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그치 “중재자 통해 확실한 입장 전달되길 기대”
이란, 美 봉쇄 해제·동결자금 반환·휴전 등 조건
7일 내 호르무즈 재개방 제안…트럼프 “거부했다”
이란 외교장관 30일까지 뉴욕 체류…협상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및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미국의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며 외교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여전한 가운데 양측이 중재를 통한 대화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7일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반응을 확인했다”면서도 “아직 중재자들로부터 우리에게 전달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재자들을 통해 확실한 입장이 전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란의 제안에 대해 “그들이 제안을 했지만 나는 거부했다”고 밝힌 데 대한 이란 측의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즉시 개방하는 대가로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제시한 구상은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하며, 역내 휴전을 이행하는 등의 조건을 받아들이면 7일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고 미국과 핵 협상을 재개한다는 내용이다. 이란은 동결된 자금의 반환도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 측의 엇갈린 메시지를 지적하며 최종적인 입장을 확인한 뒤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미국 대통령은 좋은 말도 했지만 서로 모순되는 말도 많이 했다”며 “미국의 확정적 입장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란 측 조건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의 조건은 분명하다”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진전은 이란이 제시한 조건이 실현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협상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들은 오직 협상을 통해서만 이 교착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며 “우리는 외교와 협상의 길을 결코 닫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제안은 지난 16일 이란이 중재국을 통해 미국에 전달한 협상 구상을 토대로 유엔 총회 기간 구체화됐다. 아라그치 장관은 뉴욕에서 미국 측과 간접 접촉을 이어갔으며, 카타르 등 중재국을 통한 대화도 진행됐다. 미국 측에서도 최근 중재를 통한 논의가 “긍정적이고 건설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함께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여러 차례 회담했다며 이 자리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협상 재개를 위한 이란의 조건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조건들이 이란 국가최고안보회의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방문한 미국에 오는 30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면서도 양측의 간접 협상 통로까지 폐쇄된 것은 아닌 만큼, 이란이 기다리고 있는 미국의 ‘공식 답변’이 향후 대화 재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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