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로 우리 군 간부 3명이 중경상을 입은 지 닷새 만인 지난 26일에야 군 당국과 유엔군사령부가 사전 점검을 위해 현장에 진입했다고 한다. 전방에서 작전 중이던 장병들이 피를 흘리며 발목이 절단된 중대 사태임에도, 군 당국은 나흘 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여론의 맹폭을 맞고서야 마지못해 움직인 셈이다. 안보 최전선에서 벌어진 비극을 대하는 군의 안일한 대처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군 당국이 유엔사의 즉각적인 신속 조사 요청을 거부하며 고의로 조사를 막아섰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사고 직후 유엔사가 즉각 조사를 지시하고 관련 자료 공유를 요구했으나, 우리 군이 이를 거부하며 시간 끌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합참은 "사고 지점이 고위험 지역이라 조사 인력의 안전 확보와 예행연습이 우선이었다"고 변명한다. 참으로 군색한 핑계다.
군이 추석 연휴와 안전을 핑계로 뭉개는 사이, 현장에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폭발 원인을 규명할 결정적 증거들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 인멸될 시간만 벌어준 꼴이 됐다. 11년 전인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때는 어땠는가. 군은 사고 당일 즉각 현장 조사에 착수해 파편을 수거했고, 불과 5일 만에 북한의 도발임을 확정해 전 세계에 공표했다. 그때는 최전방이 위험하지 않아서 당일 조사를 나갔단 말인가. 시민단체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등 안보 라인 전체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지뢰를 매설하는 동향이 수개월 전부터 포착됐음에도, 이를 방치해 장병들의 화(禍)를 키웠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안보 사각지대를 방치한 것도 모자라, 사고 이후 진상 규명마저 미적댄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은 묻고 있다. 혹여나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와 눈치 보기 탓에 의도적으로 시간을 끈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지경이다.
국회는 10월 6일부터 3주간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군이 유엔사의 조사를 정말로 막아섰는지, 군 수뇌부와 안보실 사이에서 어떤 지시가 오갔는지 문서와 회의록을 철저히 검증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공세에 대해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음모론"이라며 "안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했다. 과거 '채상병 순직 사건' 당시 연일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군 관계자들에 법적 책임을 물은 것과는 정반대다. 군 장병들의 목숨이 위협받은 사건에서조차 진상 규명을 뭉개려 했다면, 이는 안보 무능을 넘어 공범이나 다름없는 행위다. 국회는 필요하다면 국정조사까지 동원해 이번 '늑장 조사'의 배후와 책임 소재를 엄중히 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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