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상임이사 4명 한 달째 공석… 지휘부 ‘마비’

174조 부채·조직개편·주택공급 속도전 현안 산적

"파업에 경영 공백 길어지면 주택 공급 차질 불가피"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연합뉴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연합뉴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를 책임질 핵심 실행 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영진 공백'과 '파업 전운'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나면서 벼랑끝 위기에 내몰렸다.

정부의 공사 분리 추진에 반발한 노조가 2009년 출범 이후 첫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부사장과 상임이사 4명 등 수뇌부가 한 달째 공석이라 협상 동력마저 상실한 상태다. 뼈를 깎는 조직 개편과 174조원대 부채 관리, 주택 공급 일정까지 핵심 과제들이 줄줄이 표류할 위기에 처하면서 이성훈(사진) 사장의 조직 장악력과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30일 LH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부사장이 공석이며 부사장을 제외한 상임이사 4명도 지난 8월 말 일괄 사퇴한 뒤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요 현안을 사실상 사장을 중심으로 풀어가야 하는 구조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LH 내부에서는 상임이사 공백이 길어질수록 주요 현안에 대한 견제·보완 기능이 약해지고 의사결정 부담이 이 사장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부가 LH 조직 분리를 추진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향후 기능별 조직 재편에 따라 자신의 소속과 업무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따져보는 분위기까지 확산하고 있다. 조직의 향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핵심 경영진마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면서 조직을 한 방향으로 끌고 갈 구심점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사 관계는 살얼음판이다. LH 노사는 이날 오전 이 사장과 장효수·조형규 공동위원장 등 노사 대표 18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교섭에 나섰지만 1시간20분 만에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2차 교섭은 10월 14일로 예정됐다.

노조는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사업량이 늘어난 반면 인력은 감소해 현장의 업무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인력과 업무체계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 노조는 정부가 추진하는 LH 분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LH를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나눌 경우 개발과 자산관리 업무가 단절되고 조직 분할에 따른 비용 증가와 정책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노사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조직 분리를 둘러싼 갈등은 총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LH를 주택공급 확대의 핵심 실행기관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경영진 공백과 내부 갈등이 길어질 경우 공급 확대를 위한 현장 실행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LH가 길어진 경영진 공백을 서둘러 해소하고 노사 갈등을 원만히 수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부사장과 상임이사 4명의 공백이 장기화하면 주택공급과 조직 개편 등 주요 현안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실무진의 혼선과 책임 소재 불분명으로 업무 추진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파업 가능성까지 겹친 만큼 주택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경영 공백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 사장은 노조와 실무진을 직접 만나 조직 내부의 불안을 줄이는 동시에 비상경영 체제와 명확한 권한 위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주요 현안을 밀고 나갈 추진력과 조직 내부를 하나로 묶는 위기관리 능력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상길 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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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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