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성과 아닌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 일
잇따른 대전 교육 비극, ‘신뢰 회복’ 새출발
지방교육교부금 개편, “헌법 가치에 맞나?”
오석진 대전광역시교육감
“교육은 조직이나 성과를 앞세우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 일입니다. 결과를 재촉하지 않고, 성장을 믿고 기다리는 일입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제12대 교육감에 당선된 ‘선출’ 오석진(사진) 대전광역시교육감의 일성이다. ‘선생님 출신’ 교육감답게 늘 현장을 강조해온 그다. 그리고 오석진의 교육철학에는 ‘사람’이 있다.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도 “교실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학교에서 하루를 마치며, 교육청에서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교육을 고민했다. 그 질문의 끝에 사람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대담 = 송신용 세종충청본부장
- 지난 선거에서 ‘사람을 키우는 교육에 오석진이 답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비전을 소개해 달라.
“단발머리 여학생의 단정한 미소와 복도를 지나가는 선생님의 종종걸음, 학교문을 나서며 뒤돌아보던 학부모의 따스한 눈빛이 저의 40년 교육의 길을 이끌어왔다. 교육은 따뜻해야 한다. 빨리 가는 교육보다 넘어지는 아이 곁에 잠시 멈춰 서는 교육이 더 멀리 갈 수 있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돌려주고, 선생님들의 판단을 믿고, 학교가 스스로 앞장설 수 있도록 돕는 단순한 원칙이 현장에서 지켜질 때 교육은 비로소 자기 얼굴을 가질 수 있다.”
- 사람을 키우는 교육을 만들 구체적 방안은?
“‘전심치지(專心致志)’라는 말이 있다. 관심과 집중이 깊어지면 삶이 바뀔 수 있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생각해볼 말이다. 교사가 교육에, 학생이 배움에 전념할 수 있다면 교실의 풍경은 반드시 풍요로워진다. 교육심리학자 제롬 브루너는 ‘학습은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학생이 관심을 보이고, 알고 있는 주제를 학습 내용으로 전달하면 이해도와 기억력이 훨씬 높아진다. 그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학생이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토대로 교육 내용을 구성하면 배움은 강요가 아닌 즐거운 발견이 될 수 있다.”
- 사람을 잘 키우려면 ‘소통’이 관건이다. 의사소통에서 가장 작은 자립형식이 ‘단어’인데 역설적이지만 요즘 청소년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문해력’이다. 평소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미디어 리터러시, 즉 문해력을 강조했는데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문해력은 나를 지키는 방패라는 말이 있다. 올바른 정보 해석 능력은 개인의 안전과 직결된다.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능력이 문해력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독후감과 토론을 통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 문해력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민주사회에서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교육이다. 이런 역량을 키워주는 것은 교육자의 의무이고, 그런 교육을 적극 도입할 생각이다.”
- 교육감 취임 이후 첫 번째로 추진한 정책이 ‘AI교육 1번지’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취임 첫날인 지난 7월 1일 최우선정책 제1호 결재로 ‘AI교육 1번지 실현 기본계획’을 승인했다. ‘AI교육 1번지’는 단순히 기술이나 기기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성적이 어떻든 AI를 도구 삼아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도록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대전교육청이 직접 GPU 서버팜과 AI 통합플랫폼을 구축한다. 학생들의 교육데이터와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학교 현장에 필요한 AI 교육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생각이다. ‘학생 1인 1 AI 튜터’, ‘AI 기반 맞춤형 학습’, ‘AI 종단적 진로지도’ 등 과학교육도시 대전만의 특화된 성과를 내겠다.”
- 대덕특구와 연계한 미래 과학인재 양성 전략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추진 중인가? 또 지난 5월 국제교육원이 개원하면서 글로벌교육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의 궁금증에 답을 한다면?
“대전의 가장 큰 경쟁력은 ‘대덕연구개발특구’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충남대 등 우수한 지역대학이다. 이런 강점을 학교 현장과 유기적으로 연결하겠다. 전국 과학교육 수범사례인 대전교육청의 ‘노벨과학 꿈키움 프로젝트’를 더욱 강화해 과학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진로를 설계하는 교육과 연구, 산업을 묶는 생태계를 만들겠다. 대전국제교육원도 마찬가지다. 외국어교육과 국제교류, 다문화, 세계시민교육을 통합 운영하는 국제교육 플랫폼으로 키워낼 생각이다. 대전 학생들이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창의융합 인재’와 ‘글로벌 과학인재’로 성장하는 교육 생태계를 완성하겠다.”
- 대전 모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살해하는 참극이 있었다. 또 학부모들에게 시달린 교사가 유명을 달리한 사건도 발생했다. 현재 대한민국 교육 현장은 학생인권과 교권침해 사이에서 길을 잃은 모습이다. 학교 안전에 대한 대책과 현재 교육감이 추진 중인 ‘교육활동보호관’ 제도를 설명해 달라.
“먼저 깊은 애도와 사과를 전한다. 두 사건은 모두 교육시스템 전반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일종의 경고다. 결국 본질은 같다고 본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가 자의든 타의든 크게 훼손된 것이 시발점이다. 현재 학교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안전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곳이 됐다. 참담하고, 부끄럽다. 학교 안전을 위해 학교 구성원의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선발과 평가과정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각 조치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도 교육부 등 상급기관에 지속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다음은 교권과 학생 인권의 문제인데 이 둘은 어느 하나가 높아지면 다른 하나가 낮아지는 시소게임이 아니다. 선생님의 교권이 단단하게 설 때 학생들의 학습권도 온전히 지켜질 수 있다.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되 학교 현장에 상호신뢰와 존중의 문화가 제자리를 찾는 것이 진짜 해법이다. 그래서 교육감 직속의 전담기구인 ‘교육활동보호관’을 신설한다. 악성 민원과 부당한 신고로부터 교육청이 직접 교사를 보호하겠다. 대전교육청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학생, 학부모, 교사가 서로를 신뢰하고, 함께 웃는 학교를 만들겠다.”
- 현재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뜨거운 감자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이다. 선거 전부터도 강력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는데 교육감으로서 체감하는 온도는 더욱 클 것 같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에 앞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교육자치의 원칙과 지역 간 교육기회 균등이라는 헌법적 가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국가가 시·도교육청에 보장하는 지방교육의 기본 재원이다. 주로 유치원, 초·중등, 고등학교, 특수학교 등의 교사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 급식, 통합특수교육 등에 들어가는 돈이다.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축소하거나 내국세 연동구조를 약화하는 정부 개편안은 문제가 있다. 교육계의 보수와 진보 모두 반대하지 않나? 학생 수가 줄어도 학교 운영에 필요한 기본 교육비는 비례해서 줄지 않는다. 특히 농산어촌과 원도심에서는 학생이 줄어도 1인당 교육비는 늘어날 수 있다. 당장 AI·디지털 교육환경 구축, 기초학력 보장, 교육격차 해소, 특수교육 확대, 늘봄·돌봄, 학생 정신건강 지원, 학교폭력 예방, 교권 보호, 노후 학교시설 개선 등 새로운 교육 수요가 엄청나다. 결국 교육재정 개편의 기준은 ‘얼마를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교육을 보장할 것인가’를 담아야한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교육은 혼자 가는 일이 아니다. 함께 지켜가야 할 약속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교육, 함께 웃고 미래를 꿈꾸는 대전교육을 만들고 싶다. 아이들을 중심에 두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선생님을 신뢰하면 학교가 어떻게 살아나는지, 현장을 존중할 때 교육이 얼마나 단단해지는지 보여주겠다.”
◇오석진 대전광역시교육감은
- 1959년 충남 공주 출생
- 공주사범대학 영어교육과,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영어교육 박사
- 1984년 충남 서산중학교 교사
- 1994년 대전과학고등학교 교사
- 2003년 대전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
- 2013년 주상파울루 한국교육원 원장
- 2018년 대전괴정고등학교 교장
- 2021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
- 2026년 대전광역시교육감
정리·사진=권성하 기자 kwonmine1@dt.co.kr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