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클렌부르크서 사상 첫 제1당…집권당 최악 성적

베를린서도 좌파당에 제1당 내줘, 메르츠 최대 위기

AfD, 한 달 새 동부 2개주 장악…연정까진 거리감

메르츠 “선거결과 재앙”…총리직 유지 의사 밝혀

좌파당 베를린 시장 후보 엘리프 에랄프. 로이터 연합뉴스
좌파당 베를린 시장 후보 엘리프 에랄프.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우파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옛 동독 지역에서 잇따라 주의회 선거 제1당에 오르면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와 집권 기독민주당(CDU)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AfD가 지난 6일 작센안할트주 선거에 이어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도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반면, CDU는 창당 이후 해당 주에서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주의회 진입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간)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선거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AfD는 약 38%를 득표해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을 앞섰다. SPD는 약 35%를 얻었다. AfD는 2021년 선거 당시 20.3%에 그쳤지만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AfD의 제1당 등극에도 주정부 장악까지는 거리가 있다. 독일의 주요 정당들이 AfD와의 연정을 배제하는 이른바 ‘방화벽’(Brandmauer)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SPD는 좌파당과 녹색당 등 다른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ARD도 기존 SPD 주도 정부가 다수 의석을 잃었지만 AfD를 제외한 연정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더 직접적인 충격은 CDU에 돌아갔다. CDU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에서 약 5%에 그치면서 주의회 의석 배분 기준인 5%를 간신히 넘기거나 이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 최종 득표율이 5% 미만이면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한다. 독일 통일 이후가 아니라 전후 서독 시절을 포함해도 CDU가 주의회 선거에서 이처럼 낮은 성적을 거둔 것은 이례적인 결과다.

베를린에서도 CDU의 고전은 이어졌다. 이날 치러진 베를린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좌파당(Die Linke)이 약 25%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CDU가 약 20%로 뒤를 이었다. AfD도 16% 안팎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득표율을 확보했다. CDU는 직전 선거보다 큰 폭의 하락을 보였고, 기존의 시정 운영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번 선거 결과는 메르츠 총리에게 특히 뼈아픈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메르츠가 이끄는 CDU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경제 회복과 사회보장 개혁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동부 지역에서 AfD의 확산을 막지 못하면서 연방정부의 정책 추진력과 지도력에 대한 당내 논란도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작센안할트주에서도 AfD가 CDU를 크게 앞선 데 이어 이번에도 AfD가 제1당이 되면서 동부 지역의 정치 지형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 부각됐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CDU 당사에서 선거 결과를 두고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의 성적은 “재앙”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개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세제·연금·보건의료·관료주의 개혁 등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선거는 따라서 단순한 지방선거를 넘어 메르츠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도 띠게 됐다. 특히 AfD가 동부 지역에서 연속으로 제1당에 오르는 동안 CDU가 지지 기반을 확대하지 못하면서, 메르츠가 경제·사회 개혁을 통해 유권자의 이탈을 되돌릴 수 있을지가 향후 독일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다만 이번 결과만으로 연방정부의 교체나 메르츠 총리의 사퇴가 현실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메르츠 총리 스스로 총리직과 CDU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AfD 역시 다른 주요 정당과의 연정이 사실상 차단된 상황이어서 당장 주정부를 직접 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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