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인간은 본능적으로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헤이르트 홉스테드가 제시한 '불확실성 회피 지수'에서 한국은 8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불확실성 회피 지수는 사회 구성원이 미래의 모호함이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얼마나 견디기 어려워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극심한 불안을 느낀다. 그리고 이 불안은 때로 사람을 강한 확신과 편향된 판단으로 몰아간다.
경제와 부동산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모호하다. 주택시장 하나만 보더라도 수많은 변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명쾌한 단답형 정답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정상적인 판단이라면 이런 모호함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이 약할수록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해답을 찾고 싶어진다.
이때 우리가 빠지기 쉬운 것이 '흑백 논리'다. 세상을 '오를 것인가 폭락할 것인가', '선과 악', '정의와 불의'처럼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복잡한 현실을 이분법으로 바꾸면 판단은 쉬워지고 심리적 부담도 줄어든다. 하지만 그 대가는 만만치 않다. 현실의 수많은 변수를 잘라내는 순간, 보고 싶은 정보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상승론자는 상승을 뒷받침하는 신호를 찾고, 하락론자는 하락의 징후를 파고든다. 같은 시장을 보고도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는 이유다. 극단적인 확신은 깊은 신념에서 비롯되기보다 모호함을 견디기 어려운 심리에서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인지적 단순화는 특정 전문가나 화려한 타이틀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많이 배운 사람이 세상 이치를 더 잘 알 것이라는 학벌주의와 권위주의가 깊게 남아 있다. 국내외 유명 대학의 박사 학위나 교수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의 말을 정답처럼 받아들이며 자신의 불안을 달래려는 것이다.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말한 '극장의 우상'(Idols of the Theatre)도 이런 점에서 생각해볼 만하다. 기존의 학설이나 권위 있는 체계가 만들어낸 지적 권위에 판단을 맡기는 오류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사람은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권위자의 확신에 기대고 싶어진다. '유명한 사람이 그렇게 말했으니 맞겠지'라는 생각은 복잡한 현실을 직접 판단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에서 이것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현장을 잘 아는 실무자의 경험이라고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고, 이론가라고 현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화려한 타이틀이 아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근거로 어떤 주장을 펼치는지, 그리고 그 논리가 지금의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한지를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새로 배우는 것만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버리는 '언러닝'(Unlearning)이 중요하다. '내가 틀렸을 가능성은 없는가'라고 끊임없이 묻는 태도도 필요하다. 전문가의 말을 참고하되 최종적인 의사결정까지 타인에게 위임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는 판단의 재료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대신 져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피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보수적인 설계에 있다. 자산을 오직 부동산에만 집중시키는 '몰빵' 투자에서 벗어나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최근처럼 금리 변동성이 클 때는 대출 역시 감당 가능한 적정선을 설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집값의 30% 이내, 원리금 상환액은 월 소득의 30% 이내로 관리하는 이른바 '30% 룰'이 바람직해 보인다.
불확실성은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시장과 삶의 본질이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틀린 판단보다 틀릴 리 없다고 믿는 마음이다.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사람은 없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의 경쟁력은 미래를 맞히는 능력보다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고 틀릴 가능성까지 기꺼이 감당하는 용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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