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前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주택가격이 강남지역에서 하락세가 확산되는 반면 외곽은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언뜻 듣기에 주택 시장이 평탄화로 호전되고 있다는 의미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주택 시장의 평탄화로 인하여 누가 고통을 더 받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8·3 세제안이 서울 주택시장에 미친 충격을 파악하기 위해 발표 직전 주인 7월 27일 시세와 발표 후 한 달 반이 지난 9월 14일 시세를 비교해 보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서울 전체로는 1.6% 상승했다. 가격이 크게 오른 곳은 동북권의(2.5%) 성북구(3.4%), 강북구(2.9%), 그리고 노원구(2.9%)와 도봉구(2.6%)였다. 반면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은 동남권(-0.2%)의 강남구(-1.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가격은 1.4% 상승했다. 동북권(2.1%), 특히 노원구(2.7)와 성북구(2.5%)가 높았으며, 동남권(0.5%)의 서초구(-0.7%)와 강남구(-0.3%)는 하락했다.
이러한 주택가격 동향을 1년 전(작년 9월 15일)과 대비해 보면 서울 전체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1.7% 상승했으며, 특히 동북권(12.6%)의 성북구(16.1%)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세가격지수는 서울 전체로는 9.9% 상승했다. 주목해야 할 양상은 서울에서 주택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가장 낮은 지역인 동북권(12.0%)의 노원구가 13.7%, 도봉구가 11.1%, 강북구가 11% 상승했다는 점이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7월 현재 시세 15억원 이하 아파트의 권역별 비중을 보면, 강남구는 18.4%인 반면에 동북권의 노원·강북·도봉구는 공히 100%다.
의도가 나쁜 정책은 없다. 문제는 정책이 기존의 시장 구조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시장 행위자들의 반응 행태에 따라 정책이 의도한 바와는 다른 방향으로 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 접점에서 “정부를 이기는 시장”과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갈린다. 정부와 시장 중 어느 쪽 힘이 강하든 간에 보다 중요한 사실은 정책이 시장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어느 계층이 이익 또는 부담을 더 안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작년 6·27 대책과 10·15 대책에 이어 올해 8·13 대책은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에 대한 금융 차입을 통한 투기적 목적의 주택 매입을 상당 부분 차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보대출 차등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15억 이하의 저가 주택에 대한 수요 압력을 높이는 작용을 초래했다.
그 결과 전반적인 집값 상승과 더불어 저가 주택의 매매와 전세 시세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즉 정부의 연이은 대책은 시장 작용을 통해 저가 주택 수요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가져 왔으며, 그 결과 경제적 약자들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전세와 월세 부담은 가중되었다.
한마디로 정부의 연이은 대책들은 정책 의도와는 달리 서울에서 주거 비용이 저렴한 지역의 주민들에게 집값·전세·월세가 동반 상승하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심지어 서울 거주를 포기하고 경기도와 인천으로 이주하는 양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으로 “전월세 지옥,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오 시장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162만원, 임대사업자 등록임대 아파트의 의무임대 기간이 올해 만료가 되는 가구 수가 모두 2만가구에 달하며 2028년까지는 3만가구가 종료될 것으로 전망되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전월세 지옥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월세 162만원은 6월 현재 노동부가 발표한 300인 이상 고용 사업체 근로자 평균 임금의 27%, 300인 미만 고용 사업체 근로자 평균 임금의 44%에 해당한다.
이런 사이 청와대 정책실장·경제 부총리·국토교통부 장관이 교체되었다. 실패한 정책에 대하여 당국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보다 중요한 일은 실패한 정책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완화하고 시장을 정상화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정책 실패의 충격을 주택시장의 평탄화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정책 실패가 가져온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주택정책의 실패가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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