.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PJM인터커넥션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해온 일회성 전력 조달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PJM이 제출한 신규 발전용량 조달 계획을 받아들이면서도 시행을 내년 2월 28일까지 보류하고, 비용 부담과 장기계약의 위험 배분 등을 둘러싼 쟁점을 서면 심리하기로 했다. FERC는 PJM이 문제를 보완한 새로운 제안서를 제출하면 보류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PJM은 앞서 2028~2029년 공급연도 전력시장 경매에서 신뢰도 기준에 필요한 공급량을 확보하지 못하자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신뢰도 백스톱 조달’(Reliability Backstop Procurement)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7월 실시된 경매에서 PJM의 공급 부족분은 6천831MW, 약 6.8GW에 달했다. PJM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 신규 발전자원을 대상으로 한 일회성 조달을 추진했으며, 선정된 발전자원에는 최대 15년의 계약기간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비용과 위험을 누가 부담하느냐였다. FERC가 제동을 건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센터를 위해 확보한 장기 전력의 비용이나 계약상 위험이 다른 기업이나 일반 전력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다. PJM의 독립시장감시기구도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신규 수요와 전력 공급을 어떻게 직접 연결하고, 다른 소비자에게 비용이 넘어가지 않도록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해왔다.

PJM이 직면한 문제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가 있다.

PJM은 일리노이주에서 버지니아·메릴랜드·펜실베이니아 등을 거쳐 워싱턴DC까지 13개 주와 워싱턴DC를 관할하며 약 6700만명에게 전력을 공급한다. 특히 버지니아 북부의 이른바 ‘데이터센터 앨리’는 미국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 가운데 하나로, AI 산업 확장의 핵심 거점이다.

전력 가격도 이미 크게 뛰었다. PJM의 2028~2029년 용량시장 경매는 가격 상한인 MW·일당 325달러에서 낙찰됐으며, 실제 조달 비용은 약 164억달러였다. 가격 상한이 없었다면 총비용이 약 300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는 추산도 나왔다.

미 행정부와 PJM 관할 13개 주 주지사들은 올해 1월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전력조달을 요구했다. 당시 미 에너지부는 150억달러 이상의 신규 발전설비 건설을 촉진하고, 데이터센터가 신규 전력원을 직접 확보하거나 전력망 비상시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번 FERC의 결정으로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요한 전력 확보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둘러싼 논의는 다시 원점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PJM의 전력망 문제가 단순한 발전설비 부족을 넘어 AI 산업의 성장 비용을 전력 소비자와 데이터센터 사업자 가운데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안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AI 때문에 PJM에 갑자기 6.8GW의 전기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6.8GW는 PJM이 2028~2029년 공급연도에 신뢰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용량과 실제 경매에서 확보한 용량의 차이다. 7월 경매에서 총 149.2GW의 공급자원을 확보했지만, 신뢰도 기준에는 6.831GW가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AI 산업의 확산이 이제 반도체·컴퓨팅 자원뿐 아니라 발전소 건설과 전력망 투자, 그리고 전기요금 부담 주체를 둘러싼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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