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비서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훈식 비서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줄줄이 중도 낙마하는 등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검증 부실로 5명의 장관급 인사가 연쇄 낙마한 것에 대한 정무적 책임을 진 것이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고위직 인사 파동의 직접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지 않았나”라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인사 참사는 청와대의 검증시스템이 무너졌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국회의원 겸직 논란이나 음주운전 전력, 부정 청탁과 성추행 연루 의혹 등 기초적인 사실 관계조차 거르지 못한 채 후보자를 내세웠다가 국민적 공분을 샀다. 민정수석실이나 인사수석실 같은 공식 라인이 정상 작동하지 못하고, 고위직 인사가 ‘경기·성남 비선 라인’에 의해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높아졌다. 오죽하면 여당 내부에서조차 국정 지지율이 임기 초반 60%에서 최근 30%대까지 하락한 데 대해 “청와대에서 누구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야당의 주장처럼 강 실장의 사임이 혹여라도 청와대의 ‘숨은 실세’들을 보호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여서는 결코 안 된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비서실장 한 명 바꾸는 수준으로 끝난다면, 지지율 하락 추세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의 전격 사퇴에 이어 강훈식 비서실장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청와대 핵심 ‘3실장 체제’ 중 안보를 제외한 내치·경제 투톱 라인이 바뀌게 됐다. 2기 개각으로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 등 내각의 경제 라인도 교체돼 인적 쇄신이 사실상 완료된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강 실장의 이번 사의를 국정과 인사의 난맥상을 바로잡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이 내각의 장관들을 제쳐두고 국정을 쥐고 흔들던 국정 운영 방식을 전면 개혁하는 것이 화급하다. 헌법이 보장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실질화하고, 부처 장관들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실어주는 ‘책임장관제’를 확립해야 한다. 측근 친정체제에만 의존하는 폐쇄적 기조에서 벗어나, 이념이 아닌 민생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으로의 전환만이 무너진 국정 동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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