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서 주요 AI CEO들과 오찬… "자율규제 필요"

내부 통제·외부 감사·이사회 독립위원회 등에 합의

10인 AI 감독위원회 검토·'AI 차르'도 지명 예고

데이터센터 지역사회 지원 약속… AI → SI로 변경

위험 논의 자리가 기술발전 강조하는 자리로 변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주요 AI 기업 수장들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오찬을 하며 AI 안전성을 논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주요 AI 기업 수장들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오찬을 하며 AI 안전성을 논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의 안전성 논란 속에 연방정부 차원의 새로운 규제에는 선을 긋고 AI 기업들이 스스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자율규제 방식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요 AI·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오찬을 한 뒤 기자들에게 "엄청난 수준의 자율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등을 통한 기존 법 집행은 계속되겠지만 "자율규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회동을 최근 AI의 오작동과 통제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AI의 위험보다 기술 발전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자리로 변질시켰다고 분석했다. WP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미국이 AI 시대의 '황금시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AI 업계 대표들은 이날 '백악관 슈퍼지능 협약'으로 불리는 자율적 안전협약에도 서명했다.

협약은 프런티어 AI 모델을 개발·배포하는 기업들이 강력한 내부통제와 감사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성을 스스로 점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협약에는 △AI 모델의 학습·배포 과정에서 사이버·바이오·화학 등 잠재적 위험을 감시하는 내부통제 △통제·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내부 평가팀 △독립적인 외부 감사·평가 △감사 결과를 검토하는 이사회 산하 독립위원회 등 4개 층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기업들이 여러 단계의 감사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내부 평가와 외부 감사 결과를 각 기업의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검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약의 법적 구속력에 대해 묻자 "도덕적으로 구속력이 있다"고 답했다.

협약은 현재 자율적인 성격이지만 향후 법률이나 규정으로 성문화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참여 기업들은 AI 안전을 높이기 위한 표준과 모범 사례를 마련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했다. 로이터는 이 협약이 정부가 직접 개발을 규제하기보다 업계가 내부통제와 외부검증을 통해 안전 문제를 관리하는 방향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로 AI 산업을 감독할 10명 규모의 위원회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회가 "전체 산업을 지켜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며칠 안에 AI 정책을 총괄할 이른바 'AI 차르'를 지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위원회의 권한과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회동은 최근 AI 기업들 사이에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열렸다. 특히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최근 AI 개발 속도를 늦추고 안전성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모데이 CEO는 그동안 AI 규제와 국방 분야에서 입장 차이를 보여왔지만, 두 사람은 회동을 하루 앞둔 28일 백악관에서 별도 만찬을 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 사람의 첫 단독 만남으로 전했다.

오픈AI도 최근 안전성 우려를 이유로 새로운 모델의 출시를 중단한 바 있다. 샘 올트먼 CEO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안전에 대해 매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을 진행해야 한다"며 때로는 모델을 학습시키지 않는 것도 진전을 늦추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AI 개발 자체를 제한하는 데에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정부의 AI 서비스인 'America.gov' 공개 행사에서 "산업혁명보다 더 큰 기술의 성장을 절대 억제하지 않겠다"며 미국이 AI 경쟁에서 중국에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발에도 기업들이 학교 등에 더 많은 재정 지원을 하거나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지역사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터센터가 지역사회에 경제적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며 향후 데이터센터가 "매우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오픈AI의 그레그 브록먼, xAI의 일론 머스크,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등이 참석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에는 황 CEO가, 왼쪽에는 머스크가 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부 문서에서 '인공지능' 대신 자신이 선호하는 '슈퍼지능'(Super Intelligenc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AI를 위험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기보다 미국의 기술·경제적 우위를 확대하는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려는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접근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AI 기업 CEO들이 정부의 감독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적극적인 입법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날 백악관 회동에서 드러난 것은 AI 개발 속도를 늦추기보다는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안전 문제는 기업의 내부통제와 외부감사를 통해 관리하겠다는 방향이다. 다만 자율협약의 법적 강제력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실제로 어느 수준의 안전 기준을 적용할지,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질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았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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