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용승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 8월 11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회담장에서 열린 '2026 평화바람주간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용승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 8월 11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회담장에서 열린 '2026 평화바람주간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과거 학술 대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도체제를 '성군(聖君) 정치'나 맹자의 '왕도(王道) 정치'에 빗대 발언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되지 못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북한의 독재자를 어질고 덕이 뛰어난 성스러운 군주로 칭송한 셈이다. 헌법이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대통령의 평화통일 정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야 할 헌법기관의 수장이 가진 대북 인식이 이토록 비뚤어져 있었다니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방 처장은 논란이 일자 공직 임명 전 민간인 시절의 '학술적 분석'이었다며, 북한 체제를 미화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구차한 변명이다. 북한은 주민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고, 핵과 미사일로 동포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구상 최악의 세습 독재 정권이다. 그런 잔혹한 체제를 '성군'에 비유하는 것은 학문적 자유의 영역을 넘어선, 반헌법적이고 기만적인 궤변일 뿐이다. 한문학 전공자의 시각이라는 핑계 역시, 북한의 참혹한 현실을 외면한 채 독재 정권에 면죄부를 주려는 좌파적 대북관을 자백한 것에 불과하다.

지금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남쪽에 지뢰를 매설해 우리 장병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영변 핵시설의 우라늄 농축 건물을 증축하며 핵무기의 증산에 혈안이 돼있다. 군사적 도발과 핵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데 방 처장을 비롯해 대북·통일 정책의 중책을 맡은 고위 공직자들은 북 두둔하기에 바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자고 했으며,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인민공화국'으로 지칭했다. 통일부는 민간인의 대북 접촉을 제한 없이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좌파 성향 민간인이나 단체들이 북한의 대남 공작에 악용되거나, 불법 대북송금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행위다.

방 처장은 국회의 자료 요구가 시작되자 한국학중앙연구원에 해당 대담이 실린 구술자료를 뒤늦게 비공개로 전환해줄 것을 요청했다. 떳떳한 학술적 견해였다면 왜 숨기려 했는가.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로서의 국가관과 자질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다. 이런 왜곡된 대북관을 가진 인물이 어떻게 국민을 대표해 평화통일의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대통령에게 올바른 자문을 할 수 있겠는가. 방 처장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 인사 검증 실패의 책임이 있는 청와대 역시 이번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단호한 인적 쇄신 결단을 내려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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