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남쪽 10여m 지점에서 우리 군 장병들을 다치게 한 폭발 사고는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합동참모본부의 중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상 장병들의 장구류에서 검출된 TNT(트리니트로톨루엔) 성분과 갈색 이물질, 과거 북한군의 지뢰 매설 징후 등으로 볼 때 북한의 ‘갈색 수지 반(反)보병지뢰’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휴전선 일대에서 대대적인 ‘국경 요새화’ 작업을 벌이더니, 급기야 MDL을 침범해 남측 영역에까지 지뢰를 묻어 아군을 해치는 도발을 감행한 셈이다.
경악스러운 것은 이번 도발이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점이다. 북한군은 2024년 4월부터 지뢰를 매설하며 MDL 일대의 지형을 무단으로 변경해왔으며, 그 징후는 군 감시자산에 이미 포착됐다. 북한이 MDL 코앞에서 지뢰를 묻는 움직임을 보였다면, 군 당국은 만반의 경계 태세를 갖추고 우리 장병들의 수색로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했어야 했다. 그러나 군은 적의 도발 징후를 보고도 수수방관했고, 결국 우리 군인들이 발목을 잃는 참혹한 비극을 막지 못했다. 북한의 위협을 안일하게 바라본 군의 경계 실패이자 직무유기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사건 발생 이후 정부와 군이 보여준 행태다. 사고가 발생한지 엿새가 지난 27일에야 현장조사가 시작됐으며, 일주일이 지나서야 ‘북한 소행 유력’이라는 뒷북 브리핑을 내놨다. 군은 장병 안전 확보 조치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변명하지만, 이를 믿을 국민은 없다. 유엔군사령부가 즉각적인 합동 현장 조사를 요구했다는데 군이 차일피일 미룬 이유가 무엇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혹여나 북한의 반발을 두려워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면 이는 국가 안보를 포기한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2015년 8월 북한이 남측 철책 앞에 묻어놓은 목함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 두 명이 다리를 잃자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재개했다. 북한이 이에 반발해 경기도 연천 지역의 대북 확성기를 향해 포격 도발을 감행하자 자주포 포격으로 단호하게 맞섰다. 결국 북은 고개를 숙이고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김정은 정권은 말뿐인 경고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정부와 군은 시간을 끌며 북한에 면죄부를 주려 해선 안 된다. 이번 사태를 정전협정을 위반한 도발로 규정하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도발에는 반드시 뼈아픈 응징이 따른다는 원칙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DMZ 도발은 언제든 재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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