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빌 공군기지 마지막 병력 철수…이라크 주도 안보 체제로 전환

이라크 정부 “주권 강화 새 국면”…무장단체 통제는 여전히 난제

친이란 무장세력은 미군 철수 환영…“완전한 주권 향한 출발점”

쿠르드 자치정부는 안보 공백 우려…“방어 시스템 없이 떠나 우려”

이라크전에 파병된 미군 병사들. EPA=연합뉴스
이라크전에 파병된 미군 병사들. EPA=연합뉴스

미군이 이라크에서 마지막 병력까지 철수하면서 이슬람국가(IS·다에시) 격퇴를 위해 12년간 이어온 군사 임무가 막을 내렸다.

미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 자치구역의 에르빌 공군기지에서 미군 병력과 장비의 철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철수가 “질서 있는 철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라크와 역내에서 IS를 조직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격퇴한 12년간의 작전이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이번 철수는 2년 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합의한 일정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전시 연합군 형태의 군사 임무를 종료하고, 앞으로는 이라크가 주도하는 안보 체제와 양국 간 통상적인 안보 협력 관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라크 정부 역시 미군 철수를 국가 주권과 자체 안보 역량 강화의 계기로 강조했다.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는 미군 주도 연합군의 임무 종료를 기념하는 인수인계식에서 “이라크의 주권, 국가 기관의 역량, 군의 준비 태세, 의사결정의 통일, 그리고 우방국들과의 균형 잡힌 협력 관계로 규정되는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알자이디 총리는 이라크 보안군이 앞으로도 IS에 대한 대응을 이어가는 동시에 국내 비국가 무장세력의 무장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군 철수가 곧바로 이라크 내 무장단체 문제의 해소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라크 정부는 당초 미군 철수 일정과 연계해 각종 무장단체의 무장 해제를 추진했다. 일부 세력이 무기를 반납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영향력 있는 무장단체들은 무장 해제에 반대하거나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알자이디 총리는 무장 해제 시점을 사실상 뒤로 미뤘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장세력을 내년 6월 30일까지 무장 해제시키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해당 시한에 대해서도 일부 무장세력이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라크 정부가 실제로 무장단체들을 통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군의 완전 철수에 대해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정부는 안보 공백 가능성을 우려했다.

쿠르드 자치정부의 군사조직인 페슈메르가 측은 최근 미·이란 전쟁 기간 쿠르드 지역이 1000차례가 넘는 드론과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철수에 우려를 표했다.

페슈메르가 측은 “이처럼 복잡한 역내 상황에서 방어 시스템이 제공되지 않은 채 미국이 쿠르드 지역을 떠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란과 가까운 이라크 내 무장단체들은 미군 철수를 환영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안보 담당자 아부 무자히드 알 아사프는 성명을 통해 “패배한 점령군을 이라크 땅에서 축출한 것은 완전한 주권을 향한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라크 정부를 향해서도 미국의 정책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복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군의 이번 철수는 이라크 현대사에서 미국의 군사적 역할이 크게 축소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2003년 3월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같은 해 5월 주요 전투 작전의 종료를 선언했고, 2011년 12월에는 주둔 병력의 철수를 완료했다.

그러나 2014년 6월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력을 급속히 확장하자 미국은 이라크에 다시 병력을 투입했다. 이후 국제연합전선을 중심으로 IS 격퇴 작전을 벌여왔으며, 이번 철수로 12년에 걸친 대규모 군사 임무가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앞으로 이라크의 핵심 과제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맡아온 안보 역할을 자국 보안군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IS의 잔존 세력뿐 아니라 이란과 연계된 무장단체들의 영향력을 정부가 어떻게 통제할지가 이라크의 안보와 정치적 안정에 중요한 변수로 남게 됐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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