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무소속 의원(부산 북구갑)

선관위 개혁 3법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 권력을 위임하는 민주적 절차다. 모든 유권자에게 한 표를 행사할 기회가 보장되고, 그 표가 선거 결과에 공정하게 반영된다는 신뢰가 민주주의를 지탱한다. 그 신뢰를 지키는 출발점은 거창하지 않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에게 투표 용지를 차질없이 제공해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 그것이 선거의 기본이다.

하지만 지난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 용지가 동났다. 유권자의 줄은 길어지고 투표는 멈췄다. 같은 일이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벌어졌고, 26곳에서는 투표가 중단됐다. 투표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린 유권자도 있었고, 일부에서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에도 투표가 이어졌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대선 사전투표 당시 확진자가 기표한 투표용지가 소쿠리와 종이상자에 담겨 옮겨졌다. 이듬해에는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졌고, 올해는 투표용지가 부족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과와 사퇴, 자체 쇄신안이 뒤따랐지만 지켜진 것은 없었다.

반복되는 문제의 뿌리에는 독립성에 걸맞은 견제와 책임 구조가 없다는 데 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했고, 헌법재판소도 현행법상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선관위 성역’이 만들어졌지만, 잘못에 책임을 물을 제도적 장치는 부재했다.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선관위 개혁 3법’을 발의했다. 제1호 법안인 ‘감사원법 개정안’은 각급 선관위를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 명시하되, 감찰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도록 했다. 이는 선관위 독립성 훼손이 아닌, 독립성에 책임을 더해 무소불위의 권한이 남용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균형 장치다. 진정한 독립은 철저한 책임과 투명성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이어 제2호 법안인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은 선거 관리에 막대한 지장이 예상되는 전국 선거 기간에 직원들의 무분별한 휴가·휴직을 제한하도록 했다. 출산·경조휴가와 질병·육아휴직은 제외해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되,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인력 공백은 막자는 취지다. 민간 사업장에서도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시기를 조정할 수 있듯, 국가 선거를 책임지는 선관위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과도한 제재일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최근 발의한 제3호 법안인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은 읍·면·동을 제외한 각급 선관위원장을 상임화하고 공직 겸직을 금지하도록 했다. 선거 관리는 행정작용에 해당하는 사무임에도 현직 법관이 비상임으로 위원장직을 겸해 온 관행은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나고, 조직 관리의 책임마저 없게 만든 낡은 구조다. 이번 개정안은 그 관행을 걷어내 선관위를 책임 있는 조직으로 혁신하고자 한다.

선거 관리에는 ‘최대한 노력했다’는 변명이 통용될 수 없다. 지난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발길을 돌린 유권자의 잃어버린 참정권은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길이 없기에, 선거 관리는 단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취지에서 선관위의 감찰·운영·조직 전반을 바로잡는 ‘선관위 개혁 3법’을 발의했다.

나는 대런 애쓰모글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좋아한다. ‘총균쇠’에서 말하는 지정학적 위치보다 ‘제도’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번 ‘선관위 개혁 3법’은 소모적 부정선거 논란을 종식시키고 국민들에게 선거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국가를 성공시키는 입법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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