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설비투자 2.6조 감소
비싼 요금, 편익은 제자리
통신 3사 AI 등 신사업만
서울의 이동통신 요금이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비싼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설비투자(CapEx)는 5G 상용화 초기보다 크게 줄었다. 높은 통신비 부담에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네트워크 투자와 서비스 개선은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총무성이 최근 공개한 '전기통신서비스에 관한 내외 가격차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4G와 5G 주요 요금제에서 비교 대상 6개 도시 가운데 상위권의 높은 요금을 기록했다.
조사는 서울·도쿄·뉴욕·런던·파리·뒤셀도르프의 각국 점유율 1위 이동통신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말 신규 가입자가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했을 때의 소비자 부담액을 비교한 것이다.
4G에서 월 20GB를 제공하는 요금제의 경우 서울 SK텔레콤 이용자의 월 부담액은 6916엔으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았다. 뉴욕 버라이즌이 6684엔으로 뒤를 이었고, 독일 뒤셀도르프 4037엔, 런던 3259엔 등이었다. 도쿄 NTT도코모는 2974엔, 파리 오렌지는 2495엔으로 서울보다 크게 낮았다.
50GB 기준에서도 서울은 6916엔으로 가장 비쌌다. 100GB에서는 두 번째로, 무제한 요금제에서는 세 번째로 비쌌다. 무제한 요금제의 서울 요금은 8754엔으로 뒤셀도르프 1만1450엔, 도쿄 9332엔보다는 낮았지만 뉴욕 6684엔과 런던 4966엔보다 높았다.
5G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은 20GB 기준 4902엔으로 뉴욕에 이어 2위, 50GB 기준 5603엔으로 3위를 기록했다. 무제한 요금 역시 7237엔으로 뒤셀도르프와 도쿄에 이어 세 번째로 비쌌다. 다만 이번 비교가 각 도시의 모든 통신사의 평균 요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별 점유율 1위 사업자의 특정 요금제를 비교한 조사인 만큼 통신시장 전체의 가격 수준을 그대로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요금 역시 비교 대상 가운데 높은 편이었다. 5G 20GB 요금은 4202엔으로 뉴욕에 이어 2위였고, 도쿄 2974엔, 런던 1422엔, 파리 1108엔, 뒤셀도르프 673엔보다 높았다.
무제한 5G 요금은 6350엔으로 뉴욕 5757엔과 비슷했지만 도쿄 4337엔, 런던 2845엔, 뒤셀도르프 2694엔보다 높았다. 이는 국내 통신요금의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특정 1위 사업자에만 국한된 것임이 아님을 시사한다.
요금이 비싼 반면 통신 3사 설비투자는 5G 초기보다 줄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국내 통신 3사의 CapEx는 2019년 약 9조2038억원에서 2024년 6조6149억원으로 줄었다. 5G 상용화 초기와 비교하면 약 2조6000억원 감소한 규모다. 2023년에도 7조6676억원이었던 만큼 최근 몇 년간 감소 흐름이 이어졌다.
개별 사업자에서도 투자 축소가 확인된다. SK텔레콤의 2025년 CapEx는 2조2066억원으로 2024년 2조4874억원보다 감소했고, 무선 네트워크 구축·고도화에 투입한 비중도 2023년 46.4%에서 2025년 33.3%로 낮아졌다.
KT의 별도 기준 CapEx도 2022년 2조7210억원에서 2024년 2조3000억원, 2025년 2조1439억원으로 감소했다. LG유플러스 역시 2025년 2분기 CapEx가 전년 동기보다 29.4% 감소한 3933억원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를 두고 통신사들이 무조건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5G 전국망 구축이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 네트워크 투자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초기 대규모 구축 비용이 감소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AI·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통신망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요 선진 도시보다 높은 수준의 이동통신 요금을 계속 부담해야 한다면 그 비용이 어떤 서비스 개선으로 돌아오는지를 통신사들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올해 이동통신 3사와 요금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통신을 일상생활과 정보 접근에 필요한 기본 서비스로 규정하고, LTE·5G 요금제의 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물론 한국의 이동통신 품질 평가는 우수하다. 국제 이동통신 품질 평가기관인 우클라(Ookla)와 오픈시그널(Opensignal)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일부 서아시아 국가를 제외하면 모바일 다운로드 속도가 세계 4~6위를 기록했다. 그렇더라도 비록 4G이지만 도쿄의 2.3배에 달하는 이용요금을 부담하는 것은 과도하다.통신은 선택재가 아니다. 고속 데이터망은 각종 업무는 물론 금융·교육·의료 등 AI 서비스 이용의 기반시설이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요금 수준과 통신사가 네트워크에 재투자하는 규모 사이의 관계도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서 서울의 통신요금이 주요 도시 가운데 최상위권으로 나타난 데 대해 과연 통신사들이 그 요금만큼 소비자에게 어떤 편익을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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