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안정'엔 동의… 비민감 품목 관세 인하 합의

백악관은 희토류 공급 협의 명시… 中 발표엔 빠져

AI 대화·사고 소통채널 구축… 구체적 합의는 없어

대만 문제 발표서 제외… 국제수로 통행료 부과 반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PA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 후 각각 회담 성과를 발표하며 관계 안정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핵심 갈등 현안을 놓고는 여전히 상당한 간극을 드러냈다.

무역에서는 300억달러 규모 비민감 품목의 관세 인하와 무역·투자위원회 가동이라는 구체적 합의가 나왔지만, 희토류와 인공지능(AI), 대만 문제에서는 양측 발표 내용이 달랐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팩트시트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호 존중과 공정성, 상호주의에 기반한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다음 날 양국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이 가장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한 분야는 무역이다.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양국은 각각 300억달러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보다 유리한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에 합의하고,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출범시킨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중국은 2027년과 2028년 각각 미국산 석탄 1000만톤 이상을 수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희토류에서는 발표 내용에 차이가 있다. 백악관은 중국과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 공급망 부족 문제를 계속 협의하고 있으며, 적정 수준의 공급량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이 공개한 정상회담 '8대 성과'에는 희토류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희토류는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핵심 공급망 분야다. 중국은 희토류의 채굴뿐 아니라 정제·가공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양국의 기술·산업 경쟁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도 희토류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다기보다는 공급망 문제를 둘러싼 협의가 계속되는 단계라는 점이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AI에서도 양국은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백악관은 양국이 AI 대신 '슈퍼인텔리전스'(SI·초지능)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위험과 혜택을 논의하기 위한 미·중 SI 대화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오는 11월까지 후속 논의를 진행하고 AI 관련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양자 소통채널도 마련하기로 했다.

중국 측 역시 AI의 위험과 혜택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고 관련 사고에 관한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AI 강국으로서 경쟁하고 있지만 협력할 이유도 많다며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가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AI 공동 연구나 공동 규범 마련처럼 경쟁의 틀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양국 정상의 공개 발언에서는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대화 채널은 열어두되 핵심 기술 경쟁은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만 문제 역시 정상회담에서 논의됐지만 양측의 공식 성과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합의가 제시되지 않았다.

중국 측은 시 주석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앞서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이견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시 주석에게 어떤 입장을 전달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대만 문제에서는 양측이 각자의 기존 입장을 유지한 채 정상 간 직접 대화를 통해 충돌을 관리하는 수준에 머문 것이다.

이란 문제에서는 비교적 분명한 공통점이 확인됐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으며, 어느 국가나 기관도 국제 수로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경제적 지원을 중단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조치는 발표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러시아와 북한 문제도 두 정상이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측의 주요 발표에서는 러시아와 북한 관련 내용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보다 충돌 가능성이 큰 분야와 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구분하고 대화의 틀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평가된다. 무역에서는 일정한 합의를 도출했지만 희토류·AI·대만 등 국가안보와 기술패권이 걸린 사안에서는 양국의 입장 차가 여전히 뚜렷했다. 이번 회담의 후속 조치가 실제 합의 이행으로 이어질지는 양국의 실무 협상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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